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려고 애쓰지 마

트라우마와 이별하는 중이다

by 빛글


의사 선생님 : “아이고, 어쩌다 허리를 다치셨어요?”

나 : “저... 그러니까... 그게요...”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 숨바꼭질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뭐 하고 놀까?”

“우리 숨바꼭질해요~.”

집이라는 공간은 숨을 장소가 정해져 있다. 문 뒤, 식탁 아래, 베란다, 옷장, 이불장, 책상 밑. 또 있으려나? 늘 정해진 장소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딸이 6세, 아들이 3세쯤. 나에게 사건이 일어났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딸이 술래가 되고 아들과 나는 숨을 장소를 물색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들은 식탁 밑에 숨고 나는 작은 방으로 뛰어갔다.

‘오호라, 좋은 장소가 있었다니.’

나는 생각지 못한 좋은 장소를 발견하고 몸을 숨겼다.

‘아마 찾지 못할걸? 앗싸~!’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쯤 딸이 말했다.

“다 숨었니?”

아들과 나는 동시에

“숨었다.”

딸은 식탁 밑에 숨어있던 아들을 먼저 찾아냈다.

3세 아들의 시선에서는 자신이 식탁 밑에서 눈을 가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주 식탁 밑에 숨곤 했다. 못 본 척 계속 찾고 있으면 짠! 하고 나타나 '나 못 찾았지롱.' 하는 눈빛으로 활짝 웃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스스로 진실을 알 때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아들은 식탁 밑에 절대 숨지 않았다. 캬~ 아쉬워라. 귀여운 표정 더 보고 잡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으흐흐흐... 못 찾겠지롱~’

나는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허리가.



‘뚜두둑.’ 머여, 나 시방 허리 나간 겨?



“얘... 얘들아~”

나의 소리에 놀란 아이들이 달려왔다. 걱정하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보니 통증 때문에 괴로웠지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숨바꼭질하다 허리 부상을 당할 줄이야. 헐~.

내가 숨은 장소는 스탠드 행거 뒤. 옷이 몇 개 걸리지 않은 상태라서 몸을 최대한 숨기려고 어정쩡한 자세로 있었다. 그러다 살짝 옆으로 돌리는 순간. 으윽!

허리 통증이 심해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고 옷을 입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딸이 옷 입는 것을 도왔고 어렵게 병원에 내원할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엄마를 부축하며 들어서자 의사 선생님은 꽤나 놀라신 듯 물으신다.

“아이고, 어쩌다 허리를 다치셨어요?”

“저... 그러니까... 그게요...”

의사 선생님은 대답이 무척 궁금하시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고 자꾸 웃음만 나왔다. '왜 말을 못 하시지?'라고 말하는 듯 똘망똘망 바라보는 아들. 딸은 이 상황이 웃겼던 모양인지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저... 제가요. 아이들하고 숨... 숨바꼭질을 하다 허리를 그만...”

“네? 숨바꼭질이요?”

의사 선생님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웃음을 터뜨리셨다. 그때서야 조용히 있던 나와 아이들도 웃음이 터졌다. 나는 물리치료를 마치고 아이들과 집에 돌아왔다. 그 후 일주일 정도 치료를 더 받아야 했다.


황당한 숨바꼭질을 경험했던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뭉쳤다.

“엄마! 우리 숨바꼭질해요.”

나는 언제 아팠냐는 듯 씩씩하게 말했다.

“그래”

우리는 한동안 숨바꼭질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숨바꼭질 쪼아!





딸!
트라우마와 이별하는 너를 응원할게. 좋은 기억 꺼내보며 지금보다 더 많이 웃어보자. 딸이 떠올리고 싶은 사랑받았던, 즐거웠던, 배꼽 빠지게 웃었던 추억들 열심히 소환해 볼게. 마음이 너무 일찍 커버린 동생의 내면 아이를 걱정하는 딸의 마음 잘 알아. 그래. 우리 함께 그 아이와도 만나 위로해 주자.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지금은 너만 생각해.
너의 마음도 여유가 없는데
'누군가'를 용서하려고 애쓰지 마.
지금은 너 자신을 다독여주고 사랑해 줘.
그들의 어린 시절,
그들이 겪은 아픔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
살다가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 찾아오면
그때 이해해도 늦지 않아.
설령 그때가 오지 않는다 해도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냥 지금은 오직 너 자신을 위해 살아.
그것만으로도 너는 지금 잘 살아내고 있는 거니까.

그들을 원망하는 너의 마음마저 존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