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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May 11. 2024

이 멋진 세계에서

멋진 신세

이 작품은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으로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냉전시기에 써졌는데 당시의 세계 분위기가 얼마나 긴장이 높았으면 미래를 이렇게 상상했는지 놀랍다.

과연 우리 인류의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1984'나 이 작품처럼 암울하진 않기 바란다.

분명히 우린 억압에 대항하는 유전자를 지닌 존재들이니까.


'멋진 신세계'에서 세계는 하나로 단일화되었다.

거대한 세계정부의 기치 아래에서 인류는 인공수정으로만 태어나는 중이다.

게다가 날 때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 탓에 그들의 미래도 정해져 있다.

글로만 보아도 숨 막히는 기분이 들지만 작품 속의 인류는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국가가 어릴 적부터 책임지고 양육하고 교육 역시 강력한 체제 아래에서 획일화되었다.

좋게 말하면 공교육을 강화하여 통일한 것이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자유를 억압한 전체주의적인 독재 방식이다.

철인 통치를 위하여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 정책을 주장했던 플라톤도 울고 갈 정도의 완벽함이다.

그래서일까.

이 신세계의 시민들에겐 갈등이란 없다.

그들은 모두가 획일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전체주의의 사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개성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지고 사회의 부속품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A.F. 632년.

AF는 헨리 포드를 신으로 받들어 그가 생산한 첫 자동차인 포드 T의 첫 생산 날짜를 기원으로 삼은 새로운 기년법이다.

서력기원은 공장 대량생산 앞에 무너졌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포드를 사랑하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십자가 역시 윗부분이 잘린 'T'로 바뀌어 모두의 상징이 되었다.

Oh, My Ford!

이러한 묘사 만으로도 헉슬리의 신세계가 어떤지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신세계의 사회는 사랑을 속삭이는 법이 없는 쾌락일편의 세상이다.

결혼 제도는 사라졌으며 섹스와 연애에 있어 '단 둘'이라는 개념은 없다.

야설이나 난잡한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더럽게' 아름다운 세상인 것이다.

오히려 여성이 임신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은 누구도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추잡한 일로 치부하는 곳.

바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다.

특히, 시민들에게 주어지는 소마의 존재는 이 신세계가 얼마나 개판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소마, 그것은 구성원들의 불만이나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일종의 마약이다.

지도자들은 시민들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엑스터시의 역할을 하는 소마를 나누어주어 환락을 즐기게 한다.

이 1그램의 소마만 있다면, 신세계의 사람들은 행복해마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포드님'을 위한 예배에서도 소마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단단한 정치 치제 아래 견고하게 사회를 지탱하는 계급 구조,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사회 구성원의 획일적인 모습은 소마로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대롭게 보인다.

약물에 의존하여 감정 통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이 된다.


솔직히, 이 신세계는 과학이 발전했다지만 창의적이진 않다.

과학자들은 창의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단순히 명령을 입력하고 결과 값을 받으며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 멋진 신세계의 주인공들은 매우 어리석다 못해 지질하다.

버나드는 나름 생각이 있는 놈인 줄 알았지만 결국 섹스와 약물에 무너졌고 아이슬란드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발버둥까지 친다.

못난 놈 같으니.

레니나는 야만인 존에게 문명인의 방법으로 사랑을 고백(무작정 섹스 시전)하지만 존이 휘두르는 분노의 채찍질에 비운의 죽음을 맞는다.

이것도 복상사에 들어가려나?

골 때리는 건 야만인 존이 보여준 채찍질이 신세계에서 큰 유행을 한다는 것이다. 

역시 이 신세계는 갈 데까지 간 세상이다.

야만인 존의 자살과 함께 등장한 거대한 헬리콥터의 무리는 멋진 신세계에 대한 우울한 회의감과 패배의식을 비춘다.


그날 저녁 혹스백을 가로질러 윙윙거리며 날아온 헬리 콥터의 무리는 10킬로미터에 걸친 검은 구름 같았다. 어 제 저녁의 요란한 융합의 광경이 모든 신문에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야만인!" 하고 최초로 도착한 사람이 기체에서 내리자 불렀다.

"야만인 씨!" 아무 응답이 없었다.

등대의 문은 빠끔히 열려 있었다. 그들은 문을 밀고 들 어가 어두컴컴한 안을 걸어갔다. 방 저편에 있는 아치형 복도를 통해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의 바닥이 보였다. 그 아치의 정상 바로 밑에는 두 다리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야만인 씨!"

서서히 아주 서서히, 마치 두 개의 느긋한 나침반의 바늘처럼 그 다리는 오른쪽으로 회전했다. 북, 북동, 동, 남 동, 남, 남남서. 그러다 다시 몇 초 후에는 전처럼 서서히 왼쪽으로 회전했다. 남남서, 남, 남동,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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