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J라 그런가?
-다른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음
-거기서 보람과 기쁨을 느낌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이 이야기는 고구려의 설화로, 현재 서울 광나루에 있는 아차산성에서 온달이 전투 중 신라군의 화살을 맞고 전사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충북 단양의 온달산성에서 전사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확실치는 않다)
온달은, 고구려 시대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마을의 바보였다. 하지만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고 늘 웃음을 잃지 않던 온달을 두고 동네 아이들은 늘 바보라고 놀렸다. 고구려 평강왕(평원왕의 다른 이름)의 여러 딸 중 울음이 많던 공주에게, 왕은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공주가 커서 귀족과 혼인시키려 하자, 자기에게 어릴 때부터 온달과 결혼시키겠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시지 않았냐며; 그 길로 패물을 들고 나와 제 발로 온달을 찾아가서 그를 고구려의 장군으로까지 훈련시킨 여인이 바로 평강 공주다.
설화이기 때문에 사실 확인이 어렵고 픽션에 더 가까운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고 관련 지역도 있는 것을 보면 아예 허구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공주의 이런 용기와 온달을 향한 헌신에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설화를 기억하고 전하는 이유가 있겠지.
이 이야기에서 평강공주가 가지는 의미는 전형적인 내조의 아이콘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귀족과 혼인하면 평생을 고생 안 하고 편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걸 마다하고 아버지가 어릴 때 하던 말을 진짜로 여겨서 제 발로 고생길을 자처한 도전 의식과 용맹함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미련하고 고집 세게 비치기도 하겠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면 누가 지나가듯 한 말도 지나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약속은 목숨 걸고 지키는 스타일, 그리고 굉장히 지혜가 많고, 헌신적인, 한 고집해서 목표한 것은 반드시 이루는 스타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바쳐서라도 상대방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비는 마음과 결단한 것을 행동으로 가져가서 바보 남편을,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대장군으로 만들어버린 것.
바보 온달이 전사를 해서 스토리는 비록 비극으로 끝나지만 평강공주는 자기가 이루려 했던 것을 이뤘으니 행복하지 않았을까. 엔프제에게 평강공주 같은 성향이 유독 충만한 것 같다.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평강공주를 꼽고 싶다.
이 글을 쓰기 전 설화를 다시 찾아보며 알게 된 건데,'평강공주 콤플렉스'라는 것도 있다고. 자기보다 뭔가 조금이라도 부족함이나 결핍이 있는 남자를 보면 그걸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면서, 자기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콤플렉스의 유형이라고 한다. 사랑이란, 남성의 능력을 개발시켜 주고 그 성공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에 있다고 믿는 여성. 둘 모두에게 발전이 있고 좋은 결과가 있으면 이런 콤플렉스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이게 너무 지나치면 상대가 오히려 부담감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책임과 의무라는 게 주어지는 '아내'의 위치라면 남편에게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게 아닌 스쳐가는 인연 중에 하나일 수 있는 '여자 친구' 위치에서는 영향력을 끼치는 데 한계가 있고, 상대에게 그 정도로 내 존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게 사실 아닐까.
그러니까 상대방을 도와준답시고 이것저것 변화하기를 바라기보다는 그 시간에 나에게 집중하고, 내 문제가 뭔지를 관찰하고, 나를 변화시키는 게 현명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이제야 그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