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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못 참지, 밀면 한 그릇

가야밀면 곱빼기, 부드러움에 단짠까지 담았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오늘 하루는 유난히 지치는 날이었다.


햇살은 매섭고, 머리는 띵하다.

그럴 땐 무엇보다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한 끼가 간절해진다.


어떤 음식이든 다 무겁게만 느껴질 때,

문득 떠오르는 건 단 하나.

밀면이다.


물론, 그냥 밀면이 아니다.

잘 삶아진 면에 감칠맛 나는 양념,

그 위에 얹힌 고명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밀면.


그런데 오늘의 밀면은,

그냥 '맛있는 밀면'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




면 위에 정성을 올린다는 것


처음 밀면 그릇을 마주했을 때,

그 시각적인 풍성함에 잠시 멈춰 선다.

촉촉한 면발, 반짝이는 양념장,

그리고 그 위에 정갈하게 얹힌

오이채, 배채, 수육, 반숙 달걀.


보기 좋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건 단순한 비주얼이 아니라,

정성을 담아 차려진 한 사람분의 ‘위로’ 같았다.




한 젓가락에 담긴 여름의 언어


젓가락을 들어 면을 들어 올린다.

그 탄력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한 입 머금으면,

살짝 단맛이 도는 양념과

맵지 않게 조절된 감칠맛이 혀를 감싸며 퍼진다.


살얼음 육수 한 숟갈을 더하면

면의 온도는 차가워지고,

기분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입안에서 쫄깃한 면이 도는 동안,

스트레스도 함께 내려가는 듯한 기분.

이럴 때, 맛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하루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된다.




많지만 질리지 않는 곱빼기의 미덕


누군가 밀면 곱빼기를 먹는 걸

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집은 다르다.


곱빼기임에도 느끼하지 않고,

끝까지 물리지 않는다.

양념의 밸런스, 면발의 탱글함,

그리고 수육의 부드러움까지.


무언가 더 먹고 싶게 만드는

그 미묘한 맛의 설계는

그저 ‘양이 많은 음식’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릇을 비운다는 것


한 젓가락, 또 한 젓가락.

어느새 그릇은 비어 가고,

속은 시원하게 채워진다.


단순히 배가 불러서가 아니다.

마음까지 조금은 차분해진다.

다 먹고 나면 늘 이렇게 말하게 된다.


“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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