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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Oct 06. 2018

#한편의 글을 백명이 읽으면 백 편의 글이 된다

풀꽃 나태주 작가님에게로부터

기록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쓸 타이밍을 놓치고 나면 적고 싶은 말들이 아무 생각이 나지 않거나 적고 싶은 마음도 불꽃처럼 사그라든다든지 그런 것들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일상을 살아가다가 무슨 신호처럼 "써야겠다"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으면 지체하지 않고 핸드폰 메모장을 열었다. 기억의 증발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게 잠을 자다가도 꿈속에서 나온 말을 잠결에 일어나서 적어놓는다고 어떤 가수도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떠오를 때 적는 것'을 기록의 법칙처럼 생각하는데, 벌써 한 주가 지났는데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이어졌다."빨리 적어, 이제는 더 생각나지 않기 전에.." 



어느 날 홍사용 문학관에서 문자가 왔다. "나태주, 함민복 시인과 함께하는 반석산 에코 트레킹" 그것도 선착순 문자 접수라고 했다. 5초도 안 생각하고 회신 접수를 하고 나서 드는 안도감과 함께 이 두 분의 작가님에 대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동안 책을 사서 읽지는 안 했어도 나태주라는 분 이름만 들어도 생각나는 구절은 이것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캘리그라피를 적을 적에 좋은 문구들을 검색하면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사람들이 이 말을 그렇게 많이 쓰고, 듣고 싶어 하는 말일까 많이 생각했던 말이었다. 그래서 나태주라는 분을 만나고 싶었다. 글을 쓰는 분들에 대한 여전한 마음속 끝없는 궁금증과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서 말이다. 여기서 함민복 시인님에 대한 글은 다음 페이지로 넘겨서 적어볼 생각이다.


그날, 에코 트레킹은 나만 간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 같이 접수해서 가게 됐다. 반석산은 몇 번 아이들과 갔던 곳이기도 했지만, 남편도 아이들도 내가 어떤 것들에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는지 같이 동행하고 싶었던 날이었다. 가을날 산책도 하고 싶었고..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였고, 사람들 사이에서 두 남자분이 보였다. 

"아.. 저분들이구나.."

이름을 검색해서 보았던 분들이 눈앞에 딱 보이자 그제야 나서  그날이 실감이 났다. 산이라고 해도 마치 산책하듯이 걸어간 산 군데군데 두 분의 시인들에 대한 시들을 걸어놓아서 그 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시거나, 혹은 낭송을 해주시거나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오신 분들이 둘러싸여서 두 분의 목소리를 듣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빈 구석을 찾아 바람결에 들리는 이야기에 나도 같이 몇 마디 말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하며 여기저기 공간의 구멍 찾다가 마침내 귀에 들린 이야기들에 가까이서 교감을 할 수 있었던 것들이 마음을 시원케 했다. 

나태주 작가님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시는데도 마치 민요의 가락처럼 빠져들게 했다. 웃다가 경청하다가를 반복하다가 이내 여러 개의 느낌표들을 던져놓고 가셨다. 기억에 남았던 말들을 적어본다.



#1. 좋은 시는 시인의 이름은 지워지고 시만 남는다. 

이 말을 들으면서도, 지난 이후에도 이 말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꼭 책이 아니라 어떤 글을 쓰며 나는 나의 이름이 드러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글과 쓴 사람이 보통은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훨씬 많았는데, 여러 번 이 말을 생각하고 싶었다.  비록 시를 쓰지는 않지만, 좋은 글은 그렇게 쓴 이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고 글이 글로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 글을 쓰면 좋겠구나 생각했다.  


#2. 가끔씩 꿈을 꾸어요. 결혼 못하는 꿈과 교장이 안되고 교감으로 남아있는 꿈  

이런 꿈을 꾸는 것과 반대로 나태주 작가님은 결혼도 하고, 교장으로도 진급하셨는데 이런 꿈을 꾸신다고 했다. 교직에 있으면서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여인과 결혼을 꿈꾸고 고백했다가 거절을 당하고 나서 폐인처럼 지내다가 나중에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셨다고 했다. 교장도 해보고 싶은데 계속 교감으로 있어서 그것이 내내 마음에 있으셨나 보다.  


#3. 시인으로 만든 여자 

고백을 했던 여자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힘들었던 시절들에 적었던 말들이 시인으로  만들었어요 


#4. 시는 시인의 유명한 시로 존재하지 않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시가 남아야 한다. 

풀꽃 시를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할지 몰랐다고 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시가 된 것은 그 시를 읽으면서, 자신도 그런 존재로서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들이 아닐까 말씀하셨다.  


#5. 한 편의 시를 백 명이 읽으며 백 편의 시가 된다

이 말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글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지 설레면서도 또 조심스러운 일도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군데에 적을 것들을 가지고 있는데,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동안 블로그에 하나둘씩 적어놓은 것들 중에서 글을 쓰신 분들 것만 모아보니 만날 수 있었던 분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유명한 작가분이라서 만나고 싶었고, 어느 날은 글을 어떻게 쓰실까 궁금해서 만났고, 어떨 때는 지금 아니면 어쩌면 평생 만날 수 없는 분들이라서 찾아가서 만나기도 했다. 이 기록장을 모아 놓음은 잊고 싶지 않아서 일 뿐이다. 아직도 아이들에게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그것이 철저히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그냥 쓰는 게 좋아 서니깐..

돌아와서 유튜브에서 나태주 작가님의 다른 이야기들을 다 찾아서 듣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성공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에요.
 살아가다 보니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이지요"
" 아름다운 말은 주변을 아름답게 해요. 마치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 제 시는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예요"


일주일 내내 어쩌면 이 말들을 곱씹어서 이렇게 적고 싶었나 보다.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글이 쓰고 싶다. 그냥..

나태주 작가님의 시가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몸의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그 이유는 내 마음만은 오래도록 알고 있는 그 무언가 때문에..

돌아와서 한 장, 한 장 읽어가는 시들이 낯설지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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