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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Jun 07. 2024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감상을 산문으로 표현하기

약사가 버섯을 한 아름 얻어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날개를 폈는데 그것은 시인의 두 배는 됨직한 독수리였다.

그것이 울부짖는 울음은 스포츠 스타의 목소리의 서너 배는 되었다.

약사가 그 거대한 그림자의 아래에서 한껏 소리를 내질렀다.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

"다신 돌아가지 않아!"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바위가 맞부딪히는 거친 소음, 언젠가 탁스함을 가로지르던 열차의 비뚤어진 쇳소리 마냥 울림통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 하여도 약사가 자신의 실어증을 원망하는 일은 없었다.

그는 그저 버섯의 향내를 맡으며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이윽고 거대한 독수리가 사라지고 약사의 꽁무니로 산타나 지프가 달려왔다.

누런 먼지 사이로 독수리 스티커를 본넷에 붙인 그 차에는 스스로 약사 곁을 떠난 아들과 그의 신부인 축제의 여왕이 타고 있었다.

아들은 약사의 곁으로 차를 바싹 대며 말했다.

"아저씨는 우리 아버지를 닮았군요."

약사는 아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어차피 말도 하지 못했으니 상관없었다.

"좋아요, 아저씨. 어쨌든 할 말이 있어요."

약사는 흘깃 옆을 보았다.

아들은 마시던 맥주를 축제의 여왕에게 건네며 지프에 속력을 올렸다.

"아버진 속도를 무서워하셨죠! 자, 달려요!"

신부가 건네받은 맥주를 시원하게 마셨다.

누런 먼지가 약사의 얼굴을 덮으며 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달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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