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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집 앞에서》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았던, 그들의 이야기”

by 라이브러리 파파

[에필로그]

그날 해가 지는 집 앞에서, 우리는 처음 마주했다.
따뜻한 인사도, 뚜렷한 말도 없었지만, 마음은 조용히 출발하고 있었다.
나는 너를 몰랐고, 너는 나에게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날의 공기에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노을이 지는 집 앞 풍경을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 (1).jpg 해가 지는 집 앞 풍경

지나치기엔 아쉬운 눈빛이었고,
머무르기엔 용기가 부족했던 첫 장면.
하지만 우리는 멈춰 섰고, 조심스럽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저 스쳤을 수도 있었던 순간은, 그렇게 인연의 시작이 되었다.

기억나니?
처음에는 말보다 침묵이 많았던 우리.
그 침묵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서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흘러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배웠다.

너는 나에게,
조급하지 않은 관계라는 게 어떤 건지 알려준 사람이었다.
나는 너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이 조용히 자라나는 나무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날은 길게 걷기만 했고,
어떤 날은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그 시간들은 다정함으로 채워졌고,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 너라는 사람을 새기고 있었다.

사랑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기 전부터,
이미 우리는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결정이 아니었다.
수많은 따뜻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에게 ‘함께’라는 말을 가르쳐 준 것이다.

약속은 화려하지 않았고,
프러포즈는 영화 같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가장 단단히 잡았다.
그보다 중요한 말은, 서로를 향한 믿음이었다.

이제 우리는 부모가 되었다.
밤중에 깨서 아이를 안고 토닥이던 순간에도,
아이의 첫걸음을 함께 바라보던 그날에도,
나는 너의 눈빛에서 변하지 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거실을 채우고,
그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자라났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우리 자신도 다시 태어나는 일이었다.

힘든 날도 있었지.
지치고, 다투고, 말이 엇갈렸던 날도.
하지만 돌아보면, 그런 순간들조차도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 손길 하나,
늦은 밤 전해주는 따뜻한 물 한 잔이 더 깊은 위로가 되었으니까.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너와 결혼한 일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해가 지는 길을
지금도 자주 걸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 길엔 여전히 그날의 햇살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아.

어떤 날은 아이들이 먼저 뛰어가고,
우리는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오래전 이야기를 나눈다.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귀한지,
사는 게 익숙해질수록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다정함은 습관이 되었고,
감사함은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사랑이 자라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 시간을 참 고요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냈다.

이제는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 서로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은 설렘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신뢰와 우정 위에 조용히 놓여 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다만 그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든,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너를 바라본다.
처음처럼 떨리는 마음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따뜻한 확신으로 너를 바라본다.

너와 함께라면,
앞으로 어떤 길도 두렵지 않다.

그저,
우리가 해가 지는 집 앞에서 처음 만났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우리가 그 자리에 머물렀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았던,
우리의 이 조용한 사랑 이야기처럼.


그리고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저는 앞으로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랑의 순간들을 글로 엮어가고자 합니다.

《해가 지는 집 앞에서》는 언젠가 책으로,
누군가의 마음 가장 조용한 자리에 머물 수 있기를 꿈꾸며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의 서가 한편에서 조용히 말을 건네게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저는 호주의 햇살 아래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담아내는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느리지만 따뜻한 문장으로,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 이야기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저는 다시 한번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배워갈 것입니다.

읽어주실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여정의 시작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이브러리 파파 Joseph Lee, 쓰는 사람으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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