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행복해

조 트리오, <영화보다 행복해> / 김연우,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by 유작가


<영화보다 행복해> -조 트리오


눈 감으면 생각나 사과향기가 나

담아두고 싶던 그 느낌

정말 짧은 순간였지

난 하늘거렸지 비단옷처럼

그게 마지막이었지


약속했었지 그 자리를 찾아왔지

비단옷처럼 그게 마지막이었지

약속했었지 5분 모자란

1년 후 같은 달 같은 날 그 시간

한 손에는 장미 하나 다른 한 손은

포옹을 위해 비워뒀지


다른 사람을 당신으로 착각했죠

그땐 작은 폭죽이 내 가슴속에 터진 듯했죠

이런 얘기 준비하며

영문 모르는 사람들 향해 웃고 있지


휘파람 불고 있어 초조함은 없어

그날 그 눈빛은 분명 날 다시

만나고 싶다고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거든 이깟 30분쯤이야


Love Affair라는 영화 같은 우리 얘기

하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게 현실이지

조금 후면 넌 무사히 여기 내 앞에 도착해

웃고 있을 테지


눈감으면 생각나 사과향기가 나

담아두고 싶던 그 느낌

그게 마지막이었지

그런데 지금 널 본 것 같아



조 트리오는 1998년 데뷔한 남성 그룹으로 조규만, 조규찬, 조규천 삼 형제로 이루어진 트리오다. 이 곡은 <<첫 만찬>>이라는 앨범의 6번째 수록곡인 <영화보다 행복해>라는 곡으로, 영화 속 한 장면을 노래 속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건, 당시 ‘투 인 러브’라는 커피 음료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짧은 머리의 귀여운 여인이 카페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정이었는데, 자세한 스토리는 기억이 안 나지만 동화 같은 CF분위기에 이 노래의 상큼한 매력이 더해져서 음료 이미지도 꽤 좋게 홍보됐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광고를 보고 나는 그 커피 음료를 사 마시기까지 했으니까)


배경 음악이 잊혀지지 않고 너무 궁금해서 찾아 듣게 됐는데, 또 하나의 띵곡 발견. 세련된 기타, 드럼, 어쿠스틱 피아노 소리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들리는 트럼펫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삼 형제의 익살스럽기까지 한 보이스와 휘파람도 노래를 듣는 내내 즐겁고 유쾌한 기분을 준다.


<<첫 만찬>>이라는 앨범에 함께한 사람들을 살펴보자. 그 이름만으로 엄지 척을 올리게 하는 실력자 황세준, 김형석 프로듀서와 <20c 갈릴레이>라는 곡은 코러스 프렌드로 김혜림, 박진영, 이소라, 정재형, 이적, 김동률, 나원주가 참여했다. 30대 이상의 연배(?)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이 앨범의 음악성과 완성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 없이, 그냥 믿고 들을 것이라 사료된다.


<눈물 내리는 날>, <먼 훗날>이라는 명곡들을 뒤로하고 안타깝게도 조 트리오는, 2000년 발매한 2집 <<Real Life>>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앨범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조규찬, 조규만 두 천재 아티스트는 이후로도 음악 활동과 앨범 작업을 꾸준히 하셨으며 한참 감수성 터지던 나의 10대, 20대 시절에 빛과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



눈 감으면 생각나 사과향기가 나

담아두고 싶던 그 느낌

정말 짧은 순간였지

난 하늘거렸지 비단옷처럼

그게 마지막이었지


약속했었지 그 자리를 찾아왔지

비단옷처럼 그게 마지막이었지

약속했었지 5분 모자란

1년 후 같은 달 같은 날 그 시간

한 손에는 장미 하나 다른 한 손은

포옹을 위해 비워뒀지


곡 소개로 돌아오자. <영화보다 행복해>는 노래 제목부터가 일단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눈 감으면 생각 나/ 사과 향기가 나’로 시작하는 첫 소절처럼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눈을 감고 사과 향기를 맡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던 그날, 그 순간, 그 장면을 연상시키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


내용인즉슨, 1년 전 당신을 처음 만난 후 우리는 곧바로 사랑에 빠졌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오늘. 당신을 만나기 30분 전, 한 손에 장미 하나를 들고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붙잡고 창밖을 쳐다보는 남자. ‘휘파람 불고 있어/ 초조함은 없어’라는 가사를 살리기 위해 진짜로 휘파람을 불어 녹음했다. 배경 효과음까지 직접 깔아주시는 센스. 명곡은 괜히 탄생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자고로,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노력하는 천재들이 멋진 법이다.



Love Affair라는 영화 같은 우리 얘기

하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게 현실이지

조금 후면 넌 무사히 여기 내 앞에 도착해

웃고 있을 테지


눈감으면 생각나 사과향기가 나

담아두고 싶던 그 느낌

그게 마지막이었지

그런데 지금 널 본 것 같아


<<Love Affair (1994)>>라는 영화를 보고 이 노래를 지었다는 후문이 가사 맨 마지막 부분에 적혀있다. 영화 줄거리 요약을 하자면, 운명같이 만나서 외딴섬에 불시착해 불같은 사랑을 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3개월 후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지는 남녀... 이런 비현실적인 사랑을 하는 일반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영화는 영화고 노래는 노래인 거지. 이런 거 하나하나 다 따지면 세기를 뒤흔드는 예술작품은 아무것도 나올 수가 없다.


아무튼 <영화보다 행복해>는 달콤하고 설레는 감정을 노래로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분들이 들으면, 대리만족 200%는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는 나의 추천곡이다. 꿀꿀할 때, 기분 전환용으로 찾게 되는 곡!



+ 조 트리오, <영화보다 행복해>와 같이 엮어볼 곡은 김연우의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김연우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행복 한건 나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잊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물들게 하지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외로운 건 나

아 그대가 내 곁에 있다 해도

두 손에 못 잡는 연기처럼

언제나 내 맘 외롭게 하지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댄 너무 좋아요

그대 말없이 내게 모두 말해요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행복 한건 나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잊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물들게 하지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대 너무 멀어요

그대 멀리서 손짓만 할 건가요



이번엔 진짜 영화음악을 소개한다.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2001)>>의 OST로 유명한 곡. 가수 김연우가 불러서 더 화제가 됐고, 그의 여린 듯하면서도 애절한 보이스와 서정적인 멜로디,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가사로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시네마 곡 중 하나다.


영화음악이 주는 힘. 특별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 위로 입혀지는 음악을 들은 관객은, 다음번에 다시 그 음악을 접했을 때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고 되새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아는 누군가를 만나면,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건 곧 우리가 같은 영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거니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마니아층이 상당히 많은 영화로, 파격적인(?) 결말로 인해 약간은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멜로 영화 50편을 꼽으라면 이 영화가 들어가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병헌과 이은주. 두 선남선녀의 달달한 연기와 탄탄한 시나리오뿐 아니라 깨알 같은 두 사람만의 언어들. 82학번 국문과 문학소년으로 나오는 이병헌에게 미대생 이은주가 당돌하게 물어오던 질문. 숟가락은 ㄷ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받침이냐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꿈 많은 중3 소녀였던 나는, 국문과에 대한 로망과 동경이 있던 터라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그래서 그 풀지 못한 한을 2005년 대학에 입학해 국문과 1학년이 전공기초로 듣던 ‘한국어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께 배우게 됐는데, 그때의 쾌감이란.

국문과를 전공하면서 내가 이 전공을 선택한 건 역시 잘한 일이었어! 하며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뻤던 순간이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의 비밀을 알고 싶은 분은 갠적으로 연락바람. 힌트는, 술가락의 받침 변화와 사이시옷 현상에 있다)


김연우가 부른 오리지널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은 제작사의 요청에 의해 일반 음악 사이트에서는 현재 들을 수가 없다는 슬픈 사실. (필자는 영화가 막 나왔을 때 음원 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한 mp3 파일을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간직해 듣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듣기의 자유를 박탈당한 허탈함 때문인지, 이 노래를 직접 리메이크해 부른 수많은 분들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들 중 하나.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행복한 건 나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잊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물들게 하지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외로운 건 나

아 그대가 내 곁에 있다 해도

두 손에 못 잡는 연기처럼

언제나 내 맘 외롭게 하지


사랑하는 여자를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했을 뿐인데, 어쩜 이렇게 고급진 가사가 나올 수 있을까.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도 나고, 외로운 것도 나다.

<메마른 내 맘에 단비처럼/ 잊혀진 새벽의 내음처럼/ 언제나 내 맘 물들게 하지>

설명이 필요 없는 시적 언어들. 이건 분명히 왕년에 연애편지 좀 써보신 분이다.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댄 너무 좋아요

그대 말없이 내게 모두 말해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턱없이 부족할 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그럴 땐 좋아한다는 말로 넘치는 마음을 덜어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노랫말과 사랑 고백은 은근히 닮은 데가 있다.

넘치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게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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