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신춘문예당선작, 허성환의 < i >를 읽고-20240331
우리는 고졸이고 토익점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의자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우물우물, 쩝쩝, 꾸역꾸역 식사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방산시장으로 돌아와 손수레를 끌었다. 왜냐하면 이제 나는 남편에게서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이유가 전부였다.
나는 박스를 들었다. 묵직한 무게가 온몸에 전달됐다. 박스를 손수레로 옮기면서 아내를 생각하고 아내 몸속에 있는 아기도 생각했다.
아내는 연애 때도 작은 책상과 작은 화장대, 그리고 작은 싱글침대를 썼다. 나는 좁은 방에 살며 좁은 화장실과 좁은 현관을 썼다. 늘 좁은 창문으로 밖을 쳐다봐서 내 시야는 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좁은 곳에 사는 남자와 작은 곳에 사는 여자가 만나면 좁고 작아져서 삶은 더 비참해질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되도록 빨리 헤어지려 했다. 그러나 아내의 의견은 달랐다. 좁은 곳과 작은 곳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고 공간과 공간이 합쳐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혼자 사는 3평과 혼자 사는 4평이 합쳐지면 7평이 끝이 아니라 서로 껴안고 있으면 14평처럼 쓸 수 있다고 했다. 아내의 판단에 나는 아내를 열렬히 껴안고 사랑했다. 그 결과, 나의 씨앗이 아내의 몸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