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돈이 없을 때 보이는 것들

– 잔고가 바닥난 날, 나는 비로소 사람을 봤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책으로 연결이 안되, 다시 올립니다.)


돈이 없었던 날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갑엔 4천 원,

통장엔 2만 3천 원 남았던 날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피곤했고,
월급날 전날이었다.


출근길에 커피는커녕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고르면서도
가격표를 두 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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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당연하게 마시던 아메리카노가
그날은 너무 사치처럼 느껴졌다.


점심 약속도 취소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남은 잔액 때문이었다.


혼자 회사 옥상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하늘을 봤다.

바람은 시원했고,
나는 울컥했다.

내가 이토록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만큼
궁색한 사람인가?


자존심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애써야만 살 수 있는 구조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퇴근길,
지하철역 안에서
버스 대신 한 정거장을 걸었다.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며,
그동안 내가 참 많은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커피는 원래 사 먹는 거지.”

“택시는 피곤하니까 타는 거고.”
“비싼 옷도 가끔은 필요하잖아.”


하지만 돈이 없어진 지금,
나는 그것들을 ‘필요’가 아닌
‘욕심’이었다는 걸
서서히 알아차렸다.


집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아빠아~~~!”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돈은 없는데
따뜻한 무언가가 있었다.



비싸지 않은 장난감 하나,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 두 봉지,
아내가 끓여놓은 된장국 냄새.


그 안에 있던
‘사는 기분’이 나를 살렸다.

돈이 없을 때,
나는 사람을 봤다.


내 곁에 있던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던 나 자신.


화려함이 사라지니,
관계가 보이고,
온기가 보이고,
진심이 보였다.

다음날 월급이 들어왔다.

잔액은 다시 채워졌고,

나는 커피도 마시고,
택시도 탔지만

그날의 감정은
내 안에 오래 남아있다.


돈이 없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부끄럽지도 않고,
창피하지도 않다.

그날이 있었기에


지금 나는
조금 더 겸손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살 수 있다.


오늘의 맥주 한 잔


“돈이 없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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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10편. 남자는 왜 끝까지 참다 터지는가〉


– 말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한 감정,
그 마지막 잔이 넘치는 날.
한 남자의 조용한 폭발과 회복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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