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 끝나면 아무도 기억 못 하는 내 말, 왜 자꾸 나만 이래
10시 회의.
진행자는 정리하듯 말한다.
“그럼 새로운 아이디어 있으신 분?”
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이번 프로모션, 기간을 좀 줄이는 건 어떨까요?
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고, 예산도 아낄 수 있거든요.”
말을 마치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정적.
다들 고개는 끄덕이지만
누구도 이어받지 않는다.
진행자는 말한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그 말은 '고이 보내드릴게요'란 뜻이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저기요, 혹시 프로모션
기간을 줄이는 건 어떨까요?”
헐.
이건 아까 내가 한 말인데?
이번엔 모두 반응한다.
“오, 그건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
“그럼 그 방향으로 정리하죠.”
“정리 부탁드립니다, ○○씨.”
…나는 정리당했다.
이런 상황,
회의 때마다 반복된다.
내가 말하면 공기,
다른 사람이 비슷한 말 하면 반응 폭발.
그래서 점점 말수가 줄고,
나중엔 메신저로 의견 쓰는 게 더 편하다.
회의 끝나고 나면 회의록에 내 이름만 안 남아 있다.
말을 늦게 한 것도 아니고,
토론을 흐리는 것도 아닌데
왜 내 의견만 ‘거쳐가는 말’이 될까?
형도 그랬다.
입사 초반, 회의 때마다 존재감은 낮았고
말해도 묻히기 일쑤였다.
그래서 결국 깨달았다.
‘좋은 말’만으로는 회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록되는 말’을 해야 한다.
1단계. 말할 때 ‘주어’를 넣어라
“이 아이디어는 제가 생각한 건데요…”
“제 생각엔 ○○이 맞는 것 같습니다.”
→ 그냥 의견보다, ‘발화자’를 명확히 박는 문장이
기억에도, 회의록에도 남는다.
“이 아이디어에 대해 ○○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 안을 놓고 바로 정리해볼까요?”
→ 단순 발언이 아니라
회의의 흐름을 리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말하고 끝내지 말고
‘대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기술이 중요하다.
회의 전에 슬랙/노션에 간단히 요약본 작성
회의 끝나고 나서
“제가 말씀드린 아이디어는 정리해서 메일 드릴게요.”
→ 이건 말보다 더 강력한 방식.
기록은 발언보다 오래 남는다.
말은 했는데 기억되지 않으면
그건 말을 안 한 것과 같다.
존재감이란 건
크게 떠드는 게 아니라
작지만 남는 말에서 생긴다.
회의에서 잊히지 않기 위한
작은 기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
《대략난감 7화 – "잠깐만요" 하고 나갔다가 복귀 타이밍 놓쳤을 때》
줌 회의 중 잠깐 자리 비웠는데
돌아오니 내가 호명돼 있던 그 순간…
그 난감함, 어떻게 수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