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정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다. 흔히 이성의 상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즉 '에로스'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는 건 그 '에로스'가 가진 한계다. 아무리 뜨겁게 사랑했어도 그 열렬한 감정을 10년 이상 지속하기는 어렵다. 결혼을 하면 어떤 커플이든 점차 사랑이 식게 됨을 안타깝게 여기지만, 어떤 박사님이 이런 말을 남기셨다. 젊었을 때는 심장 맥박이 180까지 뛰어도 견디지만, 나이가 60~70세가 됐는데도 심장이 그렇게 뛰면 무리가 가서 죽는다고. 계속해서 심장이 무리하게 뛰는 것도 곤란하다는 거다. 인간의 생체리듬상.
그래서 나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에로스'에서 시작해 '아가페'로 완성되는 거라고. '아가페'는 신이 인간을 향해 가지는 사랑을 말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 영혼 자체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이다. 노부부가 되어서도 사이좋게 손을 잡고 다니는 사이. 겉피부는 쪼그라들고, 아름다웠던 육체미도 사라졌지만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의 특성, 성품, 매력, 마음씨, 인간미 등 함께 살아오면서 체득된 모든 것을 존중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참사랑을 만드는 게 아닐까?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사랑의 정의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평생 사랑하기에 힘쓰다 보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