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가면 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챙겨주신다.
맛있는 것, 새것, 예쁜 것, 좋은 것
손을 닦고 수건을 쓰는데 오래 써서 닳아 보드라운 감촉이 사라지고 까실거렸다.
엄마가 챙겨 주신 새 수건 뭉치들을 모조리 다 가져다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는 엄마 쓰지 왜 다 좋은 건 아끼고 자식들을 줄까?
어느 날 아침에 아이들 밥을 예쁘게 챙겨주고 먹을까 말까 하다가 주방에 서서 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 엄마도 예쁜 그릇이 담아 앉아서 먹어요"
열두 살 딸이 내게 보내는 눈빛이 엄마를 어루만졌다. 마치 내가 엄마를 어떤 날 바라보던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장을 볼 때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을 생각하고
지나가다가 좋아하는 먹거리들을 보면 사다 주고 싶었다.
심지어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주고 싶어 지는 것들을 사다가 놓기도 하는데
그때도 내 것은 없었다.
어느 날 유독 지쳤던 날, 냉장고를 열었는데도 먹고 싶은 것이 없던 날
왜 그럴까 생각했다. 내가 없구나, 없었구나...
어떤 날은 나름 알뜰하게 한다고 나를 지웠고
어떤 날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좋아서 나를 지웠고
어떤 날은 이제 나를 지우는 게 익숙해져서 나를 챙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도 나를 챙기고 싶어 졌다. 누군가에게 해주듯이 나도 내게 사랑을 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