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축복이야 Mar 07. 2024

수건

20240307



수건들이 나뒹군다

끝을 맞춰 고이 접어

욕실 서랍 속

차곡차곡 쌓으려던 것들,

발에 차여 맥없이 흩어졌다


결을 맞추고 색깔을 맞춰

나씩 줄 세워 두고

보송보송 내 볼에 닿게 하려던 것들,

바닥에 나뒹군다


하나 정성 다해 마련해 두고

마음이 축축한 어느 날 꺼내어

뽀송하게 닦으려던 것들, 나자빠져 있다


하루 종일 빨고 말려서 개키던 것들이

나굴고 있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없

그저 멍하니 본다


내일 아침, 쓸 수건이 없겠구나

뚝뚝 마음이 흘러내려도 닦아낼  없으니

그냥 손으로 툭툭 털어내는 수밖에



이전 04화 손톱을 자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