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내면아이와 만나는 날

존중받지 못한 기억이 아프다

by 빛글



딸이 울고 있다.


“나는 다시 태어나기 싫어요.”


가끔 있는 일이지만 그때마다 딸과 함께 많이 아프다.






나는 멘탈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딸이 아픈 과거로 인해 괴로워할 때면 나의 멘탈은 언제 강했냐고 비웃기라도 하듯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그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다. 유독 딸에 관한 일은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자신이 존중받지 못했다는 기억이 고스란히 상처가 되었다. 그 아픈 과거에는 엄마인 내가 존재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나는 딸을 가시덩굴 안에 계속 머물게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넝쿨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어야 했다. 나는 비겁한 방관자였을지 모른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이기에 후회만 남을 뿐이다.


딸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내면아이. 그 아이는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 내면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웃음을 도둑맞은 것처럼 불편하다. 하지만 피하지 말고 극복해야 할 의식이다.


과거 나는 딸이 내면아이와 만나는 날이면 고통스러웠다. 모든 상황들을 저항하느라 급급했다. 울고 있는 딸을 토닥이고 있지만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벗어나려고 애썼다. 나의 행동과 말이 딸의 감정을 억압해왔는지 모른다. 토해내야 하는 어린아이의 아픔을 꾹꾹 눌러버리는 큰 바위처럼.


지금 나는 딸이 내면아이와 만나는 의식이 시작되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공감해 준다. 끝날 때까지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


눈과 입을 통해 억압되었던 감정을 쏟아내는 동안 나는 조용히 딸아이 손을 잡아준다. 조심스럽게 손 마사지를 시작하며 딸과 교감한다.


내면아이와 만나는 의식이 끝을 보이기 시작할 무렵 웃음을 유도한다.


“에고,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네. 엄마는 눈이 작아서 고런 눈물도 안 나오더만.”


딸이 웃기 시작한다. 그때 꼬~옥 안아주며 말한다.


“사랑해 딸~.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아마 모를껄~.”


오늘 또 한 번의 의식을 통해 내면에 자라고 있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계단 하나를 밟게 되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이렇게 어른 아이는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니 노력하지 않고 막연하게 좋은 부모이길 바랐던 것 같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수용과 사랑이 부족했다. 훈육에 대한 지혜로운 방법을 공부하지 않았다. 내가 부족했던, 지금도 부족한 부분은 셀 수 없이 많다. 좋은 부모 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가꾸어 가야 할 토양과도 같다. 토양에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며, 그 싹이 싱그럽고 튼튼한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