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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r 13. 2018

#마흔의 사람들

전에 살던 아파트 7층 언니가 놀러 왔다. 

나보다 4살이 많은 언니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며 잠깐 일을 하기는 했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양육자, 엄마라는 시간을 살다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여러 마음이 교차해 보였다. 

잘할 수 있을지, 그 일이 믿을만한 건지, 꾸준히 할 수 있는지..

그녀의 시작을 들으며 언뜻 나왔던 마흔 즈음에 과도기를 얘기했다. 평생직장이 없는 때를 살아가는 남편들. 직장을 다녀도 다음 직장을 걱정하는 아내들. 

남편은 학창 시절부터 오로지 수영 선수로 한 길을 걸어오다가 수영강사가 되었고, 마흔 중반이 지나면서 조금 더 확실한 직장에서의 자리가 보장이 되어 있지 않다면 제주도로 가서 숙박업을 할지, 아니면 할 수 있는 운전으로 택배 일을 할지 한동안 고민했던 얘기들을 나눴다고 했다. 

남편의 진지한 얘기에 언니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보다 이제까지 해왔던 일을 갈 수 있기를 얘기 나누며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고 했다. 

잘 살아가고 있지만 과도기를 생각하는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깊게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기도 하는 마흔 즈음에 사람들을 만난다. 

늘 그렇듯 있는 그대로의 삶을 고수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다 내어놓고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에서 약간의 변화만 수용할 것인가? 

한동안 나 역시도 그런 고민에 지금 있는 것에서 무엇을 더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 것을 멀찍이 놓고 있었더니 

오히려 내가 아닌듯한 일상이 하루하루 넘어갔다. 원래 있는 것도 잊어버린 채. 과도기. 그것을 넘어가고 있는 듯한 나를 또한 바라보며 지금의 것들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일상 옷을 입듯이 하는 것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말은 쉽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로 해보자고.

(2018년 3월 1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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