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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략난감

《대략난감 6화 – 내 의견은 공기였나요?》

– 회의 끝나면 아무도 기억 못 하는 내 말, 왜 자꾸 나만 이래

by 라이브러리 파파


1. 회의 중, 말을 꺼냈다. 그리고 사라졌다.


10시 회의.

진행자는 정리하듯 말한다.


“그럼 새로운 아이디어 있으신 분?”


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이번 프로모션, 기간을 좀 줄이는 건 어떨까요?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고, 예산도 아낄 수 있거든요.”


말을 마치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정적.


다들 고개는 끄덕이지만

누구도 이어받지 않는다.

진행자는 말한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그 말은 '고이 보내드릴게요'란 뜻이었다.




2. 그리고 15분 뒤,


누군가가 말했다.


“저기요, 혹시 프로모션

기간을 줄이는 건 어떨까요?”


헐.

이건 아까 내가 한 말인데?

이번엔 모두 반응한다.

“오, 그건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

“그럼 그 방향으로 정리하죠.”

“정리 부탁드립니다, ○○씨.”


…나는 정리당했다.




3. 이게 한 번이 아니다.


이런 상황,

회의 때마다 반복된다.


내가 말하면 공기,

다른 사람이 비슷한 말 하면 반응 폭발.


그래서 점점 말수가 줄고,

나중엔 메신저로 의견 쓰는 게 더 편하다.

회의 끝나고 나면 회의록에 내 이름만 안 남아 있다.




4. 대체 왜 이런 걸까? 나만 이런 걸까?


말을 늦게 한 것도 아니고,

토론을 흐리는 것도 아닌데

왜 내 의견만 ‘거쳐가는 말’이 될까?


형도 그랬다.

입사 초반, 회의 때마다 존재감은 낮았고

말해도 묻히기 일쑤였다.

그래서 결국 깨달았다.


‘좋은 말’만으로는 회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록되는 말’을 해야 한다.




회의 생존 3단계 –

의견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방법


1단계. 말할 때 ‘주어’를 넣어라


“이 아이디어는 제가 생각한 건데요…”

“제 생각엔 ○○이 맞는 것 같습니다.”


→ 그냥 의견보다, ‘발화자’를 명확히 박는 문장이

기억에도, 회의록에도 남는다.




2단계. 말 끝에 ‘제안 요청’을 넣어라


“이 아이디어에 대해 ○○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 안을 놓고 바로 정리해볼까요?”


→ 단순 발언이 아니라

회의의 흐름을 리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말하고 끝내지 말고

‘대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기술이 중요하다.




3단계. 회의 전에 채팅, 회의 후엔 요약


회의 전에 슬랙/노션에 간단히 요약본 작성


회의 끝나고 나서

“제가 말씀드린 아이디어는 정리해서 메일 드릴게요.”



→ 이건 말보다 더 강력한 방식.

기록은 발언보다 오래 남는다.




결론


말은 했는데 기억되지 않으면

그건 말을 안 한 것과 같다.

존재감이란 건

크게 떠드는 게 아니라

작지만 남는 말에서 생긴다.


회의에서 잊히지 않기 위한

작은 기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




다음화 예고


《대략난감 7화 – "잠깐만요" 하고 나갔다가 복귀 타이밍 놓쳤을 때》

줌 회의 중 잠깐 자리 비웠는데

돌아오니 내가 호명돼 있던 그 순간…

그 난감함, 어떻게 수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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