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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Aug 20. 2018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의 인터뷰(1편)

추억 박물관 주인 아저씨

에어컨 없이 지냈던 날들이 위로받듯(-.-) 새벽창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눈을 떴다. 

"아.. 추워"

두겹 창문을 고민하지 않고 닫고 싶을 만큼, 온도 변화에 사람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이 감각들이 정직한 지 모르겠다. 직감적인 가을의 공기를 긴가민가 느끼며 적고 싶은 생각에 부스스한 정신을 깨워본다.


제목을 뭘로 적을까 하다가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의 인터뷰" 가 떠올랐다. 

여러 번 스쳤던 적고 싶은 순간 속에 묘하게 공통적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1. 추억 박물관 주인아저씨

어제는 모처럼 수업도 종강하고, 마음 쓰던 것들도 마무리하고 났더니 무언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었다. 

마침 그 근처에 병문안을 가야 할 분이 계셔서 우리들의 목적지는 조금도 명쾌했다. 병문안을 하고 나와서인지 머릿속에 바람 쐬러 가는 길이 조금 무거웠다. 

생각 속에 마음들이 있는 것인지, 마음속에 생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과 마음은 동일한 것인지 

너무 많은 것들을 민감하게 느끼는 나는 때때로 조금 가볍게 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도착한 곳을 거닐다가 한 곳 앞에 서있었다. 지나가다가 보인 길인데, 입구에 그려진 각종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간판이 "추억 박물관"이라고 적혀있었다. 

안 들어가도 어떤 그림들이 그려지는 것 같았는데도, 들어가 보고 싶었다. 

아이들도 좋아할 것만 같은 그림들을 따라 입구에 들어섰다. 

상상했던 모습들이 익숙한 듯이 눈에 들어왔고, 하나하나 물건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그 골동품 같은 것들 사이로 추억들이 생각났다.

"이 텔레비전, 아 이전화기, 이건 그 라디오다.."

오랜된 물건 속에서 나오는 나의 추억들이 나도 점점 옛사람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로 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구경 온 사람들에게 각각의 물건이 어떤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주시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나름의 추억 창으로 구경을 하다가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싶어서  그 앞에 나도 모르게 가서 듣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그냥 대충 보던 것과 달리 조금 더 자세히 보였다. 설명해주시던 사람들이 집에 가버리고, 주인아저씨는 다시 무언가를 하셨다. 

군데군데 구경을 하다가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아저씨에게 여쭙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물어볼까 말까?."

그러다가 물어본 질문하다가 대화의 통로가 되어서 쭉 말들이 이어졌다. 말을 나누다 보니 인터뷰가 되어버렸던 것들을 적어본다.


(1)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아저씨의 개인 소장품으로 하시는 건가요?

네. 30년 물건을 모았고, 이곳에서 추억 박물관을 한 지는 4년이 되었어요. (엄청 놀란 나)


(2)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古 문서를 모으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옛 문서들을 모으다 보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모으는 건 어떨까 생각하다가 이걸 생각했어요.

아이들의 물건들, 책들, 장난감들이요. 그렇게 해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가족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지금은 훨씬 더 가족들이 다 좋아해요. 추억의 물건들이 다 있어서요


(3) 그렇게 모으다 보면 집안이 정신이 없어질 텐데요

따로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답니다. 


(4) 팔기도 하시나요?

팔지는 않아요. 중복되는 물건은 경우에 따라 팔기도 하고요. 아.. 그리고 계속해서 물건들을 사기도 하기 때문에, 박물관 같은 곳에서 연락이 오면 팔기도 해요. 팔고 남은 돈으로 다시 물건들을 사죠.


(5)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완전히 다른 일을 했답니다. 사업을 했고요, 모으는 건 취미였는데 그러다가 일이 된 것이랍니다. 

그러니깐 취미가 일이 된 경우네요


(6) 취미를 일로 하시다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든 것들도 많은데 선생님은 그런 것 없으세요?

"세상일이 다 그런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들고,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해도 힘든 것은 다 있어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즐거워요. 


(7)이 일에는 정년이 없겠네요

그럼요. 하고 싶을 때가 하는 거지요. 어떻게 알고 일본에서도 알고 찾아들 와요. (참고로 그곳에 보면 만화 캐릭터들이 많이 있었다. 아저씨께서 보여주신 일본에서 온 분들의 명함 속에는 일본에 있는 대학 사람들도 있고, 그런 애니메이션 관련한 사람들도 있어다)


(8) 어떻게 일본에서도 알고 오시나요?

그러게요. 신기하게도 찾아서들 와요. 


(9) 주인아저씨는 내게 만화책 원본을 보여주셨는데, 어떻게 이런 것까지 모으셨어요?

출판사에 전화해서요. (실제로 주인아저씨가 보여주셨던 것을 보며, 만화 원본을 보니깐 너무도 신기했다. 그 종이들은 보관을 위해서 주인아저씨만 만지는 것으로 지금의 가격은 어마어마했다. 오랜된 것의 가치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 


정리하다 보니 밑도 끝도 없는 인터뷰가 되어버린 추억 박물관 아저씨의 추억 모으기 이야기는 

뭔지 모르게 나도 닮아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 모으기" 

주인아저씨는 문서와 물건들을 모은다면, 다는 글로 모으는 사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0년을 취미처럼 한 것을, 훗날에 박물관을 할 만큼의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었던 건, 그렇게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다른 한 분도 나타나셨는데, 그분도 장난감 피규어를 모은 지 30년이 되셨다고 했다. 

그 공간에서 순간순간 놀라고,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리고 그 피규어를 30년간 모으셨다던 아저씨의 곁에서 그렇게 기쁘지 않은 표정의 아내분의 모습도 같이 떠오른다. 


"나중에 여기 계신 분처럼 박물관 하시면 되겠어요?"라고 말씀드리자, "집안에 이런 게 계속 쌓인다면 어떨 것 같아요?"

라고 하시는 말씀에 나는 웃고 말았다. 

"예... 이해해요"


(추억박물관 주인아저씨께서는 이 물건들이 소장용의 반도 안된다고 하셨다;;  30년 추억모으기 아저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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