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마움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나서 일상의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라이프 스타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웬만해선 장을 보러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식재료부터 시작해서 휴지, 물, 기본 생필품 등이 떨어지면 바로 집 앞 마트로 달려 나갔지만 이제는 휴대폰으로 검색 몇 번 하고 주문 버튼을 누른다. 하도 주문을 많이 해서 결제 수단이나 주소도 이미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통장에 잔고만 있으면 자동 결제 수준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밤 10시 전에 주문을 하면, 다음날 샛별이 뜨기도 전에 대문 앞에 도착해있다. 처음에는 너무나 빠른 총알 배송 시스템에, 밤잠도 포기하면서 누군가 주문한 물건들을 부지런히 배달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송이 빠르면 빠를수록, 나의 온라인 쇼핑 횟수도 늘어만 갔다.
어쩌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나 채소를 사러 동네 마트에 가면, 예전이었으면 한참 피크 시간이었을 저녁 7-8시 대에도 나처럼 장을 보는 손님은 2-3명. 많아도 5명 이내다. 사는 물건도 제한적. 카트에 이것저것 주워 담는 형태보다는 몇 개만 휙휙 집어서 계산대로 간다. 나도 마찬가지. 이날 계산한 것은 9개에 보너스 3봉짜리 반찬용 김과 두부, 간식용 소시지. 이외의 먹을거리와 재료들은 이미 전날 쇼핑앱으로 주문했고, 냉장고 모셔져 있다.
그렇게 소규모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건물 1층 유리문에 난처해하는 택배 아저씨가 보였다. 등에 한 가득 무거운 택배 상자들을 짊어지고 계셨는데, 문이 한쪽만 열려있는 상태에서 괜찮을 줄 알고 나가려고 하시다가 상자의 가로 폭이 생각보다 좀 더 길었는지 끼인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나는, 아저씨께 다가가서 "아저씨! 도와드려요? 이 문을 열면 되나요?" 했더니, 아저씨는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놀라기도 하면서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네~ 그래 주시면..." 하셨다. 아저씨의 말을 듣기 전에, 이미 나는 생각할 것 없이 닫혀있던 문을 열고 있었고, 문을 열자마자 아저씨는 급히 걸음을 옮기셨다. 그런데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그만 맨 위에 있는 작은 상자 하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이번에도, "아저씨, 어디까지 가세요? 같이 가드릴까요?" 했더니, 아저씨는 "아니에요~ 그냥 제 목 뒤에 얹어주세요." 하셨다. 같이 가드리겠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리시면서 계속 뒤에 그냥 짐을 얹어달라고 하시기에 그렇게 해드렸다. 그러고는 또 쏜살같이 코너를 돌아 사라지셨다. 아마 골목 어딘가에 택배 트럭이 세워져 있는 모양이었다.
사라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끝까지 못 도와드린 것이 내심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작은 행동이었지만 난처한 분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감사했다. 분명히 내가 주문한 택배도 수도 없이 배달해 주셨을 텐데, 마음 같아서는 음료수나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비대면이라서 이제 얼굴을 보지 않고,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오늘 몇 시에 도착 예정이라는 말이나, 택배 문 앞에 두고 간다는 말만 남기시고 가시는 수많은 택배 기사님들. 우체국이나 택배 회사별로 동네마다 각자 맡은 구역이 있으신지, 늘 같은 이름으로 메시지가 오기 때문에 이제는 이름도 기억할 정도다. 강 씨 아저씨, 서 씨 아저씨, 배 씨 아저씨...
이분들의 수고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간편하고 빠르게 무언가를 주문하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 후 택배 상자를 뜯으며 고단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살다 보면 내가 받은 크고 작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그럴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그것을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나타낼 때 큰 의미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를 도움은, 상대보다 나를 더 기쁘게 한다. 오늘의 감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