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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Jun 02. 2018

# 브런치 작가, 2년 후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날이 2016년 3월 25일, 오늘 날짜는 2018년 6월 2일. 

2년이 지난 나의 브런치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문득 적어보고 싶었다.


이경복

전체 글 36개, 구독자 81명, 관심작가 19명. 

잊히는 생각에 가치를 덧입히는 쓰기 생활자

매거진: 평범한 것들에게 묻다, 라디오 일기, 마흔과 은퇴 준비생, 작가가 되어가는


현재 나를 나타내는 말이다.  

나는 언제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속으로 찾아왔다. 지금도 쓰고 있는 블로그와 다른 이곳에 존재는 블로그보다는 조금 더 많은 장르의 글을 대면할 수 있는 글세상이자, 왠지 모르게 밀폐된 곳으로부터 나와 쓰는 공개된 공간 같아 보였다.

우연하게 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독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내게 다시 한번 확인을 시켜준다. 그것은 다른 아닌  구독자. 

구독자라니.. 그 표현은 참 두근거리면서도 설렜다.

나는 책을 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글을 읽고 '독자'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니 덩달아서 마음도 설레고 마치 실제 작가가 된 것 같은 생각들을 이따금씩 하게 해줬다.

그것뿐일까?

이곳에서는 처음부터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표현으로 자신도 몰랐던 작가라는 이름에 대한 마음에 반응들을 시시때때로 귀 옆에 대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글에 반응을 할 적에도 '작가님'이라는 호칭은 어색했지만, 호칭을 쓰는 이도 듣는 이도 좋지 않았을까 나의 마음처럼 생각해본다.

그렇게 이곳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어 준 것 같은 글쓰기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구독자, 관심작가, 좋아하는 글까지 모두가 글과 관련된 것의 호칭 나열이지 않은가.


그렇게 새로운 표현들에 생소하면서도 반응하던 나의 마음을 보면서, 글 하나를 쓰기 위해 때로는 잠을 안 자고 쓰거나, 새벽에 깨어 적으며 글을 적어 보고 있었다.

글은 글로만이 아니라 반응이 있어야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는 이기주 작가의 말처럼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댓글을 받게 되면 더 신이 나면서 적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 점이 있는 가하면 반응이 없는 글은 때때로 내가 적은 것이 공감을 살 수 없는 글은 아닐까 해서 괜스레 마음이 위축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양면성의 부분들을 늘 가지고 있으므로, 타인의 반응에 따라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반응하는 것들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만 열심히 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도 읽으며 피드백을 나눌 때 이 공간은 더 풍성해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전히 혼자 쓰는 글쓰기 같은 공간이 되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의 나의 공간은 그렇다. 거의 후자에 가까운 상태라서 조용한 곳이기도 하다.

바빠져서 못 오고, 쓰고 싶지 않아서 멀어지고, 다시 온 공간은 다시 처음처럼 여전히 내 공간 같지 않은 설익은 맛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이런저런 마음들을 느끼는 사이에 2년이 흘렀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것 같은 곳을 없애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기도 하고, 내 글이 이 정도뿐이 안되는가 하는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물음들이 드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그럼에도 꿋꿋이(?) 놓아둔 이유는 이제껏 써온 마음들까지 다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고민했었고, 쓰면서 때때로 자유로워졌으며, 나름의 삶의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었던 글들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일주일 전이었을까?  

조용하던 공간에 알람이 수시로 들어왔다. 그즈음 적었던 글이 몇 시간도 안되어서 만 명이 읽었다면 표현을 빌리자면 '조회수 돌파'했다는 소식은 몹시 놀라게 만들었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읽고 싶었던 글이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그 글의 제목은 "마흔 넘어 일하기 시작한 이유"라는 글이었다.

사람들은 이 제목의 글을 왜 관심 있게 다가왔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나처럼 마흔인 사람들의 마음 어딘가를 읽어줬던 글이었을까? 아니면 '이유'라는 것의 궁금증이 생겼던 걸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통 열어보지 않았던 글 조회수를 열어보니 2만 명이 읽었다는 걸 보고 놀라다 못해 한편 두렵기도 했다.

글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다는 것과 그것에 따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글은 내가 쓰지만, 발행이 된 후로 누군가의 글이 되기도 하며 또한 어떤 모양으로든 반응할 것이므로 신중하게 적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2년이 지난 후, 독자의 수가 81명이나 되는데 여전히 100명이 되지도 않는다고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글을 쓰더라도, 누군가 생각나서 오는 단 한 사람이 되어도, 이렇게 거북이처럼 걸어가고 있는 나를 보며 그 누구도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아, 오늘 들어오니 한 명이 더 늘어서 82명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브런치 대문에 써놓은 글귀 그대로 "잊히는 생각에 가치를 덧입히는 쓰기 생활자" 바로 그 사람으로 오늘을 이렇게 다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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