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들 도대체 어디서 왔지?
허락도 없이 슬그머니 한 발 밀어 넣더니
자기 집인 양 여기저기 눌러앉았는데
더 가관인건 내 발 하나 뻗을 곳도
남겨두지도 않아서 나 이거 참
얼척이 없네 얼척이 없어
주객이 전도돼도 정도가 있지
네가 손님인지 내가 손님인지
정확히 말하면 내가 부른 적도 없으니
거의 도둑놈 수준이지 이건 뭐
어이없어 혼자 씩씩대다
그래도 여기는 법이 있는 곳이니
나 맘먹고 나서면 너네들 쫓아내기는
순식간에 쌉 가능!!
어라~ 뭐가 이래? 쉽지가 않네
이상하네? 쫓아내질 못하네
너 이놈들 내가 딱
한번 맘먹으면 물리칠 줄 알았는데
이상타 이상타
어떤 방법도 먹히질 않네
어느새 내가 눈치 보며
한구석에 가만 앉아서
여기가 분명 내 집이었는데
그때가 꿈만 같다 생각하다
그런 때가 있었나 가물하다
안 되겠다 싶은 거지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구나 그러다가
답답하고 갑갑해서
뭐가 뭔지 모를 것이 가득 찬
서랍하나 살짝 열었다
언제 적 산 건지 모를 영양제 하나 버리고
예쁘다고 문구점서 업어 온 큐빅자석 버리고
생일축하 놀이 해야지 하고 뒀던 초도 버리고
누가 준건지 기억 안나는 머리핀도 버리고
10마리 먹으면 1마리 준다는 치킨쿠폰도 버리고
작은 서랍 비워내니 쓰레기봉투 하나 가득
깨끗이 빈 서랍에 몰래 메모지 한 장
요기는 내 땅이다 요 녀석들아
내일은 저기 옷장 한 칸 열어서
죄다 비워 놓고선 또 내 땅이다 그래야지
그래도 하다 보면 누가 알아
이 녀석들 슬그머니 왔으니
어느새 또 슬그머니 갈지도 모르는 일
어처구니없는
내 집에서 내 땅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