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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Oct 21. 2016

# 짜장면 아저씨께 온 문자메시지

KBS 허수경의 해피타임. 라디오 원고로

글을 쓰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스쳐가는 무수한 일상들이 매일마다 다르고, 느끼는 마음들도 다르지만 그 안에  잠시 머물다 생각하면

눈동자에도 그 마음이 서려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하루의 감동이 마치 조그만 쪽지에 접어놔서 찾다가 포기하기도 하지만, 들쑥 튀어나온 것처럼 바로 코앞에 있기도 해요.

브런치에 어떤 글들을 올리고, 어떤 방향으로 적어야 할지, 너무 방치해버려서 그나마 있는 구독자들도 잊히고 적막함이 들지만 애초에 먹은 마음에는 흔들림이 주고 싶지가 않아서 매거진 새로운 하나를 만들었어요.

글에는 종류들이 참 많지만, 저는 라디오를 좋아해서 사연으로 글을 보내는 편이에요.

월간지에는 몇 년간 글을 올려도 미채택이 되는 좌절과 민망함을 안고 살기도 하지만..

글에도 자기와 어울리는 글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됩니다

제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는 라디오에 채택된 사연들을 매거진으로 올려봅니다.



(#사연으로 보낸 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인데도 어떤 날에는 몸이 고단해서 내가 한 밥이 아닌 누군가 해준 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날 저녁은 정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왠지 그날 저녁은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전단지를 뒤적여 바로 주문을 했다. 바람처럼  짜장면이 배달되었다. 아이들과 맛있게 나눠 먹고 그릇들을 정리하려 하다가 문득 예전에 라디오를 듣는데 어떤 분은 먹고 난 그릇을 깨끗이 씻어서 문밖에 내어놓는다는 사연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 누군가의 라디오 사연을 들은 날 뒤부터 그 사연이 잊히지도 않고 기억이 났다. 그날도 그랬다. 사실 전까지만 해도 내가 먹은 그릇인데도  다시 만지기도 싫도록 쓰레기처럼 내어놓았던 적도 있었고..

시켜 먹는 이유는  밥도 안 하고, 설거지도 안 하려고, 편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그 몇 초 그릇을 닦는 맘은 뭔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깨끗이 닦아서 비닐봉지에 담으려다가 마침 있었던 초코파이를 그릇 안에 담아서 내어놓았다. 다 큰 어른에게 과자를 담아드려서 괜히 욕먹는 게 아닌가 살짝 생각이 스쳤지만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담아놓았다. "아저씨가 와서 가져가시면 기분 좋으시겠지? "

그리고 그다음 날 저녁 내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초코파이 감사히 먹겠습니다^^"그 문자를 받고선 순간 뭐지? 하고 생각하다가 그 중국집에서 온 문자라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사소하고도 스쳐갈 소박한 일이었는데 뭔지 모르게 큰 좋은 일을 한 것처럼 그냥 좋았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생각지도 못 했던 것을 듣고 나도 한 번 해본 일인데, 이렇게 덕분에 마음 따뜻해지는 일들을 나도 할 수 있다는 것들이 뿌듯한 하루였다.



(#방송으로 수정돼서 나온 글 )

전업주부인데 너무 고단해 다른 사람이 해준 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날은 정말 천근만근이었다

그리고 왠지 짜장면이 먹고 싶어 주문을 했다. 바람처럼 짜장면이 눈앞에 배달됐다.

아이들과 맛있게 먹고, 그릇을 정리하다 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이 생각났다

시켜 먹은 음식 그릇을 깨끗이 씻어 내놓는다는 사연이었다. 

사연을 들으면서 음식을 시켜 먹는 건 밥하기 싫어서 이기도 하지만, 설거지하기 싫어서이기도 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의아했는데, 이상하게 가끔 그 사연이 생각났다.

짜장면을 시켜 먹은 그날도 그랬다

그래서 그릇을 내려다보니 방금 전에 나와 아이들이 먹은 그릇인데도 만지고 싶지 않게 지저분했다.

그러니 남은 오죽할까 싶어 그릇을 닦았다

그릇을 닦는 몇 분 안 되는 시간 뭔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닦인 비닐봉지에 담으려다 마침 있던 초코파이도 함께 봉투에 넣었다

배달 오신 분이 어른이었는데 과자를 드리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단 걸 싫어하시면 다른 사람 주겠지 생각했다

다음 날 저녁, 휴대전화가 아니라 일반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초코파이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중국집에서 온 문자였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소박한 일, 아무런 생색도 낼 수 없는 작은 일이었는데 꽤나 좋은 일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라디오에서 나온 사연을 듣고 따라한 그 작은 행동에 마음이 그렇게  따뜻해질 줄 몰랐다.

상처도 사소한 데서 받지만, 행복도 사소한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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