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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Oct 03. 2020

#건강검진하던 날



불현듯 긴장되는 날이 있다. 건강 검진하는 날.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날짜를 잡고 코앞으로 다가오면 몸 생각이 많아진다. 식습관도 몸무게도 뭐 그런 것들이다. 검진 사전 질문지를 받고 보면 더더욱 복잡하다. 몸 구석구석에 얼마나 신체들이 있는지, 병들은 얼마나 많은 지, 감정은 어떤 지,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는지 자세히 생각해보고 대답해야 한다.


당일 검진을 하는 동안 각 신체기관별로 검사를 받는 시간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긴장도 하게 된다. 몸 중에서 관리가 필요한 곳은 올해는 어떤지도 생각하게 되고.

수면 내시경을 하기 위해 준비했다. 들어가자마자 입에 무언가를 뿌렸고, 서서히 나의 목은 굳어갔다. 그리고 손에 꽂은 줄에 주사를 놓자 몇 초도 안되어 불 꺼진 방처럼 되어갔다. 목이 움직이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져가는 느낌, 잠시 후에 깨어날 것을 알면서도 숨이 다하는 사람 같아진다. 정신을 차리고 싶어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햇빛과 어둠, 움직이다 멈추는 상태, 짧은 순간 스치고 간 몸의 상태들로부터 매년 몸을 검사하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나의 살아가는 시간들은 어떤가 자세히 생각해보며 살고는 있을까 떠올리게 된다.

쉴 새 없이 달리다가 '멈춤' 이 상태에서 내가 살아가는 구석구석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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