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남자는 왜 끝까지 참다 터지는가

–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버티다 무너지는 어느 날의 기록.

by 라이브러리 파파

남자는 잘 운다.


단지,
잘 안 울 뿐이다.
참다가 참다가,
끝까지 밀어두다가
어느 날, 갑자기 터진다.


그날이
나에게도 있었다.

작은 일이었다.

아내가 내 말을 끊었다.
별일 아닌 말에
“그게 뭐가 중요해?”라고 했을 뿐인데,
나는 순간
속에서 무언가가 ‘퍽’ 하고 끊어졌다.

그 말을 핑계 삼아
쌓여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가
결국 말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조용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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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아무 일 없는 척 해왔다.


회사에서 욕먹고 와도,
대출이 늘어나도,
몸이 아파도,
아무 일 아닌 듯
“괜찮아”라고 웃었다.

근데 괜찮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괜찮았던 적이 없었다.

왜 우리는
말을 하지 않을까.

왜 남자들은
그렇게까지 참을까.

그건
‘표현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남자는 울면 안 돼.”
“남자는 강해야지.”
“남자가 왜 그렇게 예민하냐.”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누르는 법만 배웠다.

그리고 그것들은
어디론가 계속 쌓인다.

“고작 그 말 한 마디에 왜 그래?”
라는 말 뒤엔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1,000개의 ‘작은 상처’가 들어 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시간 속에 가려질 뿐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 참았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런 이름들 아래
내 감정은 늘 뒷순위였다.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단단한 척, 괜찮은 척
거짓된 얼굴로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 하려 한다.

가끔은 말하고,
가끔은 울고,
가끔은 나약해지려 한다.


왜냐면
사람은
무너지지 않아야 강한 게 아니라,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동안 얼마나 많이 참아왔는지 안다.

당신도,
가만히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제는
조금 말하자.
조금 흘리자.
조금 멈추자.

그게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으려는 몸부림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오늘 밤
나는 또 맥주를 딴다.
감정을 흘릴 수 있는 유일한 순간.

말하지 않아도
이 캔 하나가 내 편인 것 같은 밤.


오늘의 맥주 한 잔 문장


“참는 게 다가 아니다.
터지기 전에,
말해도 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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