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가 애정하는 시 13

by 유작가

인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의 시 한 편을 소개해본다.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 김춘수와 윤동주가 릴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세기 전환의 격동 속에 파리를 비롯한 유럽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예술가로서 치열했던 삶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릴케. 그의 시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눈으로 본 시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낀 시를 쓰려고 노력했던 릴케는, 오랫동안 앓아 온 출혈성 백혈병으로 51세에 눈을 감는다.


장교가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와 달리, 섬세하고 조숙했던 릴케는 문학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지원이 끊긴 후 가난 때문에 아내 클라라와 딸 루트를 남겨둔 채,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평전 집필 청탁을 받고 파리로 떠난다. 그때부터 방랑 시인이 된 릴케에게 삶이란, 내가 원하고 바랐던 길대로 되기보다 늘 현실에 부딪히고, 그 가운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며 기쁨을 누리는 여정이 되지 않았을까.


이 시처럼, 인생은 축제와 같아서 꼭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설득이 맘에 든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을 즐기면 그뿐인데, 왜 이렇게 사람은 복잡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고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걸까. 나부터도 그런 잡념들 때문에 오랫동안 우울한 생활을 했었고, 걱정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난 뒤부터는 쓸데없는 염려를 하지 않게 됐다. 그러려고 애를 썼다. 확실한 건 그 후 나의 우울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벚꽃이 흩날려서 꽃비가 내릴 때, 그 꽃잎을 주웠을 때를 기억해보라. 꽃잎을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 색과 촉감을 느끼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함께 꽃구경을 했던 사람이 나에게 꽃가지를 꺾어 선물했었는데, 집으로 가져와 고이고이 모셔둔 보람도 없이 몇 달도 안돼서 볼품없이 말라지고 벌레가 꼬여서 결국 쓰레기통 신세가 됐다. 그 순간, 함께한 것만으로 소중했다면 그걸로 된 거다. 아이들은 꽃을 집까지 가져올 만한 욕심이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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