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J라 그런가?
나의 첫 에세이집 <<내가 애정하는 시 20>>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를 좋아한다. 박노해의 시를 읽고 아프다면, 아직 살아있는 거라던데 내 영혼은 살아있는 건가? 시인에 대한 설명은 이전의 책에서 이미 자세히 소개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엔프제와 관련해서만 몇 마디 적어보려 한다. 이 글의 제목을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이라고 정한 이유. 엔프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쩌면 이 시와 많이 닮아있어 보인다. 나의 이상, 더 밝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인류애, 평화.
박노해 시인은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평화 활동을 이어오며 현지 사람들과 직접 교감하고 겪은 모든 일을 바탕으로 하여 그의 정신이 생생한 시들을 많이 썼다. 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는 이런 글이 나오는구나,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많이 배웠다.
코로나 19 펜데믹과 그 이전부터 무너져 내려오고 있던 인류애, 생명의 존엄성, 자유보다는 억압과 통제가 훨씬 옳은 수단이라고 여기는 절대 권력에게서 시인은 무엇을 바랐을까. 사실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이지, 역사 이래 전쟁과 평화는 모든 문명의 빅이슈이자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그래서 나도 이 시가 좋았다. 기껏해야 지구라는 별의 동남쪽에 있는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먼지보다 작은 여성의 한 객체이지만, 나에게도 이상이 있고 꿈이 있고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이 있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발전하고, 화려하고, 다이내믹하지만 이 또한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더 나은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고 지구 종말의 위기 속에서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지 생각해야 하는 지성체인 것이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문단이다. 지금의 변화무쌍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염병이 가져온 좀 더 현실적인 죽음의 문제 앞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꺼지지 않는 불빛. 단 하나의 불빛이라도 소중하다.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나는 무력하고 보잘것없고 나약하고 연약할지라도, 정신만은 살아서, 순수한 영혼만은 살아서 '끝끝내 꺾이지 않는 최후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