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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저 여행가 Jul 27. 2023

작가가 되고 싶은 불순한 이유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로망

글재주는 없지만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도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작가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약 500일 정도 후면 쉰 살이 되는 X세대 입니다만, 대한민국의 많은 동년배들과 비슷하게 안타깝게도 노후 준비가 잘 되어있지 못합니다. 전기공학도 출신의 엔지니어로서 나름 대한민국에서는 이름 들으면 알만한 기업을 20년 넘게 다녔습니다. 남의돈 먹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저의 소중한 시간들을 회사에 갈아 넣어서 돈으로 바꾸어 왔지만 돌이켜보면 남아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네 식구 깔고 앉아있는 국민평형 아파트 대출금 상환, 아침식사부터 고기를 찾는 식솔들 식비, 생각만 하면 욕이 먼저 튀어나오는 아이들 사교육비, 아무리 그래도 지인들 보기에 너무 궁색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는 살고 싶은 품위 유지비.  나름대로는 또래 평균 이상의 급여를 받았고 사치스럽지 않게 살아왔지만, 현재 가진 자산은 K은행과 공동 소유인 아파트 한 칸과 대출금뿐입니다. 그 와중에 다행이라면 아파트 주소가 '서울특별시'로 시작한다는 것 정도겠네요.


 최근 아들 녀석이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여 재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원하여 기숙학원에 입원하여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긴 하지만 매월 학원에 내야 할 돈은 어마무시합니다. 첫째 아이때 했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둘째인 딸네미에게는 중학생 때부터 선행학습을 시켰더니 이것도 학원비가 솔찬히 들어갑니다. 50살을 목전에 둔 지금 대출 규모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빚이 늘어가고 있다니 참으로 깝깝한 노릇입니다. 원래 저는 둘째 아이가 대학에 진학할 때쯤 인 50대 중반에 조기 은퇴를 하고 아내와 함께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여행을 하며 여유롭게 보내고 싶었습니다만, 이데로 가다가는 세계 여행은 커녕 정년퇴임하고 나서도 계속 일을 해야 할 판입니다.


아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은퇴 전까지 충분한 패시브 인컴(내가 시간 들여 노동을 하지 않아도 생기는 소득 : 배당, 이자, 임대소득, 저작권료 등)을 마련하지 못하여 나이 들어서도 돈을 벌어야 할 팔자라면, 지금처럼 한 곳에 뿌리내리고 일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닌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말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것을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합니다. 노마드는 유목민이라는 의미인데, 디지털 노마드는 인터넷만 접속된다면 노트북을 비롯한 여러 디지털 기기들을 이용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원하는 장소에서 편리한 시간에 자유롭게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다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행도 하고 필요한 생활비도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살며 원하는 시간에 일해서 돈 벌 수 있다는 이런 꿈같은 이야기는 아무 직업군이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생각하기에도 무엇을 조립하고 생산해야 하거나, 어떤 장비들을 이용하여 실험하며 연구해야 하거나, 프로젝트 현장에서 상황을 관리하며 작업을 이끌어야 하거나, 직접 만나서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과 같은 직업군은 아무래도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비하여 오롯이 혼자 일을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업들이 디지털 노마드의 형태로 일하기가 편리하겠죠. 이제 저의 능력과 경력을 십분 활용하여 디지털 노마드로 일할 수 있는 직업만 찾으면 모든 게 잘 진행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기 위하여, 요즘은 핫하다 못해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인공지능 ChatGPT에게 디지털 노마드에 적합한 직업들을 물어보았습니다.


프로그래머

웹개발자

디자이너

유투버

블로거

소셜미디어 관리자

번역가

온라인 강사

컨설턴트

디지털 마켓터

....


ChatGPT가 다양한 직업들을 알려주었지만, 20년 넘게 전기쟁이 엔지니어 직장인으로 살아온 제가 디지털 노마드 직장인이 되기 위하여 도전해 볼 만한 업무가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아서 망연자실해하며 '이쯤 해서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자포자기할 때쯤 마지막에 직업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작가'


그곳에 둔 눈길을 한동안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라니. 돌이켜 보니 제가 공대 대학원생으로 재학 시절 지도교수님께 자주 듣던 이야기입니다.


"이 녀석아! 니가 지금 논문을 쓰려면 실험 데이터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서술을 해야지, 니가 뭔데 실험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니맘데로 상상해서 결론을 내려? 이게 소설이지 논문이야? 니가 작가냐?"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전기공학분야 논문에다 소설을 쓴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유(韓愈, 768~824)가 잡설(雜說)에서 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千里馬常有 伯樂不常有 - 인재는 어느 시대에나 있는데 이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 않는다)라 했던가.  대학원 시절 저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알아봐 주신 지도교수님의 응원에 힘입어,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며 돈도 벌 수 있는 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고 싶은 건 이렇게 불순하기 짝이없는 이유입니다.





제가 글로 써보려는 주요 글감들은 블레저(Bleisure) 여행에 관련한 것입니다. 블레저(Bleisure)란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서, 업무 출장 간 지역에서 주말이나 휴가를 연결하여 개인 여행 및 레저 활동을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비슷한 단어로는 워케이션(Workation)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연결한 단어로서 휴가지에서 일하고 업무시간 이후에는 여가를 즐긴다는 개념입니다. 블레저와 워케이션 모두 일과 여가를 연결한다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비슷하지만, 워케이션은 휴가지에서 일을 하고 업무시간 후 휴가를 즐긴다는 장소적 개념인데 반하여 블레저는 업무 출장 간 곳에서 업무를 마치고 나서 개인 휴가와 주말을 활용하여 여가를 즐긴다는 시간적인 개념인 것이 차이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업무 특성상 국내 여러 도시와 해외 약 35개국 정도의 국가로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나름 경험 좀 있는 출장러로서 출장지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 출장 간 김에 여행하면 좋은 점, 여러 가지 국내외 출장에 필요한 현지 정보들, 출장러로서의 노하우 등을 부족한 글솜씨로 풀어 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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