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 <이별 택시> / 이현우, <요즘 너는>
<이별 택시> -김연우
건너편에 니가 서두르게
택시를 잡고 있어
익숙한 니 동네
외치고 있는 너
빨리 가고 싶니
우리 헤어진 날에
집으로 향하는 너
바라보는 것이 마지막이야
내가 먼저 떠난다 택시 뒤창을 적신
빗물 사이로 널 봐야만 한다
마지막이라서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달리면 어디가 나오죠
빗속을
와이퍼는 뽀드득 신경질 내는데
이별하지 말란 건지
청승 좀 떨지 마라 핀잔인 건지
술이 달아오른다 버릇이 된 전화를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내 몸이 기운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귀찮을 텐데
달리면 사람을 잊나요
빗속을
지금 내려버리면 갈 길이 멀겠죠
아득히
달리면 아무도 모를 거야
우는지 미친 사람인지
가수 김연우는 ‘가수’라는 수식어가 그보다 더 어울릴 수 없을 만큼 최고급 명품 보이스의 소유자로, 제목만 불러도 다 알 정도의 수많은 발라드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아름다운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거짓말 같은 시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등) 김연우는 1998년에 1집 앨범을 발매했지만 20년 동안 작업한 본인의 정규 앨범은 사실 5장뿐인데 어떻게 이런 히트곡들을 보유하고 있을까?
본인의 앨범보다 주로 ‘토이’의 객원보컬로 왕성한 작업을 했었고, 그에 못지않게 영화와 드라마 OST 작업도 활발하게 했기 때문. (김연우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극의 서사를 진행시키거나 고조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본다) 은근히 TV 출연도 왕성하게 하셨다. 주로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같은 노래 대결 프로그램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에도 사실 아무나 나올 수 없다는 사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가수라는 이야기다.
건너편에 니가 서두르게
택시를 잡고 있어
익숙한 니 동네
외치고 있는 너
빨리 가고 싶니
우리 헤어진 날에
집으로 향하는 너
바라보는 것이 마지막이야
내가 먼저 떠난다 택시 뒤창을 적신
빗물 사이로 널 봐야만 한다
마지막이라서
<이별 택시>는 2004년, 김연우의 2집 앨범 <<연인>>의 수록곡으로 대표적인 이별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두 남녀가 지금 막 이별을 하고, 여자는 택시를 불러 자신의 동네를 외치며 빨리 떠나려고 하는 상황. 하지만 남자가 먼저 선수를 쳐서 택시를 타고 떠난다. 택시 뒤창으로 흐려지는 너의 모습. 때마침 내리는 비. 빗물 사이로, 나는 너의 마지막을 본다.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이 노래의 가사에 나는 처음 듣자마자 매료돼버렸다. 멜로디 라인과 딱 떨어지는 가사와 운율, 분위기까지...
노래는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든 노래 하나로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이 탄생되기도 하고 노래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하는 가수의 의상과 헤어, 액세서리, 유행하면 전 국민이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랫말까지... 이쯤 되면 대중가요는 대중문화의 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너무 비약이라면 저의 짧은 소견으로 이해해주시길)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달리면 어디가 나오죠
빗속을
이 노래의 클라이맥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멀쩡한 남자가 택시를 타자마자 목적지는 얘기 안 하고 울기만 하는데, 어이가 없기도 하고 딱하기도 한 이 상황. 나도 가끔 택시 기사님들께 묻고 싶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우는 손님이 택시를 타냐고.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이 상황이 자칫 이번 포스팅을 끝도 없이 우울하게 만들 것 같아서, 메인 사진은 한 동안 유머 게시판에서 주가를 올리던 강아지 짤로 장식해봤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촉촉한 눈을 한 강아지가 차창 밖을 내다보는 사진...
강아지 왈, ‘아무 데나 가주세요...’ 이 사진을 보자마자 <이별 택시>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그나저나 달리면 어디가 나오냐니... 강릉? 대전? 부산? 사는 곳을 말해야 기사님도 집에 갈 거 아니니... 대체 기사님이 무슨 죄라고! 그래, 오늘 이별했으니까 이 정도 꼬장은 봐줄 맘 좋은 기사님 만났겠지.
와이퍼는 뽀드득 신경질 내는데
이별하지 말란 건지
청승 좀 떨지 마라 핀잔인 건지
술이 달아오른다 버릇이 된 전화를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내 몸이 기운다
전체적인 가사는 참 좋은데, 듣다 보면 약간 웃기기도 하다. 이제 기사님도 모자라서 애꿎은 와이퍼에게까지 시비를 거는 남자. 와이퍼가 앞 유리창 좀 닦았다고 신경질로 듣고, 자기한테 청승 떨지 말라고 핀잔 주는 걸로 들리나 보다. 아이고, 청승도 모자라서 술까지 드셨쎄요~? 술 먹고 울고불고 의자에 눕기까지... 이런 가관도 없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귀찮을 텐데
달리면 사람을 잊나요
빗속을
지금 내려버리면 갈 길이 멀겠죠
아득히
남자는 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이제 우는 손님을 귀찮아할 기사님의 마음까지 헤아려본다. 그런데 아직도 어디로 가야 되냐고, 기사님께 목적지를 물어보는 걸로 봐서 술이 덜 깬 건 분명한데... 여기서 취중진담이라고, 이 노래를 한 편의 영화라고 쳤을 때, 최고의 대사가 나온다. 달리면 사람을 잊나요? 하... 마음을 후벼 파는 가사란 이런 게 아닐까. 달려서 사람을 잊을 수 있다면 12.195 킬로미터 마라톤을 대체 몇 백 번을 뛰어야 했을까?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심장이 찢어져서 피가 철철 넘치는 것 같은, 여기저기 찢기고 시린 마음을 부여잡아 울부짖고 싶은, 달리던 택시에서 내려 무작정 내달리고 싶은 그런, 취한 밤, 아픈 밤을 안다면.
달리면 아무도 모를 거야
우는지 미친 사람인지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나는 지금 울고 싶을 뿐이니까. 그 사람 때문에 미칠 정도로 사랑했어야, 진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지.
+김연우, <이별 택시>와 함께 소개할 노래는 이현우, <요즘 너는>.
<요즘 너는> -이현우
우리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설레임이 나에겐 아직 남아 있는데
널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아직 그대로인데
요즘 너는 내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더 이상은 우리 사이
예전 같지 않아
나를 바보로 만들어버린
너의 미소도 이젠 더 이상 찾을 수 없어
*변한 건 없다고 넌 얘기하고 있지만
너의 마음이 떠났다는 걸 알아
이별의 준비를 너 하는 거라면
내게 말해줘 그런 거라면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얘기 하지만
난 항상 너이기를 바랬어
헤어지는 건 견딜 수 있지만
널 보내진 못할 것 같아*
그 누구도 날 구속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했었지 너를 만나기 전엔
하지만 너는 사랑을 내게 가르쳐주고
너 없이는 하루라도 견딜 수 없지만
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 너의 눈빛은
나는 이제 느낄 수 없어
**
이현우의 <요즘 너는>이란 곡은, 2000년에 발매된 그의 6집 앨범 수록곡이다. 이현우라는 90년대 최고 인기 발라더에 대해서는 앞서 <비가 와요>라는 노래에서 이미 내가 아는 만큼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패스. 이현우 6집 앨범 <<Virus>>는 <Marry me>라는 달달한 청혼 노래를 타이틀 곡으로, 이현우의 여심을 사로잡는 맨파워가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는 당시 중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은 나이였으므로 청혼가보다는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특히 막 첫사랑이 뭔지 느끼고 깨닫고 아파했던 꿈 많은 소녀 감성 feel이 충만한 상태였으므로 <요즘 너는>에 꽂히게 됐다.
우리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설레임이 나에겐 아직 남아 있는데
널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아직 그대로인데
요즘 너는 내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더 이상은 우리 사이
예전 같지 않아
나를 바보로 만들어버린
너의 미소도 이젠 더 이상 찾을 수 없어
나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설렘과 흥분, 기쁨, 떨림,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인데... 더 이상 그의 얼굴에서 나를 바라볼 때 환희에 찬 기쁨과 놀라움이 보이지 않을 때, 미소 짓지 않을 때, 그의 눈빛 속에 비치는 내가 슬퍼 보일 때, 조금씩 그가 내게서 멀어져 가는 걸 느낄 때... 나는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안이라는 게 뭔지를 느꼈던 것 같아.
손에 꼭 쥐고 있던 보물을, 넓고 먼 바다에 빠트렸는데 그 보물이 깊이... 점점 더 깊이 빠져가고 있는 걸 보고 있어야만 하는 그런 기분. 안타까움과 참담함, 발만 동동 구르는데 내가 어쩌지 못하겠는 그런 거.
변한 건 없다고 넌 얘기하고 있지만
너의 마음이 떠났다는 걸 알아
이별의 준비를 너 하는 거라면
내게 말해줘 그런 거라면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얘기 하지만
난 항상 너이기를 바랬어
헤어지는 건 견딜 수 있지만
널 보내진 못할 것 같아
차라리 니가 내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나도 헤어질 준비를 더 일찍, 천천히, 오래 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좋아하던 너의 얼굴, 내가 좋아하던 너의 미소, 너의 머리카락, 너의 어깨, 너의 손가락, 네가 자주 쓰던 모자, 자주 신던 신발... 사실 난 지금도 차곡차곡, 너의 모든 걸 기억 저편에 담아두고 있어. 눈을 감으면... 그때, 그 기온이, 너의 얼굴과 모습이 그려져.
그 누구도 날 구속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했었지 너를 만나기 전엔
하지만 너는 사랑을 내게 가르쳐주고
너 없이는 하루라도 견딜 수 없지만
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 너의 눈빛은
나는 이제 느낄 수 없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란, 그 사람의 세계를 내가 이해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함께 하는 것. 결국 그 세계가 내 것이 되는 것. 그에게 사랑을 배우면 배울수록, 더 깊이 빠져들어서 헤어 나올 수 없게 하는 것. 그러다 사랑이 끝나면, 거대한 세계를 온몸의 저항을 받으며 헤쳐 나오는 것. 언제 빠져나올지 모르는 끝도 없는 터널을 걷고, 뛰고, 헤엄치다 보면 길고 긴 여행이 끝이 나는 것. 나의 여행은... 어디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