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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r 15. 2021

#하루아침에 되는 건 없다

시간이 걸린 것들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백영옥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글들을 생각날 적마다 검색해서 읽는데

그녀의 글들에는 이런 흐름이 있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시작해  책이든, 연구 데이터든지 인용하는 것들이 무척 글을 끌리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자주 듣는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아침 공감"이라는 코너에서는 백작가의 이런 글이 인용됐다.


"옛날 중국에 추앙추라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어느 날 황제가 그에게 ‘게’ 하나를 그려달라고 했다. 추앙추는 열두 명의 시종과 집 한 채, 그리고 5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5년이 흘렀으나 그는 아직 그림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추앙추는 5년을 더 달라고 했고 황제는 이를 수락했다. 10년이 지날 무렵 추앙추는 붓을 들어 먹물에 찍더니 한순간에, 단 하나의 선으로, 이제까지 보았던 것 중에 가장 완벽한 게를 그렸다.”


뒷부분에 이런 흐름의 예시들이 이어졌다. 1만 시간 연습을 통해서 5분 만에 곡을 쓰고, 30분 만의 코딩을 끝내는 작곡가와 프로그래머의 얘기라든가 슬픈 장면을 찍어야 하는 배우가 촬영 직전 감정을 잡기 위해서 심각한 모습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들을 예로 들었다. 그것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순간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의 과정이 있었기 가능한 것이라는 이야기들이었다. 갑자기 영감이 생겨서 곡을 쓴다든가 그 자리에서 감정을 잡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시간들 속에서 오래 준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후에 그 장면이 사람들이 꼽는 명장면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는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13. 7 삼성전기 백일장 가작 시 채택  "꽃도 사람처럼, 사람도 꽃처럼"

2013.12 경기방송 라디오 스타 한페이지 스토리 가작 채택  " 그에게 말 못 한 이야기"

2014.6  좋은 생각 좋은님 메아리 채택

2015.2  좋은 생각 좋은님 메아리 채택

2015.6  좋은 생각 쪽지야 부탁해 채택

2015.7  MBC 양희은, 강석우 여성시대 토요일 '연애시대' 방송사연 채택

2015.9  KBS 허수경의 해피타임 '4시의 쉼표' 방송 사연 채택  "추억 속 옷장"

2015.10 삼성 나눔 페스티벌 나눔 사연 우수작 채택 " 내가 꿈꾸는 세상"

2016.6 KBS 허수경의 해피타임 '4시의 쉼표' 방송 사연 채택 " 어떤 향기"   

2016.10.15. KBS 허수경의 해피타임 '4시의 쉼표' 방송 사연 채택  "짜장면 아저씨께 온 문자메시지"

2017.1월~12월 화성시 SNS 서포터스 기사 기록

2019. 4.19 CBS 한동준의 FM POPS " 내 마음의 보석송" 방송

2019.12.14. 동아리 에세이 공모전 최우수상 

2020.10.17 주민자치센터 백일장 시 장원급제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은 기록들을 찾아보다가 글쓰기가 이렇게 오래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의 흐름을 살펴보자면 글을 쓸 수 있는 범위들이 늘어난 것, 글쓰기를 하면서 글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거기다 글을 써가면서 의외로 글멘탈을 지켜가고 싶은 순간들도 못지않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것, 글을 욕심으로 쓰지 않는 거다.

채택이 꼭 될 거라는 생각으로 쓰지 않기, 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쓰지 않기, 인정받기 위해서 쓰지 않는 이런 것들이었다. 인지상정으로 채택이 안되면 상심도 하고 글 소질 없나 하는 생각들도 하긴 한다. 더구나 반응이 없는 글을 쓸 때는 글을 써가야 할까 하는 생각도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런 마음에 깊이 빠지게 되면 글이 좋은 작용이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생겨서 나름 정리한 마음들이었다.


쓰는 것이 좋다. 우선은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갈 수 있어서 좋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좋다.

추앙추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다시 이렇게 해석했다.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글씨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 글도 오래 시간을 들여서 써가야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럼 나도  '게' 그림과 같은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글이 쌓이면 어떻게 되나 나도 나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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