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밤. 그런 밤엔 오롯이 의식인지, 무의식인지 알 수 없는 생각의 흐름대로 나를 맡겼다. 자른다고 해서 잘라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을 감아도 소용없고 귀를 막아도 소용없다. 생각이 나는 건 도무지 내 힘으로 막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나는 어느새 밤의 정령이라도 된 것처럼, 우두커니 어둠을 지키고 눈만 끔뻑거리다가 새벽을 맞았다.
생각이란 뭘까? 나의 마음이 반영된 형체 없는 연기 같은 것일까? 아니면 느낌의 총합체일까.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사람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충분히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사람.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은 시체와 같겠지. 어떤 사람이든 각자만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뚜렷하든 뚜렷하지 않든. 구체적이든 구체적이지 않든. 건설적이든 건설적이지 않든. 훌륭하든 훌륭하지 않든. 생각은 자유니까. 적어도 내가 하는 생각은 아무도 제한할 수 없으니까.
한 번 들어가면 도무지 빠져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생각의 터널에서 헤매던, 겨울밤보다 길던 여름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