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on.T, <양화대교> / 세령, <꽃길(Prod. By ZICO)>
<양화대교> -Zion.T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 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 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 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 보네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뚜루루루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엄마~~~
**
그때는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어디시냐고 어디냐고
여쭤보면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 양화대교
이제 나는 서있네 그 다리 위에
**
**
아마 사랑이라는 소재 다음으로 많은 노래 소재가 부모님이 아닐까. 부모님도 넓게 보면 사랑의 범주에 포함되긴 하지만, 대중가요에서 다루는 사랑은 주로 연인 간의 사랑이나 이별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끔 부모님을 소재로 한 노래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내 마음에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다. 그래서 소개하려고 하는 두 곡.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와 세령의 <꽃길>.
첫 곡은, 2014년 자이언티가 발매한 힙합 소울 스타일의 싱글 앨범 곡 <양화대교>.
<양화대교>는 자이언티가 자신의 실제 가족사를 떠올리며 만든 곡으로, ‘양화대교’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 발매 당시 대중은 물론 같은 동료 가수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가수 ‘거미’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른 <양화대교>역시 또 다른 감동이 있으며, 가수 ‘별’은 이 노래가 나왔을 당시 실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을 때여서 차 안에서 듣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여담이 있다.
벅스가 선정한 2014년 10월 ‘이달의 앨범 국내 편’ 선정 작품이기도 했다.
<“제게 양화대교는 아버지를 뜻합니다. 어느 날 문득 제가 가장이 된 것을 깨달았을 때, 노래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가 걸어간 ‘가장’이란 길을 이어받아 같은 위치에 서서 느낀 가족의 얘기입니다. 이 노래를 젊은 가장들과 모든 가족들에게 바칩니다.” (자이언티)>
자이언티를 알게 된 건, ‘도끼’나 ‘프라이머리’의 힙합 앨범에 참여해 피처링한 곡(예를 들면, <On my way>, <물음표> 등)을 통해서였기 때문에, 그의 특이한 목소리는 힙합 곡에서만 잘 어울린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양화대교>를 듣는 순간, 힙합에만 국한된 뮤지션이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이 사람에게는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고, 진짜 제대로 부를 줄 아는 아티스트구나, 생각했다.
현악을 비롯한 기타, 베이스, 드럼과 퍼커션 등 다양한 악기가 어울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곡은,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자이언티의 음색과 별다른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을 저리게 하는 마성이 있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 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 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그냥 그 자체가 서사다. 한 편의 소설이고 시고 에세이다. 동요 ‘섬집아기’나 ‘엄마야 누나야’ 같은 곡들과 비슷하게, 엄마와 누나에 대한 기억들에 덧붙여 택시 드라이버였던 아버지를 회상하고 있다. 새벽마다 퇴근하시던 아버지를 기다린 건지, 아버지의 주머니 속 별사탕을 기다린 건지... 어린 ‘나’는 아버지를 기다리다 전화를 걸고 말한다. “아빠, 어디야?” “응, 양화대교~ 아빠 거의 다 왔어 우리 막둥이~ 조금만 기다려.”
어른이 되기 전에는 이렇게 순수하게 부모님을 그리워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지금은 무슨 날이나 명절,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행사가 있어야 부모님께 안부를 묻거나 찾아뵙게 된다. 자식들이 클수록 부모와는 거리가 생기고 벽이 생기는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럽지만, 그 사이를 낸 깊은 갈등과 상처를 다 해결하지도 못한 채... 돌아가신 후에야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게 자식 된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언제까지나 내 곁에 계실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커 갈수록 부모님은 계속해서 작아진다는 것. 슬프지만 진실.
엄마~~~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엄마~~~’하고 마지막 음을 주욱 늘여서 부르는 이 부분에서는, 어린아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떼쓰고 우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 앞에서는 늘 어리광 부리고 싶고, 해주기보다 받기를 바라는 그런 게 자식들 아닐까. 사실 우리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이나 선물, 안부 등의 모든 시간, 물질, 에너지들을 다 합쳐도 나를 낳아주신 은혜와 키워주신 감사에 비하면 도저히 갚을 길이 없다. 부모님도 부모님의 인생이 있고, 인격이 있고 감정이 있는 것인데 부모라는 이름 때문에 너무 많은 것들을 버려 오시지 않았나. 때때로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너무 당연히 여기면서 사는 것 같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하는 후렴구에서 어느새 나의 가족들을 떠올리게 되고, 늘 미안하고 고맙지만 쑥스러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 노래가 대신해주어서 잠깐의 죄스러운 마음을 덜기도 한다.
+
자이언티, <양화대교>와 엮고 싶은 곡은 세정의 <꽃길>.
<꽃길(Prod. By ZICO)> -세정(구구단)
세상이란 게 제법 춥네요
당신의 안에서 살던 때 보다
모자람 없이 주신 사랑이
과분하다 느낄 때쯤 난 어른이 됐죠
한 송이 꽃을 피우려 작은 두 눈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을까
*Oh rewind 돌이킬수록 더 미안
포기 안 하려 포기해버린
젊고 아름다운 당신의 계절
여길 봐 예쁘게 피었으니까
바닥에 떨어지더라도
꽃길만 걷게 해 줄게요*
문득 쳐다본 그 입가에는
미소가 폈지만 주름이 졌죠
내게 인생을 선물해주고
사랑해란 말이 그리도 고마운가요
한 송이 꽃을 피우려 작은 두 눈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을까
**
겨울이 와도 마음속에
봄 향기가 가득한 건
한결 같이 시들지 않는
사랑 때문이죠
oh rewind 짧은 바람 같던 시간
날 품에 안고 흔들림 없는
화분이 되어준 당신의 세월
여길 봐 행복만 남았으니까
다 내려놓고 이 손 잡아요
꽃길만 걷게 해 줄게요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세정은, 그룹 ‘아이오아이’를 통해 데뷔하기 전부터 외모, 춤, 노래, 성격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해서 ‘갓세정’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주목받는 신예다. 2016년 이 노래로 활동할 당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라이브로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녹음한 음원보다 더 잘 부른다고, 음원을 삼킨 거 아니냐는 둥 댓글을 통해서도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생하는 엄마를 끔찍이 사랑하고 챙기는 모습 때문에 효녀 이미지 + 실력까지 두루 갖춘 진정한 아이돌이다. (한 유투버는 세정을 두고 ‘태연과 정은지 이후 오랜만에 감성돌’이라고 평할 정도) 엄마에게 이제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소감으로 말한 것이 화제가 되어, 노래 제목으로 쓰게 됐는데, 이 곡을 프로듀싱한 지코는 세정의 사연을 듣고 30분 만에 이 노래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정의하는 아이돌이란, 나이가 어리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수로서의 실력이 출중하고 다재다능하여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는 그런 가수를 지칭하는 게 맞지 싶다. 그냥 얼굴 예쁘고 몸매 좋고 춤 잘 춘다고 해서 다 아이돌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다 찍어내듯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입어서 사실 TV를 볼 때 특별히 어느 부분이 뛰어나거나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지 않으면, 솔직히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노래 이야기를 하자면, 현재 대한민국 힙합계를 실력으로 평정해버릴 만큼 실력파 뮤지션인 지코가 힙합 장르가 아닌, 이런 감성 터지는 발라드 곡을 작곡했다는 것 자체로 많은 사람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거기에 대세 중 대세 여자 아이돌 세정이 작업에 참여해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이 곡을 소화해냄으로써, 음원이 나오자마자 1위를 차지해서 본인들도 어리둥절했을 정도라고 밝힌 적이 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고급지고 부드러운 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마치 지휘하듯 이 곡에 구성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보다 더 꽃 같은 어머니를 향한 가사. 원래 가사 잘 쓰기로 유명한 지코인데 세정의 실제 가족 이야기까지 더해져 노래가 빛을 발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지코가 가사를 잘 쓰기 위해 국어사전을 늘 곁에 두고 읽는 습관이 있다는 점을 굉장히 높이 사고 싶다)
세상이란 게 제법 춥네요
당신의 안에서 살던 때 보다
모자람 없이 주신 사랑이
과분하다 느낄 때쯤 난 어른이 됐죠
부모님의 따뜻한 품 안에서는 모르다가, 황량한 세상에 나와서 짓밟히고 찢기다 보면 그제야 세상이 한없이 춥고 배고픈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때 우리는 어른이 됐다고 한다. 부모님이 나에게 준 사랑이 사실은 내가 잘해서, 잘나서 받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이 땅에 낳았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키우는 사랑. 나에게 그런 사랑을 해줄 수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만큼 똑같이 해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어릴 때는 ‘난 자식한테 모든 걸 다 해주는 멋진 부모가 될 거야’ 하고 스스로 큰소리쳤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다.
한 송이 꽃을 피우려 작은 두 눈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을까
Oh rewind 돌이킬수록 더 미안
포기 안 하려 포기해버린
젊고 아름다운 당신의 계절
여길 봐 예쁘게 피었으니까
바닥에 떨어지더라도
꽃길만 걷게 해 줄게요
나 같은 구제불능, 이기적이고 고집불통에 막돼먹은 사람을 자식이라고... 그 오랜 시간 동안 먹이고, 입히고 키워준 것만으로 대단한 우리 부모님. 나를 꽃피우려고 우리 엄마, 아빠는 남몰래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세상에 모든 부모는 그래서 다 대단하다.
나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고 포기한 우리 부모님. 그래서 내가 잘되는 게 결국 부모님을 빛내는 길이다. 그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효도라는 생각이 든다. 미우나 고우나 언제나 자식 걱정하시는 부모님에게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은 게 사실 모든 자식의 마음 아닐까. 그래서 이 노래가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 시절 글쓰기는 잘했지만 그림은 못 그렸던 내가, 미술 숙제를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 생각보다 그림을 잘 그려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10남매 중 다섯 번째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하며 큰 우리 엄마는 아마 큰 아들로 태어났거나 아니면 집안 형편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미대에 갔을 거다. 즉, 엄마에게도 재능이 있고 꿈이란 게 있다는 것. 자식들이 관심이 없어서 물어보지 않을 뿐이다.
물론, 요즘은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모라고 할 수도 없는 인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들도 어떤 이유나 백그라운드에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부모에게 무한한 사랑과 용납과 이해를 받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 자식이라고 해도 어떻게 사랑을 해줘야 하고 보살펴야 하고 키워야 하는지 모르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거다. 부모 노릇을 어떻게 하라고 아무도 가르쳐주지는 않으니까.
oh rewind 짧은 바람 같던 시간
날 품에 안고 흔들림 없는
화분이 되어준 당신의 세월
여길 봐 행복만 남았으니까
다 내려놓고 이 손 잡아요
꽃길만 걷게 해 줄게요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핏덩어리인 나를 안고, 그날 엄마가 나를 보며 느꼈을 기쁨과 환희, 신비와 같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서 분명 나를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하게 키울 거라고 다짐했을 텐데...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그런 엄마에게 효도는커녕 상처만 주고, 엄마는 이제 훌쩍 커서 대드는 딸을 보며 매일매일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이기 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에... 내 뿌리가 양분을 먹고 자랄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화분이 되어준 당신. 당신의 세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