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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r 19. 2024

눈치 없는 3월

20240319


3월이 왜 이래.


날씨가 차가워  자꾸 몸이 움츠려졌다.


20대 시절, 친구들과 장난으로 제일  많이 하던 말 중 하나가

"눈치 없는 게 인간이가!"였다.

이건 경상도 사람들이면 바로 찐 바이브를 느낄 수 있을 텐데.

"눈치 엄는게 인가이가?" 요정도 느낌이려나 음성지원하고프네.

낄 때 못 낄 때 구분 못하고 나서거나

한껏 흥이 오른 자리에 찬물이라도 끼얹으면

바로 이 말이 날아든다.

그 말이 지금 3월 날씨에 어울린다.

온통 분홍빛 노란빛이 퍼지고 따스해도 뭐 할 판에

분위기는 늦가을처럼 스산하고  바람은 초겨울처럼 차디 차다.

그런데 매화는 피고 목련꽃 몽우리는 곧 터뜨릴 준비를 하고

모든 것이 언발란스하다. 눈치 없게스리.


오랜만에 필라테스를 하느라 얇은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2월만 해도 그 위에다 긴 패딩을 걸치면

추위 따윈 느껴지지 않았는데.

패딩을 입으면 따뜻하니 좋을 테지만 3월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잖아.

괜히 걸치고 나갔다가는 계절에도 둔감하고 시절에도 무심한 눈치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딱이고

센스 없는 사람은 내가 지양하는 인간상이므로 그럴 순 없지.



예상치 못한 3월의 날씨처럼  

생각지 못한 관계가 늘어나는 요즘. 

나의 의지가 아닌 만남들도 많다.

그렇다고 데면데면하게 대할 수는 없다.

나는 센스와 유머와 나이를 겸비한 사람이므로

밝은 웃음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속에서도 반가움과 새로움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 속을 마냥 드러내 보이기도 힘들다.

나가는 말도 내게 들어오는 말들도 쉽게 통과되지 않는다.

때로는  삑! 경고음이 울릴 때도 있으니 말이다.

미소 속에 튀어나간 말들이 꽃봉오리처럼 향기로울 수 있다면

그래서 상대방이 화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 그게 쉬운가.

뒤늦게 되새기는 말들은 잔뜩 움츠려지게도 한다.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에 날씨까지 이러니 잠시 돌아다녔지만

으슬으슬 거리기 시작한다.

그 마음이라도 안 듯 서글서글한 동네 동생이 만두전골집으로 인도했다.

기대 없이 간 밥집에서 한 숟갈 넘긴 따뜻한 국물이 속을 파고들었다. 뱃속이 채워지고 따뜻해지니

잔뜩 웅크려 있던 내 속이 펴졌다.

덜덜거리던 것이 진정이 되고 생각이 온전히 자리를 잡는다.

생각지 못한 추위 하나에 이리 떠는 모습이 하찮기도 하다.

눈치 없는 3월이 빨리 낌새를 챙겨 곧 화사한 노란빛을 선사해 주길.

월아 삼월아 예쁜 삼월아!! 그런데 눈치는 좀 챙겨줄래?

따스운 햇살아래서 머리에 꽃 꽂고 좀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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