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딸의 일탈에 나도 동참했다(feat. 치팅데이)

적당한 식습관이 주는 행복

by 빛글

‘일탈’


여기서 말하는 일탈의 주인공은 ‘음식’이다.

올바른 식습관 또는 건강한 식단.


과연 그 기준은 무엇일까?


좋은 음식만 챙겨 먹기?

건강하다고 말하는 음식 위주의 식단?


좋은 음식, 건강한 식단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좋고 건강할까?






딸은 자주 말하곤 한다.


“엄마는 전생에 초식동물이었을 거예요. 호호호.”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양식이나 중식보다 한식을 가장 좋아하는 나. 나물 반찬이나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




26편500.jpg 집밥 메뉴 - 열무얼갈이김치 (버무려 바로 먹거나 익혀 먹어도 역시 맛나다. 침 꼴깍~)



희귀질환 확진받기 전, 죽으로 하루를 견뎌 내야 했던 딸. 그런 딸을 간호하느라 정신없었던 나. 그때 나는 알타리 김치(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로 한 달을 살았다. 김치 하나로 버티는 나를 보며 딸은 무척 속상해했다. 그러나 나는 행복했다. 알타리 김치를 한 달간 먹을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했다. 지금 생각하니 웃픈 일이라 딸은 말하지만, 오히려 딸에게 미안했다. 죽으로 하루를 힘들게 버티는데 나만 맛있게 먹는 것 같아서.


투병 후 건강한(?) 식단으로 무척 힘들어하는 딸은 많이도 울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고통.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고통이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딸은 울며 말한다.


“좋은 음식만 먹으면 건강할 수 있는 건가요? 먹지 못해서 스트레스받고 마음이 아프면 무슨 소용이죠? 건강한 음식 억지로 먹으면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한 번씩 내가 좋아하는 음식 먹으며 행복한 게 차라리 낫지 않아요?”


토끼똥 같은 눈물을 똑똑똑.


밥상을 차리며 딸 눈치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맞는 말이다.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면. 과연 딸이 먹고 있는 식단은 건강으로 가는 올바른 길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매일 마주해야 하는 밥상이 행복이 아닌 고통이라 느낀다면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심리적 안정과 행복한 마음은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만일 딸 입장이었다면 더 괴로웠을 것이다. 지금껏 잘 견뎌준 딸이 고맙고 미안했다.






1 밥상 2 편집500.jpg
17편 500.jpg
집밥 메뉴 - 쫄면과 만두 라면


이제 음식으로부터의 ‘일탈’은 시작되었다. 가끔 기분 좋은 일탈로 행복을 채우면 먹지 못해 찾아오는 우울감은 작아진다. 만찬 후, 몸이 좋아하는 음식을 열심히 먹으면 된다.



3 편집500.jpg
6편집500.jpg
집밥 메뉴 - 목살 묵은 김치 찜과 떡볶이


자주 먹을 수 없지만 어쩌다 한 번 좋아하는 음식과 만나는 날.

물개 박수를 치며 웃음꽃을 겁나 활~짝 피우는 딸의 얼굴.



11편집500.jpg
19편500.jpg
배달음식 - 치킨과 피자



20편500.jpg
22 편집 500.jpg
외식 메뉴 - 로제파스타와 상투과자(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은 휴식 중~)


지금도 먹고 싶은 욕구를 인내하며 많이 양보하는 딸. 그런 딸이 참 많이 고맙다. 사실 나 역시 가끔 치킨이나 족발이 먹고 싶지만 ‘참을 인(忍)’을 수없이 써 내려갔다. 이제는 딸과 함께 소심한 일탈을 꿈꾸고, 행복한 만찬에 동참한다. :)






‘적당한 식습관’


딸을 보며 깨닫게 된 사실.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딸을 힘들게 했던 시간들을 반성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음식과 운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편안한 마음과 기쁜 마음도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무조건 ‘건강한 식습관’을 외치기보다 ‘적당한 식습관’으로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삶을 살자.


딸에게 음식 일탈은 ‘야호~!’를 부르게 하는 행복한 만찬이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