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오늘

김조한, <오늘까지만> / 10cm,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by 유작가
<오늘까지만> -김조한


이젠 모두 잊었니 정말 나를 잊어버렸니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 없는지

꿈에 날 찾아와 울며 미안하단 니 모습

오늘을 위한 거니


니 고운 얼굴도 환한 미소도

여전히 예전 그대로인데

지금 니 곁에 내가 아닌 사랑이


*돌아설게 그가 나를 알 수가 없게

휘청이는 내 맘을 니가 느낄 수 없게

오늘만 울어줄게 슬픈 눈물이

내게 널 지울 만큼만*


너 하나만 원한 게 내겐 헛된 바램이었나

니 행복한 모습 본 걸로 됐다고

날 위로해 봐도 너를 기다려온 사랑에

자꾸 목이 메어와


오 내게 이것만 묻고 싶어서

아직도 나와 함께 했었던

지난 추억들 니 맘속에 있는지

**

I pray for you love

행복해줘(행복해줘)

늘 지금처럼만(늘 지금처럼만)

그를 선택했던 니 맘을

그가 내게 없는 걸 가진 거라 여길게


오늘만 기억할게 너의 모든 걸

미련도 오늘까지만

영원히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은 2001년 발매된 김조한의 3집 앨범 <<2gether 4ever>>의 타이틀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R&B 곡이다. 한국의 ‘소울 대디’로 알려진 가수 김조한은 1993년 그룹 ‘솔리드’로 데뷔했는데 <이 밤의 끝을 잡고>, <천생연분> 같은 명곡들을 남겼지만 그룹이 해체된 후, 김조한은 1998년 1집 솔로 앨범으로 대중에게 돌아와 현재까지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솔리드를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 기쁜 소식! 지난달 21년 만에 그룹 솔리드가 재결합 해 앨범을 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들어보시길.


R&B라는 음악 장르가 국내에 알려지고 막 뜨기 시작했던 2000년 대 초반, ‘브라운 아이즈’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뤘던 R&B 가수가 바로 김조한이다. 김조한의 3집 앨범은 지금까지도 명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타이틀 곡 <오늘까지만> 외에도 <그대 이름을>, <그때로 돌아가는 게>, <Who are you>라는 곡들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노래들로 인기가 높다. <Who are you>는 SBS TV 영화 <러브스토리>의 OST 곡으로도 쓰였는데, 전설의 드라마 작가인 송지나 작가가 대본을 맡고 이병헌, 송윤아, 송승헌, 최지우, 소지섭, 유지태, 이미연 등의 톱스타들을 안방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던 희대의 드라마였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참신한 소재에 탄탄한 구성과 옴니버스 형식으로 주인공들이 스쳐 지나가듯 만나서 더 재미가 있던, 당시 드라마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한국어 실력이 좀 어눌하고 영어를 잘해서 국적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국적은 대한민국이 맞고요. 확실히 한국 사람이 가지기 힘든 소울이 그에게 살아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안타깝게도 그의 개인사까지는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패스)

은근 입담이 좋아서 그와 관련된 동료 가수들의 에피소드가 많은 편이다. 화음이나 감정이나 안정감 있는 보이스나... 워낙 실력이 있기 때문에 듀엣 작업이나 콘서트도 많이 하는 편. 그중 성시경과 함께 활동할 당시 무대 올라가기 전, 은근한 기싸움으로 ‘내가 너... 쵸라하게 만들 거야’라고 말하며 성시경의 기를 눌러버렸다는 예화가 있다. 그 정도로 노래로는 누구한테도 안 진다는 자신감이 김조한의 매력 아닐까.


김조한의 노래는 항상 조화롭다. 아름다운 화음과 감미로운 목소리, 입에 착착 감겨서 구수하게 나오는 소울 충만한 애드리브까지. 이런 이유로 혹자는, 김조한의 노래를 두고 ‘빈틈없이 짜여진 발라드’라고 한다. 발라드의 발 자도 모르지만, 어쨌든 음악을 좋아하고 그의 음악을 오래 들어온 나로서는 김조한을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음반도 좋지만 라이브로 들으면 더 좋은 가수’.


이젠 모두 잊었니 정말 나를 잊어버렸니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 없는지

꿈에 날 찾아와 울며 미안하단 니 모습

오늘을 위한 거니

니 고운 얼굴도 환한 미소도

여전히 예전 그대로인데

지금 니 곁에 내가 아닌 사랑이


이별 후에도 사랑은 일정 기간 지속된다. 사람마다 시작하는 순간도, 끝내는 순간도 다른 게 사랑 아닌가. 두 사랑의 시작점과 끝점이 교집합 되는 부분에서 훗날 추억이라고 부르는 기쁨의 순간이 공유되는 것이지, 시작하고 끝내는 건 철저히 자기의 몫인 거다. 헤어지고 나서도 쉽게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에 이별 노래가 이렇게나 많고, 또 그 노래들을 들으면서 자기 노래라고 여기는 사람도 부지기수. 특정 계절, 특정 기간에 나온 이별 노래만 들으면 눈물을 펑펑 쏟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 노래 안에 잊지 못할 한 사람을 간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자, 경험해본 사람 손들어 보시길.


정리되지 않은 채 거대한 욕조 속에 가라앉아있는 것 같은, 그런 슬프다 못해 이제 눅눅하기까지 한 감정에서 그나마 헤어 나올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충격 요법은 뭘까? 바로 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는 거다. 그 소식을 듣게 되거나 아니면 직접 목격하거나. <오늘까지만>도 그런 노래다.

그래도 돌아오겠지 하는 일말의 여운을 남기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사람 옆을 이제 다른 이가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 이제 정말 날 잊었냐고, 어젯밤 꿈에 어쩐지 니가 찾아와서 울며 미안하다고 했었는데 왜 이런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는 걸까. 오늘을 위한 예방 주사였냐고 묻고 싶고, 따지고 싶지만 사진 속에 너는 여전히 고운 얼굴로 환하게만 웃고 있잖아.


돌아설게 그가 나를 알 수가 없게

휘청이는 내 맘을 니가 느낄 수 없게

오늘만 울어줄게 슬픈 눈물이

내게 널 지울 만큼만

오늘만 기억할게 너의 모든 걸

미련도 오늘까지만

영원히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혹시나 하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 이제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 것을 알게 됐을 때. 맥이 풀리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주저앉게 되는 순간. 나는 지금 휘청거리고 비틀거리고 있지만 너에게 그런 못난 모습까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내가 널 지울 수 있을 만큼만, 오늘만, 오늘까지만 울어줄게. 그 오늘이 언제 끝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영원히 오늘까지만.



+김조한 <오늘까지만>과 엮어볼 노래는 10cm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10cm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창문을 여니 바람소리가 드세요

사람들은 나를 보살펴 주질 않아

잠들 때까지 날 떠나지 말아 줘요


꾸물거리는 저기 벌레를 잡아줘요

잡은 휴지는 꼭꼭 구겨 창문 밖에 던져 버려 줘

오늘의 나는 절대 결코 강하지 않아

그냥 오늘 밤만 네게 안겨서

불러주는 자장노래 들을래


오늘 밤은 혼자 잠들기 무서워요

저기 작은 방에 무언가 있는 거 같아

잠깐만요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냐

잠들 때까지 집에 가지 말아 줘요


혹시 모르니 저기 대문을 잠가줘요

들어올 때는 불을 끄고 방문을 반쯤 열어줘

오늘의 나는 절대 결코 강하지 않아

그냥 오늘 밤만 네게 안길래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해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창밖을 봐요 비가 와요

지금 집에 가긴 틀렸어요

버스도 끊기고 여기까진 택시도 안 와요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잠들 때까지 머릿결을 만져줘요

믿어줘요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냐

그냥 오늘 밤만 네게 안겨서

불러주는 자장노래 들을래

제발 오늘 밤만 가지 말아요



일명 ‘뉴욕 맨해튼 스타일’의 밴드 10cm는 2010년대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인디 록 밴드. 2019년 4월 30일 현재 위키디피아에서는 10cm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10cm(십센치)는 대한민국의 1인조 인디 밴드이다. 고교 시절 스쿨 밴드 선후배 사이인 윤철종과 권정열로 구성되었다. 밴드 이름은 권정열과 전 멤버였던 윤철종과의 키 차이가 10cm 차이 난다는 사실에서 가져왔다. 현재 윤철종 탈퇴 이후로는 권정열 혼자 활동 중이다.>


2010년, 10cm를 지금의 스타덤에 올려놓은 싱글 앨범 곡 <아메리카노>로 활동할 당시만 해도, 권정열 옆에 윤철종이 껌 딱지처럼 (키로 보면 권정열이 붙어있는 거였지만) 붙어 다녔었는데 이제 1인조 밴드가 되었다는 사실에 나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권정열과 윤철종은 처음에 ‘해령(海靈)’이라는 밴드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해령은 2004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나 구성원들의 군 입대로 해체하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 두 남자가 다시 음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10cm의 시작이라고 한다. 2010년 <벅스 뮤직 어워드 인디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고,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선정 '올해의 신인',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올해의 발견'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2월 12일 정규앨범 1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면서 세상에 10cm를 알려지기 시작했다. 1인조 밴드가 되기 전 구성은 권정열이 보컬, 퍼커션, 카주(피리 비슷한 소리가 난다)를 맡고 윤철종이 기타, 하모니카, 탬버린을 맡아 활동했다.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창문을 여니 바람소리가 드세요

사람들은 나를 보살펴 주질 않아

잠들 때까지 날 떠나지 말아 줘요


꾸물거리는 저기 벌레를 잡아줘요

잡은 휴지는 꼭꼭 구겨 창문 밖에 던져 버려 줘

오늘의 나는 절대 결코 강하지 않아

그냥 오늘 밤만 네게 안겨서

불러주는 자장노래 들을래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는 2010년 당시 핫한 밴드들이 모두 모여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 <<Life>>의 수록곡으로, 앨범의 1번 트랙 자리를 10cm가 이 노래로 차지했다. 제목부터 도발적이지 않은가.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라니... 전설의 미녀가수, 원조 디바 김완선 언니의 히트곡과 같은 제목을 담대하게 가져다 쓰고 있다.

10cm의 다른 노래들을 들어보면 대충 눈치채시겠지만, 원래 권정열은 노래를 야하게 부르는데 일가견이 있다. 19금까지는 아니지만 느끼함을 넘어선 그 뭔가가 있는데, 그냥 야한 목소리라고 하는 게 설명하기 편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cm 노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유치하지만 서정적이다. 단순하지만 섬세한 악기 구성과 기타 소리가 음악에 빠져들게 하는 필살기.


이 노래가 재밌는 이유는 화자가 남성이라는 것.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나 보다. 예전에는 보통 밤이 무섭다고, 옆에 있어달라고 하는 편이 여자였는데, 이제는 남자들도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고 벌레도 잡아달라고 하는구나. 벌레를 잡은 휴지를 꾹꾹 눌러서 창문밖에 버려달라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까지. 오늘 밤만 너에게 안겨서 자장노래를 듣고 싶다는 이 남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인가. 모성애를 자극해서 집에 못 가게 하는 전략이 눈에 보이는데... 오늘 밤이라는 한정적인 시간을 핑계 삼아서 남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 아닌가.


오늘 밤은 혼자 잠들기 무서워요

저기 작은 방에 무언가 있는 거 같아

잠깐만요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냐

잠들 때까지 집에 가지 말아 줘요


혹시 모르니 저기 대문을 잠가줘요

들어올 때는 불을 끄고 방문을 반쯤 열어줘

오늘의 나는 절대 결코 강하지 않아

그냥 오늘 밤만 네게 안길래


원래 이런 사람? 원래 뭐가 이렇다는 건가. 자장노래만 들려달라면서. 이제 대문도 잠그고 들어올 때 불도 꺼달라고 하네? 네가 강하지 않은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달라는 건가. 이 노래를 다 듣고 나서 궁금한 것. 그래서 과연 이 여자는 집에 갔을까, 안 갔을까. 흠.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해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창밖을 봐요 비가 와요

지금 집에 가긴 틀렸어요

버스도 끊기고 여기까진 택시도 안 와요


드디어 시꺼먼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 비가 와서 집에 가기도 틀렸다고, 버스도 끊기고 여기까진 택시도 안 온다네. 너... 일부러 버스 끊길 시간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지금까지 나랑 실랑이 한 거니? 이런 앙큼한 녀석. 남자들은 참 피곤하게도 산다.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잠들 때까지 머릿결을 만져줘요

믿어줘요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냐

그냥 오늘 밤만 네게 안겨서

불러주는 자장노래 들을래

제발 오늘 밤만 가지 말아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원래 이런 사람이 어딨냐? 속에 항상 흑심을 품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치밀한 계획대로 실행하는 거지. 그럼 너는 그런 사람 되는 거고. 오늘 밤이 내일 밤 되는 거고. 여자들, 제발 이런 뻔히 보이는 수법에 그냥 넘어가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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