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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y 05. 2017

#자신을 정화하는 것은 뭘까

시인 길상호 작가님을 만나고

지난주 한 시인의 있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문학 작가분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이사를 오고 난 후  지척에 문학관이 있는 덕에 간헐적이긴 하지만 가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서 감지덕지인것만 같다. 

아이들이랑 그 공간 속에 온전하게 물들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제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비집고 들어가 귀라도 열고 있는 것만으로도 때때로 호사롭고 마음이 두근거린다. 

예전에는  시를 쓰시는 오은이란 분의 이야기를 듣고 와서,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들었는데  오자마자 시 들을 찾아 읽다가 더 많이 궁금해서 책을 사버렸다. 한동안 어려운 시집을 들고 읽었는데 시를 쉽게 쓰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시의 언어를 어떻게 흡수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들을 

그리듯이 표현해야 하는지 여전히 모호한 채 생각의 발걸음을 떼려다가 그만두곤 했다. 

이번에도 길상호라는 시인이 얘기들을 나눈다고 했다.


"시, 나를 정화하는 시간"  얘기의 화두는 자신을 정화하는 것이 무엇인가로 시작했다.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양치질을 하고, 청소를 하는 것은 깨끗하기 위하여 하는 일이 아니냐며 운을 떼셨다. 

주변을 깨끗하게 하려는 것처럼 마음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얘기들을 나눠주셨는데 길상호 작가님은 시에서 그것을 찾으셔서 시인이 되셨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면서 내게는 어떤 방법으로 마음을 정화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봤다. 물론 내게도 쓰는 것의 비중이 참 크지만..

길 작가님은 걷는 것을 얘기하면서 집에 있을 때는 자신에게 몰두하게 되지만, 밖에서 걸을 때는 다른 것에 몰두하기 때문에 걷는 것을 정화의 방법에서 얘기해주셨다. 

거리에 단풍, 낙엽, 빨간 열매, 산을 걷는 사람들의 옷..

얘기를 전해주시면서 작가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었던 얘기들이 기억에 남았다. 

가난, 아버지의 부재, 해 질 무렵 눈부시게 아름답던 석양과 대조적으로 집 울타리 안에서 울고 있던 엄마의 모습..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던 그 소년의 모습이 눈에서 아른거렸다. 

그런 시절이 있어서? 어려움이 있어서? 그래서 시를 쓸 만큼의 감정의 수많음 들을 글을 적는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분께 시란 어떤 순간의 어떤 만남이었고 시작이었을지 생각해봤다. 

수많은 상처들, 무수한 감정의 몰입들이 글로 적히는 순간 그때의 마음들로 흘러갔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세상에 모든 것은 나를 반영하는 소재가 된다고 했는데 얘기의 중간에 종이컵을 나눠주고 자신을 종이컵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해보라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셨다.

나는 그 종이컵을 가지고 쩔쩔맸는데, 어떤 분은 종이컵 한 쪽을 접어서 뾰쪽하게 만들어, 자신을 다른 무언가에 옮겨 담을 수 상태라고 표현 한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종이컵 둘레를 다 오려서 마치 꽃처럼 만들었는데 그분의 얘기에 또 한 번 경청하게 됐다.

살다 보면 여기저기 상처를 입어서 찢어지고, 찢어졌지만.. 결국은 그것이 꽃이 되었다고 표현했던 그 분의 말에 잠시 멍한 채로 있었다.

한때 우울증도 겪었던 길 작가님의 이야기에서 '얼룩'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 얼룩에서 슬픔의 연대기를 써보자고 했었는데, 그 얘기들을 담담하게 얘기하신 분도 있었고, 저마다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셨다. 

얼룩의 상처들은 지금이라도 위로해줘야 하며, 글로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맑아지는 자신을 발견해가게 됐다고 했다. 

집에 와서 여러 가지 기사들을 검색하다가 마음에 남았던 것이 있었다.

"시를 쓰는 일이 죄를 짓는 일이 되지 말아야 한다. 자기감정에 충실한 시보다는 따뜻한 시, 슬픔이 치유되는 시를 쓰고 싶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종이 조각에 적어놓은 그분의 얘기들을 찾아 옮겨놓는다. 

어떤 글귀에서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던가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기에 말이다.. 강의실 한켠에 그 얘기들을 거저 듣다가 마음이 아리고, 사람 만남이 무언지 새삼 되뇌었다..


(2016년 11월 30일에 적었던 블로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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