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꼬질꼬질해서 보랏빛이 보랏빛으로 보이지도 않는 케이스를 보고도 아이친구는 자기 선물인 듯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꼭 성공해서 무선이어폰을 선물해야 하나 싶다.
새로운 조합의 사람들과 늘 마시는 달달구리
바닐라빈라떼를 마신다.
여느 아침처럼 달달하고 시원한데 달달하고 시원한 느낌이 다르다. 꾹 참고 모두에게 커피를 쏘지 않았다.
이어폰을 건넨 친구에게만 샀다. 그래야 의미가 있지라고 그냥 잠시 생각했다.
종종 가는 밥집이 있다. 혼자서 운영하는 동네 구석 자그마한 식당이다. 거기로 새로운 멤버들과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밥집 사장님은 손님이 오고 주문을 하면 그제야 음식을 준비한다. 늘 회색빛 도는 절에 있는 보살들이 입는 느낌의 옷과 짙은 빛 앞치마, 굽이 낮은 검은 신발을 신고 있다. 옷 때문인지, 손님이 와야 마늘마저도 그제야 다지는 고집 때문인지 재야의 고수 같다. 음식은 정갈하고 내가 먹어본 중에 최고인 제육덮밥을 만든다.
먼저 도착한 3명이 음식을 6인분 주문하자 사장님은 단체는 힘들다고 했다며 다급한 전화가 왔다. 그런데 가는 도중 한 명이 더 합류해서 7명이 된 걸 알면 어떨까? 우리는 사장님 눈치를 보고 대장부처럼 호탕한 정중심은 6명이 무슨 단체냐며 분개했다. 사장님 저희 단골인데요 하니 사장님은 "우리 집 단골들은 일주일에 서너 번 와요."라고 한다. 그럼 우리는 단골은 아니다.
정중심은 속상해했고 그럼 다신 안온다기에 나는 말렸다. 그리곤 곧 그 일은 잊고 깔깔 웃으며 7명이 밥을 먹었다.
밥은 50분이 지나서 나왔지만 애델릴라 들이라 10분 만에 먹었다. 점심시간은 그렇게 끝나고 그중 한 명은 체했다.
학교 끝나는 애를 데리러 간다.
아침에 늘 화장을 한다. 평소에 늘 사용하는 컨실러 말고 새로운 제형의 파운데이션을 썼는데 나름 괜찮았다.
딸이 나를 보더니 "엄마, 마스크팩 했어?"라고 묻는다.
무슨 의미인지 잠시 고민했는데 얼굴이 허옇다는 것 같아서 거울을 봤더니 별다른 것 없었다. 그런데 내 표정이 이상했던지 곧 "괜찮아 엄마!" 그랬다.
아이는 12시 45분이면 학교가 끝난다.
교문 앞에서 기다려 세상 반갑게 맞이해서 함께 집으로 간다.
오늘은 블랙진재킷을 입고 까만색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까만 스니커즈를 신었다. 햇빛이 너무 초록초록한 오늘과 좀 그런가 싶었지만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이 내 종아리를 감싸니 기분 좋네 그러면서 왔다.
집에 오자 손을 씻고 거울을 본다.
무심결에 봤는데 뭔가 이상하다.
오늘 예쁘다는 말을 분명 들었는데, 인사치레라 해도 예쁘다는 말을 안 하는 날도 많으니
뭔가 예쁜 구석이 있었을 텐데 좀 이상하다.
꺼먼 옷에 허연 얼굴에 뻘건 입술... 뭔가 많이 이상하다.
흡!! 눈썹이 없다. 정신없이 약속 시간에 늦을까 준비하다 보니 눈썹을 안 그렸다. 눈썹이 없으니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