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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Sep 11. 2018

#왜 쓰는가

대통령 연설문을 쓰시던 강원국 작가님에게서 듣는 글쓰기에 대해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잠들었다가 눈을 떴는데, 아직 잘 시간이 많이 남았다거나, 많이 잔 것 같아서 일어나 쓰는 것을 할 수 있을 때다. 지금도 그렇다. 

새벽에 일어나서 쓰고 싶었던 건 이것 때문이었다. "나는 왜 쓰는가" 이 주제는 지난주 토요일 강원국 작가님의 글쓰기의 질문이기도 했다.  


강원국이란 분을 설명하는 말에는 전 청와대 비서관,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교수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가 그분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분이 지난주 이음터에 오신다는 것을 이음터 엘리베이터에서 발견하고, 내리기 전 몇 초 동안 서둘러 읽느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분을 수식하는 것 중에서 대통령이란 단어가 주는 권위적인 것보다도 글쓰기라는 것이 대통령 곁에서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관심이 갔다.  

그 짧은 순간 알았다. 내가 얼마나 글쓰기 단어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얼마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토요일 강연의 주제는 청소년과 지역 주민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것을 알려주는 자리였다. 홍보물을 읽으면서 청소년들에게 글쓰기가 진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과 함께, 나처럼 오로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당일 아침, 오후 1시가 가까워 올 때까지 시간이 더디게 갔다.  

1시가 조금 지난 5분에 들어가니, 예상했던 것처럼 주말인데도 자리는 만석이었다. 그래도 맨 뒤에서라도 그동안 유튜브에서 글쓰기에 대해 찾아들었을 때 눈에 익은 분을 뵐 수 있었다는 건 신기했다. 들어오자마자 진행이 되었던 건 사전 신청자 중에서 쓴 글을 작가님께서 읽어보시고 얘기를 해주는 시간이었다.  

선착순 첨삭지도였기 때문에 전날에 늦게 본 나는 해당사항이 없을 것 같아서 쓰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내내 만약에 써서 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 혹독한 평을 들었을까? 아니면 조금의 칭찬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상상은 자유지만, 그 자리에 올라간 분들이 들었던 글에 대한 사족은 전자에 가까웠다. 

강연 단상에 올라가서 첨삭을 받은 사람은 초등학생 2명, 일반 시민 4명이었다. 작가님은 이분들이 쓴 글에 대해서 사전에 미리 받은 원고를 보고서 얘기를 해주셨다. 초등학생들은 5학년이었는데 이 친구들이 쓰는 글쓰기의 이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이지만, 일기 쓰기, 독후감, 메모를 위해서 동일했다. 그러니깐 학교생활에 필요한 이유들이 더 많았고 작가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아이들이었으므로 웃으면서 몇 마디 말씀만 덧붙여 주셨다. 

본격적으로 기대가 되었던 건 시민들이 쓴 글에 대한 것이었다. 그 위에 올라가셨던 분들은 글쓰기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많은 남자분들이었다. 대학생, 퇴사 후 책을 쓰고 싶어 하셨던 분이었다. 작가님은 처음 분에게는 글에 자신의 이야기가 쏙 빠졌다고 하셨고, 다른 분에게는 동일한 단어가 여러 번 나오니깐 다른 단어로 바꿔보라고 하셨다. 

스쳐가듯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조금씩은 달랐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는 것에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성적을 위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퇴직 후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던 글쓰기를 나는 왜 쓰고 있는지 들으며 잠시 잠시 생각해봤다. 긴 설명을 접어놓고 강원국 저자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을 좀 추려서 적어본다. 


#글쓰기의 방법

1.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지 말자. 유의어를 찾아서 써라. 똑같은 말은 글이 재미가 없어진다. 

   작가들도 다 그렇게 해서 단어를 찾아서 쓴다. 

2. 더 좋은 단어로 고쳐쓰기. 위에 말과 통하는 것이다. (발전, 발달, 번영, 향상 등등... 단어는 수없이 많다)

3. 자투리 시간이 글이 잘 써진다. 차 타고 가는 시간, 카페에서 기다리는 시간, 약간 외롭고 무료할 때 잘 써진다. 

4.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쓰자. 예를 들면 30분 안에 글을 쓰겠다고 하면 무슨 수가 있더라도 그 시간 안에 쓴다. 

5. 감정을 쓰라. 감정과 마주하기. 

6. 여러 번 읽어보라. 

7. 단문으로 써라. 


#청중의 질문들 

1. 글쓰기는 아웃풋의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인풋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글을 쓰기 전에 칼럼 하나를 보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들의 목차를 보거나, 유튜브에서 필요한 영상을 보고 글쓰기를 합니다. 그러니깐 하나 읽고, 하나 쓰기가 습관화가 되어 있어요.


2. 고쳐쓰기는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헤밍웨이는 잠깐 쓰고 오래 고쳤습니다. 고치는 횟수가 중요합니다. 계속 읽어보세요. 자신의 글이 나아지는 기쁨이 있습니다. 

처음 노무현 대동령 곁에 있을 적에 어느 날 대통령께서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시면서 하셨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쓰지 마라 20가지"그런 것들을 알려주셔서 책상 앞에 붙여놓고, 글을 쓰고 나면 그것을 항상 확인했습니다. 그러니깐 오답 노트를 확인하는 것이죠. 


3. 재미있고 유머 있는 글은 어떻게 쓰나요

반응을 염두 해 놓고 글을 써보세요. 예를 들면 친구를 생각하며 어떤 반응을 보일 지를 생각하며 쓰는 거예요. 저도 그랬습니다.  


#듣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들 

1. 강원국 작가님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때부터 다른 집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눈치보기를 하게 된 시작이었다고 하셨다.

2. 우리들은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저는 남의 글을 써주는 삶을 살던 고스트라이터(유령작가)였어요. 50세가 되었을 무렵에 암이 걸리고 나서 그 계기로 삶이 바뀌었어요. 내가 주인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오. 

3. 성장하는 삶을 살려면 달라져야 합니다. 

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이 달라야 해요. 똑같다는 건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 계속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5. 자신의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글과 말이 있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이 있어야 해요. 회사에서 주는 명함은 퇴직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이 되지 않아요. 그때 뭐 하시렵니까. 앞으로 수명도 길어질 텐데 자신에 대해서 알아야 해요.  



이 이야기를 듣고 와서 강원국 작가님이 궁금해서 검색해서 글들을 찾아서 읽어보았더니 강연에 대한 내용들처럼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문학관에서 여러 장르의 작가님들을 통해서 듣던 글쓰기에 이야기와 강원국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말씀들은 또 다른 색깔처럼 다가왔다.

엄마의 이른 부재로 겪었던 남의 집 눈치 보기 살이가 불행한 것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데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고 하시는 말씀이 글쓰기의 방법을 전해주시는 것 말고도 내내 기억에 머물렀다. 

강원국이란 분을 만나고 나서 여운으로 남는 것이 있다면 단어를 좀 많이 다양하게 쓰고 싶다는 것과 계속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로지 이 질문에 대해서 내가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내 이야기를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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