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아흔 여덟세이신 외할머니. 육신이 노쇠하여 더이상 휠체어가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상태지만, 정신만큼은 누구보다 또렷하시다. 병문안을 간 나에게 할머니가 건넨 말. “신랑 만나서 웃고 살아. 혼자서 울지 말고.” 그 짧은 문장을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내뱉는 외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외할머니는 남편도 있고, 자식도 십 남매를 낳아 쉼없이 기르신 슈퍼우먼인데 어떻게 혼자 사는 독신 여성의 마음을 이리도 잘 아실까? 난 한 번도 외롭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