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시기는 대부분 20대에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난 30대 시점에서 서울에 왔다. 그래서 사실 반대가 엄청 심했다. 회사가 합격한 것도 아닌데... 그동안 했던 일인 중등교사를 내려놓고 서울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너무 신이 났다. 걱정과 두려움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기대가 더 앞질렀다.
사회가 내 나이에 정한 기준은 빼박 결혼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현실은 지지고 볶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 루트대로 갈 뻔했다. 하지만 결혼할 타이밍이 어긋나면서 나의 인생만 생각한 도전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인생을 살면서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여서 결정하는 것도 있었다.
사실 난 쉬운 루트가 항상 선택권에 있긴 했지만, 그 길이 끌리지 않았다. 그 길은 대부분 주변사람의 빽(도움)을 받아서 쉽게 얻어지는 길이 많았다. 인복이 많은 덕분에 그것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그때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대학생부터 나의 삶은 '개척자'의 길을 선택했다. 이 훈련도 약 13년 이상 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길로 나아가는데 사실 두려움은 많이 내려놓은 편이다.
그래서 이 치열한 서울을 향할 때 돈도 없고, 빽도 없지만 단 하나는 있었다.
"그냥 못 먹어도 고!, 그냥 당당함 JESUS 빽 믿고!!"
어쩌면 이 생각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잘되든 못되든 후회는 없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사실 겁이 많은 성향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 서울에 살고 있을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셰어하우스의 입주가 서울여행 3일 만에 풀리면서 나는 서울살이 1년을 결정하게 되었다.
시고르여수를 33년을 살고 서울에 상경하며 바라본 서울이라는 곳은 이렇다.
첫째, 콘텐츠를 직접 접하며, 유행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기업이 많은 지역이며,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 특히 젊은 인구의 비중이 엄청 높기 때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아주 많으며 그 기운 또한 밝음 그 자체이다. 예를 들어, 팝업스토어를 통해 그 제품의 동향 또한 직접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게 가장 좋다. 또한, 수요가 많으므로 공급하는 기업 입장에서 여러 문화를 기획하고 행사를 하는데 좋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큰 지역인 만큼 서울은 고인 물보다는 계속 흘러가는 곳이 많다. 그래서 다양성과 개방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과한 친절, 선을 넘는 경우보다는 적당한 친절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곳들이 넘쳐난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놀란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식(食)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퀄리티가 엄청 높은 맛집과 카페가 많아서 누리는 데 참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가격대라면, 서울의 맛집의 별점이 높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책방언니를 따라갔던 '회현식당'의 생선요리 정식으로 맛본 여러 종류의 음식들은 나의 오감을 즐겁게 해 주었다. 오감을 즐기며 서로 오고 가는 그 대화들은 우리의 식사시간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생선으로 만든 찜, 구이, 튀김, 회를 맛보면서 음식에 집중한 경우는 오랜만이다. 하나하나 다 음미하며 감탄하는데 나의 텐션은 폭발하였다. 이런 곳이 서울은 참 많아서 너무 좋다.
아직까지는 서울의 분주함이 좋다.
이 바쁨이 독립창작자에게는 기회이므로 더 좋다.
새벽이 체질인 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서
발로 뛰고 몸으로 얻어가는 시고르소녀 복아가 되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