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내일 할 일> / 이정, <내일 해>
<내일 할 일> -성시경
이른 아침 일어나야 해
내일 우리들이 이별하는 날
평소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널 만나야겠어
조금도 고민 없던 것처럼
태연한 표정이 아무래도 서로 잊기 좋겠지
이별 직후 검색해보면
혼자 볼만한 영화들이 뜨네
가슴 먹먹해지는 것부터
눈물 쏙 빼는 것 까지
내일은 빠듯한 하루가 되겠어
우리 만나 널 보내랴 무덤덤한 척하랴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 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뒤가 막연했기에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그려지지 않는 너의 이별 표정도
이 밤 지나면 보게 되겠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내일 슬프지 않기로 해
마지막은 기억에 남기에
눈물은 미련이라는 것쯤
서로의 가슴은 알기에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내일은 괜찮아도
바로 다가오는 다음 날부턴
단 하나의 준비조차 없는데
그 날부터 난 뭘 해야 하는 건지
**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이제 그만 잠을 자려해
아마 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수많았던 우리 만남들 중에서 그 마지막을
오늘 소개할 <내일 할 일>이라는 곡은 2013년 2월, ⟪월간 윤종신 Repair 2월호⟫ 앨범에 들어있는 곡으로, 성시경이 불렀다. 원래는 가수 윤종신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2008년 그의 11집 앨범 ⟪동네 한 바퀴⟫의 수록곡으로 먼저 대중 앞에 선보였지만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곡은 윤종신이 군 입대를 한 성시경을 떠올리며 썼던 곡이기 때문이다. 곡의 원래 주인은 성시경이었다는 소리. 하지만 그 해 겨울 자신의 11집 앨범 녹음 때, 곡이 모자라서 당겨 썼다고 한다. 윤종신은 요즘 세대에게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해서 ‘예능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처럼 그는 사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3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 동안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 겸 작곡가, 프로듀서다.
예능만 너무 많이 한다 싶을 때마다, 어김없이 좋은 노래들을 선물하는 그는 자신만의 통로로 ⟪월간 윤종신⟫이라는 앨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매달 한 곡씩 솔로 앨범 형태로 발표하는데, 사실 아무리 뛰어나고 실력 있는 작곡가라도 한 달에 한 곡씩 발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의 곡들을 잘 해석해서 재탄생시킬 후배 및 동료 가수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앨범 작업이 많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2013년 ⟪월간 윤종신⟫은 ‘Repair’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됐다. 윤종신이 자신의 노래 중 몇몇 곡을 엄선하여 다시 ‘수리’하는 작업이었는데, 그중 2월호 앨범에 성시경이 부른 <내일 할 일>을 싣게 된 것.
결과는 대만족. 윤종신이 먼저 부른 <내일 할 일>은 묻혔지만(?) 성시경의 <내일 할 일>은 성시경, 윤종신 두 아티스트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인생 곡을 남기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살포시 곡 추가를 하게 만들었다. 윤종신이라는 아티스트의 부지런함과 성실함과 꾸준함이, 잊혀진 노래는 다시 빛을 발하도록, 빛이 났던 노래는 더 완성도 있도록 하여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노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이별을 앞둔 남자의 하루 전 심경을 담대하게 그려나가는 내용. ‘내일 할 일’은 바로 이별을 말하는 것이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하기 싫었던, 언젠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내일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순간. 그때의 마음들.
이른 아침 일어나야 해
내일 우리들이 이별하는 날
평소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널 만나야겠어
조금도 고민 없던 것처럼
태연한 표정이 아무래도 서로 잊기 좋겠지
이별 직후 검색해보면
혼자 볼만한 영화들이 뜨네
가슴 먹먹해지는 것부터
눈물 쏙 빼는 것까지
내일은 빠듯한 하루가 되겠어
우리 만나 널 보내랴 무덤덤한 척하랴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하며 따지고 싶고 붙잡고 싶은, 그런 구질구질한 모습이 아니라 평소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만나야겠다고 다짐하는 남자. 하루 종일 준비해놓고 조금도 고민 없던 것처럼 태연한 표정까지 연습해두는, 끝까지 사랑했던 사람을 배려하는 이기적이지 않은 남자. 미리 혼자 볼만한 영화들까지 찾아둔다. 그런 힘들고 아픈 하루를 빠듯하게 보내려는 준비성 철저한 남자. 어떤 여자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사람 하나 발로 걷어차셨네.
이 노래는 멜로디나 가사도 기본적으로 좋지만,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성시경의 명품 보이스. 마치 내레이션을 하는 듯, 이른 아침 일어나야 한다고 혼잣말하듯 속삭이며 노래를 시작한다. 예전에 MBC FM4U <이소라의 음악도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코너에서 성시경이 매회 출연해 ‘그 남자’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이미 발라드 가수로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그의 촉촉하고 꿀 떨어지는 보이스로 여심을 한 번에 사로잡았던 세기의 코너. <이소라의 음악도시> 애청자였던 나는 그 코너가 방송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녹음도 하고, 직접 받아 적기도 하면서 남몰래 울던 기억도 난다. 그 코너의 원고들을 엮어서 나온 책 <그 남자 그 여자>도 두 권이나 샀다.
이후 성시경이 직접 라디오 DJ가 되었던 <성시경의 푸른밤>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사연도 쓰고 메시지도 남기고 하면서 그때 나의 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갔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들이 구성하기 편한 글쓰기를 터득하면서 내가 챙긴 경품도 상당했다. 내가 사랑하는 시경 오빠, 성 디제이가 직접 사연을 읽어줄 때의 짜릿함이란!!! 흠흠. 여담은 여기까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 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뒤가 막연했기에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그려지지 않는 너의 이별 표정도
이 밤 지나면 보게 되겠지
이별을 앞둔 긴 긴 밤.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별을 고하는 당신의 입술, 그리고 그 말을 건네는 당신의 목소리, 표정... 정말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마주해야 하기에 더욱 궁금한 너의 이별 표정. 눈물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편하게 이별해주고 싶은 게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야.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후렴구에서, 성시경의 풍부한 이별 경험(?)에서 비롯한 그의 모든 감수성과 탁 트인 성대 내지르기, ‘도’ 발음을 할 때의 매력(성시경이 다른 가수들과 다르게 특이한 발음을 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도’, ‘터’ 등이 있다)
내일은 괜찮아도
바로 다가오는 다음 날부턴
단 하나의 준비조차 없는데
그 날부터 난 뭘 해야 하는 건지
노래의 브릿지 부분에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남자의 진짜 본심.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고 다짐했기 때문에 내일은 괜찮을 수 있지만, 그다음 날부턴... 난 뭘 해야 하는 거지? 막막하고 겁이 나는데, 지금 당장은 그 슬픔이 헤아려지지 조차 않아서..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이제 그만 잠을 자려해
아마 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수많았던 우리 만남들 중에서 그 마지막을
이별 전날, 남겨진 사람이 겪는 감정들을 이렇게 자세히 쓸 수 있는 사람. 윤종신이라는 가수 겸 프로듀서가 실로 더욱 대단해 보인 곡. 한 음절 한 음절을 모아서 이런 스토리를 써내려 나갈 수 있는, 아무나 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그가 참 부럽다.
남자는 자기 전 다짐한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의 수많았던 만남들과 아름다운 추억들을 망치지 않도록, 그 마지막을 어느 때보다 예쁘게 남기고 싶어서.
+성시경, <내일 할 일>과 함께 소개하고 싶은 곡은 이정, <내일 해>
<내일 해> -이정
*내게 헤어지자는 그 말은 내일 해
미안하단 그 말도 내일 해
오늘까지만 나를 위해서 좀 웃어줄래
내게 힘이 든다는 그 말은 내일 해
잘 지내란 그 말도 내일 해 마지막 부탁이야*
이미 알고 있었어
오늘 니가 내게 전하려 하는 말
이별 얘기 란걸
오늘만은 참아줘
내 생일이잖아
너와 함께하는 마지막 생일
**
미안해 힘들게 해
니 마음은 알지만 어쩔 수 없었어
니가 보고 싶어
편하진 않겠지만
마지막 내 생일 함께 해 주겠니
나를 위해서
**
난 아직 너를 보낼 자신이 없어
흔한 눈물도 아직 준비 못 했어
이렇게 아픈 가슴으로 널 바라보면서
웃고 있지만 난 눈물이 흘러 어떻게
**
2013년 성시경이 <내일 할 일>을 발표하기 10년 전, 2003년 가수 이정이 1집 앨범으로 데뷔한다.
<다신>이라는 타이틀 곡과 함께 중절모를 쓰고 다소 파워풀(?)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나타난 이정. 처음 그를 보고, ‘이 사람은 뭘까? 제2의 김건모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보다가 그의 앨범을 듣고 나서는 그저 그런 가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알앤비 음악이 무엇인지 느낄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가수가 맞구나. 특유의 비음 섞인 보이스와 꾸준한 리드미컬함으로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그의 1집 앨범 중 <내일 해>라는 곡은, 감미롭고 애절한 R&B 곡으로, 구혜선과의 러브 라인을 이루며 색다른 연기력(?)을 뽐내기도 했던 이정의 시트콤 <논스톱> 시절, 그가 불렀던 <한숨만>을 좋아한다면 이 노래도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정통 R&B라기보다는 약간은 한국적인 정서가 들어가서 구성지기까지 한 이정의 보이스. 어떤 가수든지 그만의 색깔이 있는 거니까, 내가 좋아하면 그게 불후의 명곡 아닌가.
내게 헤어지자는 그 말은 내일 해
미안하단 그 말도 내일 해
오늘까지만 나를 위해서 좀 웃어줄래
내게 힘이 든다는 그 말은 내일 해
잘 지내란 그 말도 내일 해 마지막 부탁이야
성시경의 <내일 할 일>이 이별 전날의 마음을 노래한 곡이라면, 이정의 <내일 해>는 혹시나 하고 나왔지만 역시나 헤어지자는 말을 들어버린 현재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헤어지자는 말, 미안하다는 말, 힘들다는 말, 잘 지내라는 말... 다 내일로 미루고 싶은 마음.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오늘까지만 날 위해서 웃어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하는 남자.
이미 알고 있었어
오늘 니가 내게 전하려 하는 말
이별 얘기 란걸
오늘만은 참아줘
내 생일이잖아
너와 함께하는 마지막 생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소중한 생일날. 이별 얘기를 들으러 나가는 사람의 심정이 어떨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착잡함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약속 장소에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게 나와서 오늘만은 참아달라고 사정하는 남자를 보면서, 과연 헤어지자는 말을 할 수 있는 냉혈한이 몇이나 될까? 근데 한편으로는 생일인 거 뻔히 아는데 마음 아픈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상대에게도 사정은 있을 테니.
난 아직 너를 보낼 자신이 없어
흔한 눈물도 아직 준비 못 했어
이렇게 아픈 가슴으로 널 바라보면서
웃고 있지만 난 눈물이 흘러 어떻게
2005년,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MBC 수목드라마가 있었다. 줄여서 ‘이별대세’. 주연인 최강희와 김민종 덕에 꽤 많은 드라마 팸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별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내거는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헤어질 수 있다는 이별 계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
사랑을 하기 전에 그 사람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빠져드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이별에도 함께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왜 나에게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든, 이별 준비든, 이별을 내일로 미루든...
모든 이별에는 아무리 준비하고 대처해도 아픔이 없을 수 없고, 상처가 남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사랑했던 것이 진심이었다면, 더욱더 큰 아픔과 상처가 남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맞는 논리다. 당신을 사랑한 그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