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실내보다 바깥이 좋다.
공원이 아니고서야 어디 바람 한 줄 쐬려 해도
마땅한 곳이 없다.
작은 테라스라도 야외 테이블이 있는 커피숍이면 좋다.
그도 아니면 잠시 앉을 곳이 없다.
이제 초1이 된 꼬맹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집 근처가 아닌 한 두 블록 건너 다른 곳으로 다닌다.
수업은 한 시간 남짓,
오후에 지치기도 하고 집에 오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 상가 조그만 커피숍에서 차를 마신다.
꽉 차 앉으면 6명이면 가득할 만큼 작은 커피집이다.
어느 날은 조용함이 좋다. 어느 날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던 차에 낯선 아파트 단지 안,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봄이 되어 춥지도 않고 아직 덥지도 않은 데다가
온통 꽃들이 만발하다. 바깥에 있기 딱이다.
왜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지?
이어폰을 꽂고 앉으니 천국이다. 그런데 어이쿠~
외진 곳이라 좋아했는데 고개 들어 보니 1층 남의 집 부엌창과 마주하고 있네. 누가 있지 않은 것 같으니 그대로 앉아있으려는데 지나가는 주민들도 자꾸 쳐다보는 것 같다.
벤치가 보기엔 멀쩡한 듯했는데 삐그덩 거리고 허름한 걸 보니 여기 주민들은 정작 잘 이용하지는 않나 보다.
그런 곳에 앉아 있으니 이상하기도 신기하기도 하려나.
저 이방인은 누군가 싶어 보는 건가. 무의식으로 쳐다보는 건가.
상관없는 척 쿨내를 풀풀 풍기고 싶은데 내겐 어렵다.
누가 있건 없건 남의 집 창 앞에 있는 것이 민폐인 듯 영 신경 쓰여 5분 만에 일어섰다.
다음 날은 애를 보내고 다른 쪽으로 가니 작은 광장이 있었다. 근사한걸~ 원형의 광장에는 4개 정도의 벤치가 있었고 그중 하나에 앉았다. 그런데 내가 사는 곳은 아닐지라도 동네인지라 얼핏 아는 사람들을 마주친다.
영 불편하다.
오늘은 야외 벤치 도전 3번째.
걷다가 좋은 곳을 발견했다.
와우!!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기분이 좋다.
내게 필요 없을 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다.
내가 필요하니 그제서야 벤치만 눈에 들어왔다.
오~여기구나!!
남의 집 부엌창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아는 사람을 쉽게 만날 일도 없을 듯하다.
다 이유가 있구나 싶다.
세상에 생겨난 모든 것들은 말이다.
그러다 원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변할지라도.
오늘 벤치에서 글을 쓴다.
내 식탁 위, 늦은 시간 애도 나도 못 챙겨
종종 짜증도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고
아이들의 폭풍 질문과 수다에 정신 못 차리던
저녁시간이 아닌 이곳에서.
산책 나온 개가 주인을 이끌고 가고
안경 쓴 중학생이 신나게 흥얼거리며 지나친다.
핸드폰 삼매경인 남자애는 내가 있는지도 모른 채 걸어간다.
건너편 놀이터서 아이들 소리도 들리고
길가 자동차 소리도 들리고
짹짹, 깍깍 새소리도 들린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한 시간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