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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r 13. 2018

#잘못 든 길이거나 균열이더라도

한 달 전쯤이었다.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다리가 후들거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연히 영화관에서 신후네를 만났던 날이었다. 얼결에 같이 영화도 보고 밥까지 먹고 아쉬워 집에 들러 차를 마시고 가라는 언니의 말에 들려오는 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초행 운전 걱정도 없이 인사를 나누고 차에 탔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모험은 시작된 거다.

집 주소를 찍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경로가 아니라 차는 점점 더 집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어???? 이 방향이 아닌데.."

차는 번잡한 시내를 단번에 벗어났고 도로는 공중에 붕 뜬 채 하늘로 올라가듯이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톨게이트가 나타났다. 

"아.. 어떡해 이게 왜 나온 거지?" 그리고 두 갈림길이 떡 펼쳐졌다. 표지판을 보는데 머리가 하얗고 그 짧은 순간 길을 잘못 들면 나는 부산으로 가거나, 서울로 올라가거나 둘 중 하나는 필수 선택이었다. 당황스러우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내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생각이 안 나는 상태. 

눈물이 날 사이도 없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일단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리자 미끄러지듯이 미지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맘 같아서 차의 방향을 뒤집어서 다시 톨게이트로 나가고 싶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도 내 차는 나도 모르는 길을 따라갔다. 

뒤에서 이 상황을 모르는 아이들은 곤하게 잠이 들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ㅜㅜ"

"집을 가야지.." 이미 들어온 길을 어찌할 수 없으니 뭐라도 길은 나올 것이라는 반 체념을 하고 내비게이션을 의지한 채 달렸다. 

"나오겠지.. 나오겠지. 집에 갈 수 있겠지."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건 집에 도착시간이 나오는 내비게이션의 표시였다는 거, 그거 하나만 믿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가도 가고 가더니 어느 지점이 지나자 눈에 익었던 길이 나타났다. 얼마나 안도했던지 도로가 엄마의 품인 듯 포근했다.

마음을 휩쓸던 소용돌이로부터 꽃을 향해 안착한 나비처럼 평온을 얻은 듯 집에 돌아왔다.

실수하고 오지 않았으면 15분 정도면 올 길을 정신을 쏙 빼놓고 돌아왔다.  

집에 잘 왔다는 안도감에 생각난 남편에게 전화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잠시 놀라더니  "톨게이트 잘못 들어가도 다시 나오는 길이 있어"라고 했다. 

"맙소사.. 나는 무서웠던 말이야. 집에 못 오는지 알았단 말이야" 다시 신후네에 가서 집에 돌아온다면 그 길만은 가지 않을 테야. 그럴 수 있겠지?

(2018년 3월 6일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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