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W,<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강타
오늘같이 이러한 창밖이 좋아
비가 오니까
찻집 유리창에 팔을 기대고 기다리네
그대는 우산도 없이 뛰어 올 거야
그대 젖은 얼굴 닦아줘야지
아니야 그대는 안 올지도 몰라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오늘같이 이러한 창밖이 좋아
슬프기는 하지만
창밖을 보며 편지를 써야지
비가 내린다고*
찻잔에 눈물이 떨어지는데
그대는 오지를 않네
이 비가 그치면 그대 와줄까
비야 내려오지 마
**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는 원래 발라드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신승훈의 곡이다. 이 곡을 2001년 강타의 첫 솔로 앨범 <Polaris>에서 리메이크 해 불렀다. 대부분의 리메이크 곡이 원곡을 따라가지 못하는 반면, 강타가 재즈 풍으로 재해석 해 불러서인지 리메이크 곡도 참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강타가 재즈를 한다니!
잠시 <Polaris> 앨범 소개를 하자면 타이틀 곡 <북극성>과 <스물셋>, <그 해 여름>과 같은 강타의 대표곡뿐만 아니라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Rainy day)>, <하얀 얼굴로>, <오! 그대를>과 같은 재즈곡도 들어있다. 대한민국 대표 아이돌 H.O.T 때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진짜 뮤지션으로 거듭난 강타. 이 앨범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소싯적에 강타 좀 좋아했다 하는 분들은 전체 앨범을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부제가 ‘Rainy day’이기도 한 만큼, 이 노래는 비 오는 날 들으면 그 분위기와 매력이 배가 된다. 강타라는 가수 자체의 음색도 좋고 박자나 리듬감을 봤을 때도 다양한 노래를 소화해 낼 정도로 노래 해석력이 좋기도 하지만, 재즈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과 대선배인 신승훈의 명곡을 부를 생각을 했다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나는 노래를 들을 때, 전반부에 나오는 간주의 느낌과 앞에 두 세 마디 가사를 들어보다가 후렴으로 들어가는 첫 소절까지 들어보고, 이 노래가 어떤 분위기겠구나 하고 잡은 감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노래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한다. (작곡가들에게는 실례일 수 있지만 자기 취향에 맞는 노래를 골라 듣는 건 자유니까)
이 곡은, 초반에 부드러운 피아노음과 함께 쏟아지는 빗소리, 마음을 타고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이 잘 어우러져서 시작부터 궁금하게 하다가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자 첫 가사를 부르는 강타의 음색에 저절로 빠져들게 된다. 이후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강타의 간드러진 콧소리를 계속 듣게 된다. 비 내리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편지를 쓰는 남자라니. 아...... 손 편지 받아본지도 오래네.
찻잔에 눈물이 떨어지는데
그대는 오지를 않네
이 비가 그치면 그대 와줄까
비야 내려오지 마
그런데 가사를 잘 보면,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그 사람은 오지를 않고 결국 찻잔에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이 남자. 이 정도 되면 청승 과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의 마음을 돌리려고, 새 남친과 놀러 간 리조트까지 쫓아가서 영애의 연두색 마티즈를 일자로 긁어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대범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유지태가 이영애를 잊지 못하고 비 내리는 봄날, 창밖을 쳐다보면서 <미워도 다시 한번>을 목청껏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의 노래라기보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마음이 여리고 소심한 남자가 사랑에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게 된 영화. 더불어 이영애가 나쁜 X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에 나오는 화자가 남자라면, 아마 오지 않는 이영애를 기다리며 눈물방울을 떨구며 편지를 쓰는 유지태와 같은 감성을 가진 순수 청년이 아닐까. (이건 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나쁜 남자보다 순수 청년이 더 좋던데)
비 오는 날, 카페를 가거나 문득 창밖을 보게 된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추천합니다.
+
강타의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와 엮을 곡은 W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W
이 맘 때쯤 너는 항상 조금씩 말이 없어지네
날 위한 생선 한 조각도 너는 잊어버린 걸까?
밤새 펜촉 긁는 소리 좁은 방 온통 어지러운
스크린 톤
차마 눈치 없이 너를 조를 수 없었네
*비 내리는 아침 어느새 가득 웅크린 채 잠든 너의 곁에
가만히 난 누웠네
반짝 빛나던 네 손끝에
흘러가는 꿈 한 자락
나는 너를 믿을게
나는 널 기다릴게*
차가운 전화벨 소리 도대체 무슨 얘긴 걸까?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너는 울고만 있었네
**
높게 귀를 세우고 동그란 나의 눈으로
변함없이 착하게 나는 널 기다릴게 이제
W라는 그룹 소개를 먼저 하겠다. W는 팝 락 밴드 코나 출신의 세 멤버가 결성한 ‘Where The Story Ends’가 'W'로 그룹명을 바꿨다. ‘W'가 자신들이 그룹명을 제목으로 2005년에 내놓은 두 번째 앨범. 일렉트로니카를 기본으로 친숙하고 다채로운 팝 스타일이 혼합된 노래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아끼는 소장 앨범이다. 타이틀 곡은 <Shocking pink rose>. W라는 그룹을 알고 싶다면 들어보시길 권한다.
이 맘 때쯤 너는 항상 조금씩 말이 없어지네
날 위한 생선 한 조각도 너는 잊어버린 걸까?
밤새 펜촉 긁는 소리 좁은 방 온통 어지러운
스크린 톤
차마 눈치 없이 너를 조를 수 없었네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는 이 앨범의 6번째 수록곡으로, 일렉트로닉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비 내리는 아침, 복잡한 마음을 잔잔하게 위로해주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이 노래는 화자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점에서 더 독특한데, 노래 제목 그대로 만화가인 주인을 배려하는 사려 깊은 고양이다. 우울해 보이는 주인이 자기를 위한 생선 한 조각도 챙겨주지 않지만, ‘차마 눈치 없이 너를 조를 수 없’ 다는 생각을 하는 기특한 고양이.
반짝 빛나던 네 손끝에
흘러가는 꿈 한 자락
나는 너를 믿을게
나는 널 기다릴게
높게 귀를 세우고 동그란 나의 눈으로
변함없이 착하게 나는 널 기다릴게 이제
고양이라는 동물 자체가 강아지와는 달리 눈치를 잘 보고 사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가지고 놀며, 언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특성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그래서 더 사람 같은. 가끔은 고양이들의 눈을 마주 보고 있으면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힘내’하는 것 같다.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뭘 고민하는지 아는 반려 동물. 나는 널 믿고 기다릴 거라고 언제나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강아지 혹은 고양이. 그래서 가끔은 사람보다 동물이 낫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거 같다.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울고 싶은 날, 혼자이기보다는 고양이 한 마리가 물끄러미 나를 지켜봐 주는 것도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