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내가 남자 친구라면> / 이승환,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내가 남자 친구라면> -토이(TOY)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모자를 쓰고
아주 좋은 냄새에 빵집에 들러 먹을 걸 사고
비디오 가겔 들어가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를 고민 고민 고르네 어느새 어둠은 내 곁에
난 행복해 음~ 나는 외로워 음~
pizza를 먹고 커필 마시며 TV를 켜네
새로 산 CD 한 장 니가 좋아한 노래 가득히 내 방에
버릇처럼 컴퓨털 켜고 무슨 편지라도 왔을까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봐 어느새 별빛은 창밖에
난 행복해 음~ 나는 외로워 음~
그래
*달라진 건 없어 너 하나만 빠진 것뿐
이런 하루 위에 널 얹으면 어떨까?
생각만으로 웃음이 나
너와 영활 보고 쇼핑하고 밤새 외워둔 얘기로
널 웃기고
때론 다투기도 하고 널 달래주고
너와 함께 장을 보고 널 위한 저녁식사 만들어 주고
내 차로 널 집 앞에 그리고 입맞춤*
항상 그렇듯 친구들 모여 밤 지새네
세상 사는 얘기와 여자 얘기로 웃기도 하지
발갛게 오른 얼굴들 차가운 맥주에 취하네
나도 알아
**
너와 잠이 들고 눈을 뜨고 와인 앞에 두고
함께 술에 취하고
조금 풀린 눈으로 사랑을 하고
너와 함께 꿈을 꾸고 멀리 둘만의 여행 가방을 싸고
내 모두를 다 주고 너만을 사랑해
오늘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곡 <내가 남자 친구라면>은, 2001년 토이 콘서트를 기념으로 발매된 <<Live Toy>>앨범에 세 번째로 수록돼 있다. 원곡은 같은 해 발매된 5집 <<Fermata>>인생 노래 TOP 10을 뽑아보자면 거기에 들어갈 만큼 나에게는 중요하고 소중한, 그런 노래. 사실 알려지는 게 싫어서 사람들에게 들어보라고 권유해 본 적이 지금까지 맹세컨대 단 한 번도 없다. 이 노래를 안 지 벌써 18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유를 짐작하시겠지만, 첫사랑이 나에게 들어보라고 처음으로 알려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쑥스)
노래 좋아하는 한국인치고 토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토이’는 그룹이 아니라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을 지칭한다. 노래만 부르는 가수보다는 서울대 작곡과를 나온 인재로서, 작곡가 기질이 더 강한 본인의 장점을 알았기 때문일까. 1집부터 주변에 노래 좀 부른다는 가수들이 그의 앨범에 참여하는 것이 토이만의 오랜 전통이자 방식이고 사람들도 그걸 좋아한다. 한 앨범을 들으며 취향이 같은 여러 가수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이런 얘기해서 유희열 옹에게는 죄송하지만, 고음이 불안한 건 사실이잖아요. 참고로 저는 토이 팬입니다)
1994년 데뷔한 후 7장의 정규앨범과 베스트 앨범, 라이브 앨범, 컴필레이션 앨범까지 합치면 총 10장의 앨범을 냈다. 2024년이면 데뷔 30주년이 될 터인데 그 시간들에 비하면 왠지 적은 숫자의 앨범 같지만 이외에도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하고, 동료 가수들에게 곡도 써주고, 라디오 진행 및 음악 방송 출연도 꾸준히 해주시고(토이를 알고 싶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라! 왜 그가 감성변태인지 알 수 있다) 영화 OST 작업도 드문드문하셨다. <<Live Toy>>앨범은, 국내 최고의 세션과 이승환, 윤종신, 성시경, 이적, 이장우, 김연우, 김형중 등이 보컬로 참여했던 수작이다. 콘서트 실황을 녹음했기 때문에 앨범을 듣고 있으면 공연장의 생생한 기운과 감동이 그대로 전달된다.
시원시원한 보이스와 호소력이 매력적인 가수 김형중이 부른 토이의 <좋은 사람>은 5집 앨범 수록곡인데, 사실 5집 앨범의 타이틀 곡은 <내가 남자 친구라면>이었다. 결국 이 곡은 재야에 묻히게 됐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타이틀 곡으로 인기를 얻기엔 이 노래가 한 사람의 연애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감정들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이의 여리고 감수성이 충만한 오랜 팬들은 사랑하기 그지없는 곡이지만, 대중들은 이런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포함하기 때문에 5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 번은 해봤고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짝사랑 노래인 <좋은 사람>을 미는 것이 옳았던 선택 같기도 하다.
모든 가수들의 앨범이 그들에겐 다 귀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좋고 음악 세계가 분명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대중성이나 인기가 없으면 더 이상 음악 작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나는 필요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 노래를 내세우는 게 맞다고 본다. 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하는 노래가 명곡이기도 하니까.
<내가 남자 친구라면>은 곡의 첫 간주 부분부터 흥겹고 신이 난다. 경쾌한 기타음으로 시작해, 습 습습뚜~ 습 습습뚜~ 하는 코러스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즐거움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모자를 쓰고
아주 좋은 냄새에 빵집에 들러 먹을 걸 사고
비디오 가겔 들어가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를 고민 고민 고르네 어느새 어둠은 내 곁에
난 행복해 음~ 나는 외로워 음~
그래 달라진 건 없어 너 하나만 빠진 것뿐
이런 하루 위에 널 얹으면 어떨까?
생각만으로 웃음이 나
이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는 여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사랑에 빠진 자신의 일상과 그 여자가 내 하루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그런 상상이 귀엽다.
이 곡을 처음 소개해준 나의 첫사랑은, 자전거 타기를 즐겨했다. 사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내 앞을 지나갈 때, 처음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침 그때 불어오던 바람, 따뜻한 오후 햇살, 내가 좋아하는 가을 공기까지... 갑자기 그렇게 내 마음에 들어왔다. 베레모가 굉장히 잘 어울리던 사람. 음악을 미친 듯이 좋아하고, 농구를 잘했다. 키 크고 잘생긴 편인 데다가 노래도 잘 부르고 춤까지 잘 춰서 많은 여자애들이 좋아했다. 영화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는데, 나중에 소문을 통해서 영화를 전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와 영활 보고 쇼핑하고 밤새 외워둔 얘기로
널 웃기고
때론 다투기도 하고 널 달래주고
나의 첫 남자 친구.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거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결국 이뤄지지 않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고 추억이었다. 아직은 순수하고 세상을 모르던 때라서 더 서툴렀고, 좋아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그것을 잘 표현하는 방법도 몰랐고 상처가 됐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때 10대였고 휴대폰이 없던 때였기 때문에, 아버지 휴대폰으로 밤마다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고 그 아이도 전화를 주었던 기억이 난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밤새 통화를 자주 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할 말이 서로에게 많았을까.
항상 그렇듯 친구들 모여 밤 지새네
세상 사는 얘기와 여자 얘기로 웃기도 하지
발갛게 오른 얼굴들 차가운 맥주에 취하네
나도 알아
지금 나이면, 결혼을 했겠지.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니까 어릴 때 친구들도 자주 만날 거고. 세상 사는 얘기, 일 얘기, 부인 얘기, 아이 얘기를 할 나이가 됐네. 그 사소한 대화들 속에서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니가 기억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충분해. 그때 이후로 너는 나에게... 충분히 넓은 세상을 선물해줬으니까. 행복하게 잘 살기 바랄게. 진심으로. 고마운 사람.
+ 토이, <내가 남자 친구라면>과 엮고 싶은 곡은 이승환,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이승환
오랫동안 숨겨왔던 내 마음들을 이제 말할게
고백할게 우습겠지만 실은 내가 널 좋아했던 걸
눈이 오던 어느 겨울밤
너는 많이 취했었고 울었었지
*이제 알아 너의 그런 맘
그땐 아무것도 몰라 웃었지만
마음 같진 않았어
넌 나와 다를 테니 (그렇지 않아)
정말 큰일이 난 것만 같아
이제 우리는 (이제 우리는) 사랑해*
죽음까지 함께 하기를
이별이란 없을 테니
**
아무래도 난 괜찮아 그토록 원한 너 있으니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아
이별은 없는 거야 (영원히 함께)
지금 이 마음으로
이제 알아 너의 그런 맘
대한민국 가요계에 유희열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신 분. 뮤지션 이승환. 기획사 드림팩토리의 사장님이시기도 하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천일동안>, <... 사랑하나요?!> 등 주옥같은 명곡을 남긴 한국 라이브계의 지존, 국내 음악계의 자존심이라고도 불린다. 데뷔 30년차인 지금까지도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린 왕자 같이 늙지 않는 방부제 외모로도 유명하다. 이승환의 1997년 베스트 앨범 <<His Ballad [Original Limited Edition]>>에 수록된 곡 <그들이 사랑하기까지>는 가수 강수지와의 듀엣곡이다. 강수지의 여리고 투명한 목소리와 이승환의 섬세하고 정제된 음색이 잘 어울리는 버리기 아까운 명곡.
요즘은 대세인 남자 가수, 여자 가수들이 콜라보로 많이 작업하는 형태가 듀엣곡이지만 예전에는 드문 작업이었고 흔치 않아서 더 관심이 갔다. 내가 듀엣곡이라는 형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주영훈, 이혜진이 부르고 영화 <<연풍연가>> 주제곡으로 쓰였던 <우리 사랑 이대로>였는데, 그다음으로 듀엣곡의 매력에 빠진 게 <그들이 사랑하기까지>다. 노래 안에서 사랑하는 남녀의 마음이 하모니를 이룰 때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아름다운 듀엣곡이 탄생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가수들은 감정을 잘 잡고 잘 쓰는데 기본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연기에 도전하는 가수들이 많은데 사실 이미 가수 데뷔 후, 연기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 조심스러운 도전이기도 하다. (여기서 뜨끔할 흑 역사를 가진 가수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함) 반대로 연기자가 가수로 데뷔해 인기를 얻는 경우는 많지만.
오랫동안 숨겨왔던 내 마음들을 이제 말할게
고백할게 우습겠지만 실은 내가 널 좋아했던 걸
눈이 오던 어느 겨울밤
너는 많이 취했었고 울었었지
<그들이 사랑하기까지>는 말 그대로 서로 사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고백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커플들을 위한 노래이지 않을까. 배경은 눈이 오는 어느 겨울밤. 여자가 취해서 울었다. 더 이상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괴로운 마음에 술을 마시고 드디어 고백을 한 것일까.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참 사연 없는 연애도 없는 것 같다.
눈 오는 겨울밤, 그리고 차 안.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한 도로 위에서 들으면 좋을 노래. 그 분위기를 잘 타서 고백을 한다면, 서로 호감이 있는 경우에 성공률이 최소 90%는 넘지 않을까 싶다.
죽음까지 함께 하기를
이별이란 없을 테니
아무래도 난 괜찮아 그토록 원한 너 있으니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아
이별은 없는 거야 (영원히 함께)
지금 이 마음으로
이제 알아 너의 그런 맘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순간에, 죽음까지 함께하고 싶고 이별이란 영영 없었으면 하는 그 뜨거운 마음을... ‘얼마나 잘 지키면서 앞으로 남은 사랑을 할 것이냐’가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과제이자 수많은 연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
바라기만 하면 안 되고, 먼저 주려고 하는 사랑.
늘 처음과 같은 매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각자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같은 길을 가기 위해 자기를 하나씩 버릴 때...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게 아닐까.
어차피 사랑하며 살 시간도 모자라는 아까운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