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십 년이 지나도> / <난>
<십 년이 지나도> -박진영
미안해 너도 금방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괜찮지?
그래 난 괜찮아
너만 그 사람이 좋다면
난 웃으며 널 보내줄 수가 있어
하지만 왜 자꾸만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나
널 쉽게 잊고 살 거라 말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
*날 지켜봐 두고 봐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난 너만을 사랑하고 있을 거야*
그래 난 괜찮아
니가 떠나도 난 괜찮아
혼자서도 사랑은 계속될 테니까
하지만 왜 자꾸만
우리 사랑도 머지않아
빛바랜 추억일 거라 말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
**
두고 봐 십년이 뭐야
내가 죽는 날까지
내게 사랑은 오직 너 하나뿐야
**
오늘은 주제별 선곡이 아닌, 가수 특집 편으로 노래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제1탄은 가수 박진영. JYP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한 JYP엔터테인먼트의 사장 겸 가수. 1994년 <날 떠나지 마>로 가요계에 핵폭탄처럼 등장한 후,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절대 꿇리지 않는 자신감과 외모 부심, 거기에 명석한 두뇌를 겸비한 그는 댄스면 댄스, 발라드면 발라드, 팝이면 팝... 음악과 함께 살고 죽는 진짜 가수다.
<청혼가>, <엘리베이터>, <그녀는 예뻤다>, <Honey>, <난 여자가 있는데> 등 불후의 명곡들을 남긴 총 7장의 정규앨범과 수많은 싱글 앨범, OST 작업을 했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96년에 이미 한국 가수 최초로 전곡을 영어로만 부른 팝 앨범도 발매했었다는!)
그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직도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며, 많은 후배 가수들을 양성하는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물론 그의 타고난 음악 실력과 끼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는 매일 규칙적인 스케줄대로 산다. 이른 아침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나 발성을 하고, 노래 및 작곡을 하고,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도 잊지 않는 부지런함. 자기 관리가 뛰어나기 때문에 롱런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런 것도 사실 실력이라 생각한다.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이렇게 자기만의 규칙이 있고 정해진 룰대로 산다. 그냥 맘대로 먹고 자고, 갑자기 악상이 떠오르거나, 떠오르는 글이 있어서 끄적댄다고 명곡이나 명작이 나오는 게 아닌 것이다. 물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휴대폰을 이용해서 메모를 해두거나 그날 내로 그것을 작품으로 구체화시키는 게 좋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속-반복-예외 없이 하루를 관리하는 사람만이 매일의 훈련을 통해서 좋은 작품도 뽑아낼 수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소설가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글도 매일매일 읽고 쓰는 훈련이 있을 때 그것이 쌓여서 빛이 나는 작품이 탄생하는 법)
가수 JYP의 명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 사설은 이쯤으로 그만두고. <십 년이 지나도>는 1998년 발매된 박진영의 4집 앨범 수록곡이다. 이미 그전에 신선하고 충격적인 댄스곡으로 가요계를 뒤엎어(?) 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는 댄스가수, 도발, 섹시미와 같은 이미지로 주로 기억되지만 그의 발라드를 들어본 사람들은 또 다른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가 보여준 핫한 댄스곡들에 비해서 너무나 감미롭고 애절하기 때문에. 1집에서 이미 <너의 뒤에서>라는 비 오는 날 촉촉 감성곡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그 후 4집 앨범의 <십 년이 지나도>는 노래 제목답게 20년이 지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발라드곡이다.
미안해 너도 금방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괜찮지?
그래 난 괜찮아
너만 그 사람이 좋다면
난 웃으며 널 보내줄 수가 있어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지금은 볼 수 없는 故 최진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노래. 헤어질 때 마지막으로 건네는 인사. 너도 금방 좋은 사람 만날 거라는 말로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추억이, 우리의 관계는 가슴속에 묻어야 하는... 그런 마음을 후벼 파는 대사 다음에 외로운 기타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바보 같은 말. 난 괜찮다고, 너만 그 사람이 좋다면 웃으며 보내줄 수 있다고.
하지만 왜 자꾸만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나
널 쉽게 잊고 살 거라 말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
그런데 나도 너처럼... 다른 사람을 만나서 널 쉽게 잊고 살 거라는 확신에 찬 말은 하지 제발 하지 말아 줘. 그게 날 더 비참하고 초라하게 하고 있다는 걸... 넌 알고 있니?
날 지켜봐 두고 봐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난 너만을 사랑하고 있을 거야
사랑했던 건 진심이지만, 이제 다른 사람이 생겨서 떠나야 할 때가 왔을 때... 버리고 떠나는 건 당신의 마음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에게조차 모든 걸 버리고 다 잊으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건 남은 사람의 마음이고 그동안의 사랑에 대한 예의니까.
너는 나를 잊는 게 그렇게 쉽겠지만, 난 그렇게 못하니까. 두고 봐. 십 년이 지나도 나는 너만 사랑하고 있을 거야. 너에게는 이제 빛바랜 추억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영원히,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남겨 둘 거야.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랑이니까.
+박진영 <십 년이 지나도>와 함께 소개하고 싶은 곡은 <난>.
<난> -박진영
넌 넌 괜찮니 행복하니
그 사람이 널
내가 아끼듯 아끼고 위하니
넌 다 잊었니 우리 사랑
그 입맞춤을 그 추억들을
잊고 살 수 있니
*난 아아아아 아아아아-
이렇게 그대를 보낼 수는 없기에
이렇게 그대를 보고 있어
난 아아아아 아아아아-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돌아오기만을 바랄게
난 너를 기다릴게*
넌 다 잊었니 우리 사랑
그 입맞춤을 그 추억들을
잊고 살 수 있니
**
기다릴 수밖에
내겐 아무것도 없는 걸
살아온 의미도 살아가야 할 이유도
내겐 너 하나뿐 인걸
난 아아아아 아아아아-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돌아오기만을 바랄게
난~ 너를 기다릴게~
박진영의 <난>은 1997년 발매된 3집 <<썸머 징글벨>> 앨범의 수록곡으로, 굉장히 유치한 앨범 재킷 사진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 있는 발라드 곡이다. 피아노 멜로디 자체가 영화 BGM으로 써도 손색없을 정도로 일품. (나는 피아노 잘 치는 남자가 그렇게 멋있더라) 앨범 재킷이 너무 재밌어서 첨부해봤다.
90년대 후반 포토샵 수준이 정말 저 정도였는지, 그냥 JYP 본인이 아티스트적인 감각을 십분 활용하여 만들어낸 것인지는 물어보고 싶지만... 사막 한가운데에서 산타 복장을 한 그가 선물 꾸러미를 메고 헉헉대고, 왼쪽 상단에는 드라이기와 부채를 쥐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태양이라니... 아래에 보이는 빨간 가재가 키포인트. 당신의 유머러스함을 인정합니다.
여담이지만,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그녀는 예뻤다>를 두고 시대를 너무 앞서간 노래다, 박진영 씨가 흑인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외국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것도 말이 되는 게, 글로벌한 외모에 G.O.D와 비, 노을, 박지윤을 키운 뮤지션으로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으니...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무모한 도전은 아닌 것 같다. (안타깝게도 BTS에 비하면 JYP 사단에는 현재까지 큰 성과는 없지만, 뭐 해외시장에서 꼭 성공해야만 명가수는 아니지 않은가)
넌 넌 괜찮니 행복하니
그 사람이 널
내가 아끼듯 아끼고 위하니
넌 다 잊었니 우리 사랑
그 입맞춤을 그 추억들을
잊고 살 수 있니
헤어지고 난 후에 가장 괴로운 것은 아마, 안부를 묻고 싶지만 물어볼 수 없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나눌 수 없는... 소통의 단절이 아닐까. 가장 가까웠던 사람과 이제 인사 한 마디도 나누기 어려운 사이가 된 아이러니한 관계. 그래서 그 답답한 심정들을 글로 쓰고, 노래로 만들고, 그림으로 그리고 하면서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만들어지고, 퍼지고, 공유되나 보다.
넌 괜찮냐고, 그 사람이 나만큼 널 아껴 주냐고, 우리 사랑을 잊고 살 수 있냐고 물어보지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난 아아아아 아아아아-
이렇게 그대를 보낼 수는 없기에
이렇게 그대를 보고 있어
난 아아아아 아아아아-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돌아오기만을 바랄게
난 너를 기다릴게
후렴구에서 JYP가 ‘난~~~’하고 멜로디를 타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난~’이라고 적기보다는 ‘난 아아아아 아아아아-’하고 음절 하나하나 다 적어주는 게 이 노래의 감정을 잘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적어 보았다. 노래를 들을 때 가사 없이 가수가 음만 타는 부분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때로는 가사 없이 음만으로도 충분히 작곡가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 들릴 때가 있다. 그리워서 절규를 하고 있는 게 이런 거구나,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이런 거구나, 어느 정도 공감이 갈 때 그 노래에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누구를 그렇게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있었을까?
이렇게 너를 보낼 수 없다고. 니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에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별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