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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자른다

20240306

by 축복이야



길게 자라난 손톱을 흔들어

나비의 날갯짓 마냥 나풀거려 본다

우아한 척 아롱아롱거려 봐도

손톱 밑 단단히 박혀있는

까만 먼지는 한눈에 드러난다

답답한 가슴인 냥 긁어낼수록

깊은 생채기만 남는다


낯선 쇠를 살 가까이 가져간다

차가운 느낌에 멈칫

처음은 왜 이리 두려움이 먼저냐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다

살점 하나 뜯어질까 두려워

한참을 그러다, 다시 머뭇거리다

순간 뚝 끊어낸다


똑똑 잘려지는 쓸모없는 조각들

이리저리 튀어가는 하찮은 나부랭이들

감추고 싶은 볼썽사나운 부스러기들


지우고 싶은 단편들을 모으고

깨끗이 씻은 손을 본다

괜찮다 괜찮다 예쁘다 예쁘다

손톱 끝까지 로션을 윤이 나게 바르며

내 손을 들여다본다


처음인 걸 들킨다 해도 괜찮을,

반듯하지 못한 내 서툰 자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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