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김사랑, <위로> / 어반자카파, <위로>

by 유작가
<위로> -김사랑


기억해

들뜬 밤을 지새우며

떠난 너와 나의 축제


*그 밤

어두운 물결

위를 비추던

불빛만이

내게 남은 마지막 추억


나에게만 멈춰 있던 기억에

더는 보지 못할 니 모습들만

이별을 강요해

떠난 것도

단 한번 남겨진 옛 추억도

너의 마지막 선물이라

날 위로해*


아직 난 늘 같은 시간 속에

머문 널

보내지 못해

**


이미 널 닮아 버린 나

아직 니가 필요해

이렇게 기도해

너의 마음속엔 없는 바다에

넌 왜


오 왜

음 왜

이별을 강요해

떠난 것도

단 한번 남겨진 옛 추억도

너의 마지막 선물이라

날 위로해


너에게 난

편치 못할 병이라 생각해


2007년에 발매된 김사랑의 앨범 <<U-Turn>>에 수록된 <위로>. 제목 그대로 위로가 필요한 날, 발라드도 싫고 R&B도 싫고 하드코어 록도 싫다면 모던 록으로 가보자.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 줄 충분한 위로가 되는 곡. 모던 록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앨범을 꼭 들어보시라. 오랜만에 귀가 호강하는 듯한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선사해줄 숨은 보석 같은 앨범. 모든 노래가 좋지만,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괜찮아>, <하루살이>도 추천한다.


가수 김사랑을 요즘 세대인 90년생들은 아마 모를 수도 있겠다. 세기말이었던 1999년 데뷔 당시, 모 이동통신사 CF 카피로도 쓰인 1집 앨범 제목은 <<난 열여덟 살이다>>. 제목처럼 실제 김사랑은 18세 소년이었는데 이미 작사, 작곡, 편곡 등의 전체 프로듀스 능력을 갖춰 본인의 앨범을 완성했고, 기타, 드럼, 베이스, 건반 등의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천재 소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대중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타이틀 곡 <Mojorida>는 전자음이 배합된 하드록 곡으로, 가상현실일 뿐인 이 세상을 모조리 다 바꿔버리라고 외치고 입을 딱 벌릴만한 랩까지 선보이며 대중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반해 <Feeling>에서는 굉장히 감미로운 창법을 구사하며,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는 갖기 힘든 감성을 충분히 표현해 내, 지금까지도 ‘아~ 이 노래!’ 하는 명곡으로 남고 있다. (나의 노래방 18번 곡임)


하지만 김사랑은 2001년 두 번째 앨범을 내고 종적을 감췄다. 항간에는 음악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났다, 은퇴했다는 소문과 함께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떠돌 정도로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것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잊혀지기 시작했고 6년 만인 2007년, 세 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는 꾸준히 작업실과 홍대를 왔다 갔다 하며 음악 내공을 꾸준히 키웠다고 한다)

내가 김사랑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던 친구가 생일 선물이라며 3집 앨범을 주었고, 당시 나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다음은 벅스 뮤직에서 소개하는 김사랑에 관한 글이다.


<<Keiko Lee처럼 김사랑도 그만의 음악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화려함보다는 더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 것 같다. 데뷔 앨범이나 이듬해 나왔던 그의 두 번째 앨범에 비해 더욱 '밴드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고, 그 당시 앨범이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그것이었다면, 지금 그가 들려주는 노래는 좀 다른 공격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 것 같다. 소리 지르고 험하고 세게 얘기하는 것보다도 '내면의 속삭임' 또한 나의 의사를 상대에게 가슴을 후벼 파듯이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U-Turn" 어찌 보면 그래서 그의 앨범 타이틀이 U-Turn 이 된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의 새 앨범은 지극히 밴드 친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별 다른 기교가 보이지 않는 편안한 스트로크의 기타 어레인지와 깊숙이 자신 안에 있는 깊은 얘기까지 꺼내 줄 것 같은 절제된 그의 보컬 창법과 무엇보다 그의 생각들이 잘 투영되는 그가 직접 쓴 가사들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귀가 아닌 가슴으로 그의 음악을 접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김사랑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노래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위로>라는 곡은 김사랑 데뷔 당시의 하드 록 분위기와는 다르게, 좀 더 성숙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예전에는 ‘이게 내 음악이야, 내 생각이고 가치관이라고’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난 말이야... 들어볼래?’하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듣기 편하게, 완성되어 가는 그의 음악이 좋다.


이번에는 또 어떤 곡으로 마음을 일렁이게 할까, 기대감과 설렘으로 들었던 김사랑의 3집 앨범. 그중 <위로>는 단연 최고로,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는 듯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해 변함없이 매력적인 김사랑의 보이스가 듣는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잔잔한 멜로디에 빠져 들어서 괴로움도 슬픔도 다 잊게 되는데, 반복해서 듣다 보면 시적인 가사가 들린다.


그 밤

어두운 물결

위를 비추던

불빛만이

내게 남은 마지막 추억


나에게만 멈춰 있던 기억에

더는 보지 못할 니 모습들만

이별을 강요해

떠난 것도

단 한번 남겨진 옛 추억도

너의 마지막 선물이라

날 위로해


들뜬 마음으로 떠난 사랑하는 사람과의 축제 같던 바닷가 여행. ‘그 밤/ 어두운 물결/ 위를 비추던/ 불빛만이/ 내게 남은 마지막 추억’. 단어와 어절 하나하나를 강조하며 음을 자유자재로 붙여 부를 때, 이미 그의 추억은 노래를 함께 듣고 있는 사람의 옛 추억까지도 소환시킨다.


아름다웠던 기억은 나에게만 멈춰있고, 당신에게는 이미 끝난 것이라서... 더는 보고 싶지 않은, 차마 보지 못할 당신의 모습들이 생각나. 추억이 아프게 돌아와서 나에게 이별을 강요하는 지금 이 순간. 그 추억이 나에겐 선물이고 위로라고 생각해.

당신에겐 지금, 때때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나요?


+ 김사랑의 <위로>와 엮고 싶은 곡은 어반자카파의 <위로>.


<위로> -어반자카파


나 그대의 외로움

모두 알아줄 순 없지만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

안아 줄 수 있다면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면


*잠들 수 없는

쓸쓸한 밤엔

그대 곁에 있어주고


참을 수 없는 눈물

흘리는 그대 두 눈

닦아준다면*


나 그대의 외로움

모두 알아줄 순 없지만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

안아 줄 수 있다면


그대 그 모든 말들

이해할 순 없어도 늘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들어준다면

**


나 그대의 괴로움

모두 헤아릴 순 없지만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

안아 줄 수 있다면

이유조차 모르는

아픔과 슬픔 그 속에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면


‘믿듣어반’이라는 말, 아는 사람? ‘믿고 듣는 어반자카파’라는 뜻이란다. 이런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팬덤을 형성한 국내 최고 혼성 3인조 그룹 어반자카파. 2014년에 발매한 어반자카파의 정규앨범 <<04>>의 타이틀곡 <위로>. 권순일이 작사, 작곡했다. 어반자카파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 ‘#2. 봄’ 글에 자세히 소개했으니 패스.


나 그대의 외로움

모두 알아줄 순 없지만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

안아 줄 수 있다면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면


살면서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 어떤 사람의 말로도 위로가 안 되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오롯이 나 혼자 그 아픔을 감당해야 하는 순간. 나와의 싸움. 아무 말 없이 안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시라.

지금은 없어졌지만, 몇 년 전에 휴대폰으로 피아노 연주를 해서 점수도 내고 기록도 내고, 본인이 연주한 곡을 녹음 및 재생도 하는 피아니스트 게임 어플이 있었다. 집에 피아노도 없고, 안타깝게도 음대 갈 거 아니면 피아노는 바이엘까지만 배우면 된다며 내가 좋아라 하며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갑자기 끊어버린 엄마 덕분에 난 피아노를 못 친다.


그런데 한 동안 이 게임을 하면서 내가 정말 피아니스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좋아하는 곡을 손가락으로 연주하면서(사실 리듬만 따라 함) 힐링이 무척 됐었는데 내가 제일 많이 연주했던 곡이 바로 어반자카파의 <위로>. 따라 치기 가장 쉽기도 했지만, 실제로 악기를 연주하면 누군가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것이 바로 음악의 카타르시스 효과인가. 피아노 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슬프고 외로울 때 글이 더 잘 써지는 것처럼.


잠들 수 없는

쓸쓸한 밤엔

그대 곁에 있어주고

참을 수 없는 눈물

흘리는 그대 두 눈

닦아준다면


피아노와 스트링의 아름답고 잔잔한 선율. 늦은 밤, 집 안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를 감싸 안아주기에 충분한 노래. 이것이 어반자카파 스타일의 위로. 더 이상 긴 말하지 않겠다. 백 마디 말이 한 번 들어보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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