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정하는 시 21
너의 이름을 부르면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풀이 죽어
마음으로
너의 웃음을 불러들여
길을 밝히지만
너는 너무 멀리 있구나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신달자 시인은, '시와 연애하던 대학 시절의 열정'으로 1964년 <<여상>> 여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결혼 후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를 게재하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시인은 2012년 대한민국 은관 문화 훈장을 받을 만큼, 한국 대표 시인 중 한 사람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하며, 시어머니와 어머니의 죽음, 본인의 암 투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고통을 이겨낸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시를 읽으면 아픔과 상처가 씻겨나가는 느낌이 든다. 많이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처럼.
시 <너의 이름을 부르면>에는,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이라는 행이 두 번이나 들어간다. 사랑의 기쁨이 시작되는 순간, 어느 누가 슬픔을 생각하겠는가. 울기 위해서 사랑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렇지만, 진정 사랑한다면 상대가 기쁘고 즐겁고 환하게 별처럼 빛날 때만 옆에 있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슬프고 괴롭고 끝없는 고통 속에 헤매고 있을 때도 함께하는 게 아닐까. 울면서 떠나려는 손을 꼭 붙잡고. 이 시에서 그런 메시지를 읽어본다.
심장이 쥐어짜지는 것처럼 아프게 울고 나면, 너의 기억도 하나씩 소멸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기억은 흐려지고, 희미해지고, 생각이 나지 않게 되는 걸까. 사랑을 잃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죽을 것 같이 아프다가 또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감고, 밥을 먹고, 일을 하며 살아간다. 아무렇지 않아 져서 슬프게.
너는 너의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었고 나는 그런 너를 잡고 싶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별의 속도가 달랐으므로. 시간은 너무나 빠르고 너는 이제 붙잡을 수 없는 사람. 내가 붙일 수 없는 사람. 이별 앞에 나는 정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