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믿고 싶지 않을 정도의 직관력

ENFJ라 그런가?

by 유작가

-직관력 발달/ 눈치 좋음/ 센스 있음

-다른 사람의 동기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함


직관력이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문장을 써놓고 나니까 궁금해졌는데, '직관력'의 정확한 뜻이 뭘까? 내가 애용하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봤다.


직관-력[-꽌녁]: 명사.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예) 날카로운 직관력/ 직관력이 뛰어나다.


음, 어릴 때부터 공상이나 망상을 많이 했고 그래서인지 감수성도 풍부하고 예민했는데, 신기하게 정반대로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해지기도 했다. 그럼 직관력은 과연 언제 발달한 걸까? 늘 다투기 바쁘셨던 부모님의 눈치를 보느라? 두 동생을 둔 첫째로서의 역할을 잘해야 해서? 판단을 빨리 해서 잽싸게 먹지 않으면 햄 반찬이고 투게더 아이스크림이고 다 동생들에게 빼앗겨서? 솔직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눈치 보며 살았던 일정 기간의 세월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직관력'의 정의에서처럼, 어떤 판단이나 추리 따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상이나 상황을 파악하면 좋은 점이 많다. 눈치가 빠르고 센스가 있다는 평가를 듣게 되고, 그런 사람을 대부분 좋아한다. 하지만 본인은 괴로울 때가 있는데, 상대방이 동기나 의도를 말하지 않아도 그냥 눈에 보일 때가 있어서 사람들과 있는 게 피곤할 때가 많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생각하고 그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서. 어떻게 보면 너무 피곤하게 사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엔프제는 사람과의 관계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런 성향이 자동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뿐이다.



알고 싶지 않은데 알아차리게 된 것들. 평생 친구로 지내고 싶었지만, 그런 나를 좋아해 버렸던 너의 마음. 사실은 나를 싫어했던 고2 때 반 친구들. 엄마의 눈물. 아버지의 사고. 식어버린 사랑. 촬영장 뒤에서 나를 비아냥대던 어느 아나운서의 말. 첫사랑의 여자 친구. 그리고 그다음 첫사랑의 여자 친구. 이상, 믿고 싶지 않을 정도의 직관력이 주는 안타까운 폐해의 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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