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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Feb 10. 2018

#책을 쓸 수 있을까요

백영옥 라디오 딥톡스 사연 속 어떤 작가 지망생의 고민 

밑에 층에서 빌려준 책을 읽고 난 후 글을 쓴 작가가 궁금해졌다.

검색해서 보니 라디오 방송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라디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눈이 반쯤 커질 일이었다. 방송 시간을 보니 새벽 2시부터 3시 방송이다.

생방송으로 들을 수는 없어도 다시 듣기라는 것이 있어서 줄곧 그녀의 새벽 라디오를 듣는 애청자가 되어갔다. 왜 그녀의 라디오 방송을 찾아 들을까 생각해보면 흔하지 않게 라디오에서 음악보다도 사연에 집중하는 것이다.

"긴 글 고민 사연에 깊숙한 대화" 그녀의 라디오 진행 방식이다.

내 고민 글은 아니었는데 듣다 보면 충분히 공감받고 있다는 것과 적당히 희망적인 말로 넘어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이며 진심이 묻어나는 조언들이 라디오를 듣는 내내 기울이게 했다.  

고민 사연자가 눈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 마이크를 앞에 두고 하는 말인데도 둘이 깊은 대화들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매일마다 고민들의 목록들이 올라왔고,  며칠 전 고민 사연에 나도 궁금해지는 주제가 올라왔다.  

저는 책을 쓸 수 있을까요



고민을 보낸 청취자의 줄거리는 이랬다.

책을 준비하고 있던 작가 지망생, 원고는 열심히 작성했지만 막상 출판사로 보내려니 내용이 부끄럽고 자신의 책을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는 두려움으로 원고는 출판사에 보내지 않고 도망치듯 호주로 몇 개월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하게 알고 있던 누군가를 만난다. 보석 세공사로 꿈을 이루기 위해 호주에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녀의 아는 오빠였다.

자신과 다른 타인, 그녀는 도망치듯 왔던 호주에서 온 지 이틀 만에 일도 구하고, 주말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도 하고 거기다 영어과외도 틈틈이 받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 생활을 알차게 지내고 있다는 듯 그에게 말을 하자 질문이 이어졌다.

"그래서 행복해?..

너는 꿈이 뭐야?

호주에 왜 온 거니?..."

이 질문을 받은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던 마음 깊은 곳에 도피하려 했던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녀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 두려움에 도망친 그녀 자신에게 힘을 달라고 하는 사연으로 끝맺어졌다. 이 고민에 백영옥 소설가는 대답한다.


자신의 원고가 맘에 안 들거나 거절당할 것 같은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고.

그래서 주위에 작가 지망생들에게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뭐냐면 " 왜 글을 쓰고 싶어?"라고 했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서 라고 했고, 누군가는 책을 내면 취업이 잘 된다고 했다고 했다. 그리고 곧 그 질문을 자신에게도 똑같이 묻는다면 자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했다.

"저는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그녀의 솔직담백 한 작가로서의 얘기들이 이어졌다.

"소설은 공들인 것에 비해 보상이 작은 일이며, 소설 쓰기는 지독하게 독점적인 애인 같아서 다른 것에는 한눈팔기 어렵다, 돈이 될 가능성 적다, 직업적 안정감을 주지도 않는다, 이름난 작가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재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

구구절절 흘러나오는 얘기들이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글쓰기에 대한 감상으로부터 단박에 빠져나오게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은 평범한 작가며 비범하거나 천재적이 않다며,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함과 간절함으로 작가가 되었다, 매일 쓰고 매일 읽는다라고 말했다.


앞서서 몹시 현실적인 것들을 직시하게 한 작가의 조언들을 듣다가, 그럼에도 쓰기를 좋아했던 것으로 작가가 되어하는 말은 더 와 닿게 들렸다. 마냥 꽃길 같은 것만을 상상하는 것도 안 좋지만, 비관적일 필요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작가가 된 사람의 말은 그렇게 들렸다.


"출판사에 거절당할 확률 90%입니다. 혹은 거절되었다는 메일 조차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두드리면 돼요"
"실망과 좌절을 배우는 것이 창조적 작업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백영옥 작가는 20대 초반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만큼의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꿈이 소설가가 될 것이라는 것에 의심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거절을 당하자 들었던 위축감.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 누가 뭐래도 소설가다. 그리고 한 번 읽은 그녀의 문장들이 좋아서 그녀를 탐색하다가 라디오 방송까지 듣는 팬이 되어 나 같은 독자도 있지 않은가


이 사연을 관심 있게 들었던 건 고민 사연자가 나 같아서였다.

"나도 또한 그런데.. 나도 그런데.."그러면서 라디오 속에 이야기들을 내 사연처럼 듣고 있었다. 두려워서 호주로 도피하듯이 떠나지는 않았지만 시시때때로 내면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에세이로 수많은 책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읽어줄 독자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이다.

현재 나의 브런치 독자 64명.

언제부턴가 더 이상 늘지도 않고, 혹은 있는 구독자들도 구독 해제를 하고 떠났다.

그 기분은 뭘로 표현해야 할지 절망까지는 아니어도 외면당한 쓰라림이 크다. 그럴 거면 구독자가 되지 말지.. 생각의 방향이 깊어지면 글쓰기에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고작 이 작은 브런치 공간에서 실망과 좌절을 맛보고, 구독자 숫자에 위축되어 글을 쓰지 못한다면 이보다 넓은 공간에서의 글들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구독자가 더 이상 늘지 않아도, 혹은 그나마 고맙게 남아있는 독자들이 어느 날 나의 글이 읽고 싶지 않아 떠나가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할 것 같다.

백영옥 작가가 했던 마무리 이야기가 좋아서 핸드폰 메모장에 적었다.

"출판사에 보내지 못했다던 원고 그것은 소용없는 원고가 되지 않을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무수한 글들이 퇴비가 되어, 꽃피는 글들이 될 거예요. 그러니 도망가지 말고 쓰세요"


도망가지 말고 그냥 쓰라는 백 작가의 말은 나름의 의지를 굳게 해준다. 비범하지 않고 천재적이지 않으며 성실함과 간절함,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을 계속하는 사람의 위대함을 말한 그녀의 말은 나를 다시 이곳으로 향하게 했다.

영혼의 탐험가가 되어 사람들의 모습들을 관심 있게 바라보라던 그녀의 말, 쓰는 것은 홀로 하는 일, 반응이 필요한 독자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할지라도 실망과 좌절에도 툭툭 털고 일어나 원래 하던 일을 하는 것, 이것이 글을 쓰는 것을 얼마나 원하는지 여러 순간 속에서 그렇게 다시 배워나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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