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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Aug 28. 2018

#허리디스크와 마흔 앓이

커튼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구구 내 허리, 에구구, 에구구..."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건 맞은편 커튼 속에 누워있는 나다. 

허리에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침을 꽂고 누워 무한 반복해서 틀어주는 파헬벨의 캐논이 언제쯤 끝날지 듣고 있었다. (다음날 가도 무한 반복 중) 

"증상이 어떠세요? 어디가 아파요?"

"몸을 숙일 수가 없어요. 허리를 숙일 수가 없어요. 잘 걸을 수가 없겠어요.." 

몇 가지 질문에 경쾌하게 회신을 주신 의사 선생님의 처방 병명은 급성 허리디스크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 말 한마디. 

"3번으로 가시죠"

그렇게 나는 3번 침대 위에 올랐다. 좀 전에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던 아저씨도, 조그만 아이를 안고 들어왔던 아기 엄마도, 그리고 나도 커튼이 드리워진 침대 위에 누워있어야 했다. 

치과에 가면 치아를 씻어주는 물소리가 "쏴 아악"들리면 이가 시린 것처럼, 이곳에 가면 뾰족한 물체가 나를 찌를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 곳, 태어나 처음으로 한의원 병실의 공기를 느꼈다. 

눕는 것마저 힘들어서 앓는 소리를 하며 간신히 누워있는 나는 허리디스크 환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누워있는 건지?

나는 왜 이렇게 허리가 아픈 건지?

나는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건지?"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병원 침대 위에서 생각하는 시간은 연약한 사람의 몸을 묵상하는 대로 자꾸 나아갔다. 

선생님은 운동이 부족하거나, 갑자기 무리해서 무언가를 해서 그렇다고 하셨으니 나는 그 무엇의 원인들을 생각하며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따뜻한 뜸을 뜨고, 피를 뺀다고 하는 부황을 한 다음, 침이 나의 살갗을 찔렀다. 

허리라서 볼 수도 없는 뾰족한 것들이라지만, 그 아픔보다 허리가 아픈 것이 더 크기 때문에 잠깐 따끔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 더 이상했다. 

아파서 주일에 교회를 못 가고 있었더니 걱정이 된 누군가에게서 문자가 왔다. 

"마흔 앓이가 잘 지나가기를..."

순간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밀려오며, 뭔지 모를 마음들이 뒤섞였다. 

"나 나이 먹어서 그런 거야?" 

허리와 나이가 어떤 이유로 관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건강을 자신하던 내 몹쓸 자신감이 뒤집어지던 순간이었다.

아침마다 바로 일어나지 않고, 늦더라도 꼭 스트레칭을 하고 일어나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하지 않아도 0.1초 만에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자만했던 내가 몹시 반성되던 순간이었다.  

허리가 아프니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도 힘들고, 글씨 쓰는 것도 집중도 되질 않는다. 잠깐 앉았다 일어서자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외마디 말 한마디가 절로 나온다." 아.. 내 허리"

"내일도 이런 반성을 하며, 파헬벨의 캐논을 들으러 한의원에 가겠지.."

허리가 낫는 데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간과하지 말기를, 아직도 나을 기미가 없는 허리를 부여잡고 적어본다.

스트레칭하기, 그리고 운동하기. 

이 와중에 위로와 희망을 덧붙인다면, 허리가 나와 같이 아팠던 사람들이 전해주는 경험담과, 라디오에서 어떤 에디터가 체력이 고갈되어서 운동을 시작하고 마녀 체력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몇 번을 일어섰다가 썼는지 모르겠다.. 나도 마녀 체력으로 바뀔 타이밍인가 보다)

(굽없는 플랫슈즈를 돌 같이 여겼으나, 요즘은 매일 신고 다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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